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10일 12: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년째 운용업계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해외펀드 기준가 산출 시점 변경이 본격화됐다. 펀드 기준가 산출 시점 변경은 펀드 사무관리회사의 숙원과도 같은 사업이어서 업계에서는 이번 변경을 두고 환영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이밖에 금융위원회는 법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대해서는 기존 장부가평가에서 시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10일 금융위원회는 '현장혁신형 자산운용산업 규제개선'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운용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해외펀드 기준가격 산출 기준을 비롯해 MMF 기준가격 평가 방법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금융당국은 펀드 기준가격 산정 프로세스를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해외자산의 경우 기준가격의 반영시기를 시차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당일(T일)에서 익영업일(T+1일)로 변경했다. 또 금융위가 기초자료 입수 시간을 정해 최대한 사무관리회사의 업무가 지연되지 않도록 했다. 모든 기초자료는 오후 6시에 마감토록 했다.

지금까지는 해외펀드의 경우 시차가 한 시간 반 이내인 일본, 싱가포르 등은 국내펀드와 마찬가지로 당일 기준가를 산출해왔다. 뿐만 아니라 기준가를 내는데 필요한 기초자료 입수시간이 오후 8시까지 지연되면서 이를 담당하는 사무관리회사의 업무 과다로 인해 기준가 오류가 늘어나는 추세였다. 사무관리회사의 이직률이 20%를 넘어서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금융위는 기초자산이 정해진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을 경우 당일 기준가 산출에 반영하지 않고 익영업일에 반영하게 하는 등 강수를 뒀다. 당일에 반영되지 않아서 오류율이 법정한도를 초과하면 사후적으로 당일 기준가격에 반영해 수정하도록 했다. 또 자료 지연에 책임이 있는 운용사가 그 원인과 수정 기준가격을 공시하도록 했다.

사무관리업계 관계자는 "이번 금융당국이 해외펀드 기준가 산출 시점을 변경하도록 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사무관리회사의 이직률이 높아 펀드회계의 전문성이 떨어져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었던 상황이었던만큼 이번 결정으로 다소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펀드 기준가 산출 기초자료 수집 컷오프(Cut-off) 시간이 6시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초자료 수집이 6시에 마감된다는 것은 결국 그때부터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며 "펀드기준가 변경이 쉽지 않은만큼 컷오프 시간이 더 당겨졌으면 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밖에도 최근 변동성이 높은 MMF에 대해 시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장부가평가 방식을 적용하되 시가와의 괴리율을 0.5%내로 유지하도록 했다. 이제는 국채나 통안채·은행예금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의 편입비중이 30% 이하인 MMF는 시가평가를 해야 한다. 30% 초과할 경우에는 현행대로 장부가평가 방식을 유지한다. 유예기간은 2년으로 뒀다.

당국은 최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에 투자하는 신종MMF가 확대되면서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선환매이득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대량 환매함에 따라 시스템리스크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현행대로 하면 시장의 금리변동과는 상관없이 고정적인 이자값으로 자금을 받지만 자산에 문제가 생길경우 괴리율이 0.5%를 초과해 시장가격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먼저 환매를 신청한 기관과 후에 신청한 기관의 차등이 발생해 규정이 바뀌게 된 것"이라며 "펀드런 상황에서 선환매이득을 줄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BCP 등을 담은 MMF의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운용업계에서는 크게 달가워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MMF를 거래하는 법인 입장에서는 장부가 평가가 편하다"며 "수익률 개선을 위해 ABCP 등을 담은 것인데 시가평가를 하게 되면 담는데 운용상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향후 MMF자금이 MMDA(Money Market Deposit Account)'나 MMT(Money Market Trust)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