이 기사는 2019년 03월 07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직장 상사'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스트레스 받을 때, 직장 내 괴롭힘 등이 나온다. 직장 상사에 대한 포스팅도 대부분 인격모독에 대한 고민이나 분노, 우울증, 스트레스 관리법 이야기다.그런데 그 어려운 직장 상사가 갑자기 행복을 운운하고, 자신처럼 열심히 일만해선 안 된다고 한다면 어떨까. 직원들에게 재밌게 사는 법, 좋은 일터를 만드는 대안을 토론하자고 한다면, 또 특이하고 기발한 발상을 이야기 하는 직원을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한다면.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 말을 오너가 했다면 셈법은 더 복잡해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경영화두로 '구성원의 행복'을 꺼내들었다. 행복토크라는 이름으로 계열사 직원들과 100번의 만남을 갖겠다고 했고, 실제로 이를 이행하고 있다. 100번이라는 숫자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꽤 꾸준하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대한 소회, 건강보험료를 연 6000만원 내는 사연, 양말 색깔을 바꿔 행복하다는 이야기 등 술자리에서나 나올법한 주제들을 격의없이 터놓았다고 전해진다.
구성원의 행복에 방점을 둔 경영방침은 단지 말 뿐이 아니라 다양한 파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유오피스를 만들어 칸막이 및 자리가 주는 위엄을 없애고 직급을 매니저로 통칭했으며 임원 전용 기사도 없앴다.
최 회장의 행보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은 반반이다. 어떤 이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한 일방적 소통이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물꼬를 터줬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부정하는 쪽이든 긍정하는 쪽이든 모두 '행복한 일'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는 것은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최 회장이 말하는 이야기의 진정성이 어느정도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이같은 행보가 혁신을 만드는 작은 날갯짓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지 기업문화를 바꾸는 일로만 한정해서 볼 수 없다. 기업의 미래를 선도해 나가야 하는 리더 입장에서 충분히 필요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는 얘기다.
최 회장의 행복론과 SK그룹의 파격 행보는 변화하는 트랜드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혁신을 위해 전열을 정비하는 정도로 해석된다. 기업 이미지에 민감해진 소비자들부터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나선 주주들까지, 급진적인 경영환경 변화의 기로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대처법이다. 그런면에서 최 회장이 말하는 행복에 담긴 진정성은 생존을 위한 고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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