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11일 08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부러 펀드 기준가 오류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에요. 인력이 자꾸 나가고 있어 당장 2020년에 주 52시간 근무도 도입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얼마 전 대형 사무관리회사의 임원을 만났다. 그는 2016년 하반기 펀드 기준가를 산출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당시에도 문제가 됐던 해외펀드 기준가 산정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 하소연했다.
몇 년째 사무관리업계는 해외펀드의 기준가 산출 시점을 익일로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전달해왔다.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엄청난 해외펀드 기준가를 시간 안에 산출하기 힘들다는게 업계의 이야기다. 현재 해외펀드 중 한국과 시차가 1시간 30분 이내인 지역인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까지는 당일에 자료를 받아 다음날 영업시간 전까지 펀드 기준가를 산출하고 있다.
사무관리업계의 요구사항은 명쾌했다. 법제화가 어렵다면 금융투자협회 가이드라인이라도 바꿔서 업계의 어려움을 완화해달라는 것이었다. 금융투자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운용사의 해외자산 매매거래 내역은 오후 7시, 외화표시 자산 평가가격은 오후 5시 30분까지 들어오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예 다음날로 늦춰 기준가 산정의 정확도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몇 년새 펀드 투자자산이 다양해지면서 펀드 기준가 산정이 점점 까다로워졌다. 업무강도는 높아지는 반면 펀드회계 관련 인력이 업계 전반적으로 많이 필요해졌다. 직원들의 이직이 점점 잦아졌다. 대형사들은 신입공채를 진행해 매년 20여명의 인력을 채용하고 있지만 업무숙련도가 높은 과차장급 인력이 나가고 있어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게 사무관리회사의 어려움이기만 할까. 펀드 기준가 오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3~2015년에는 100건 정도였던 기준가 오류가 2016년 200건을 기록한 뒤, 2017년에는 737건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350여건의 기준가 오류가 발생했다. 이는 판매사 및 운용사에도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펀드 시장의 신뢰까지 떨어뜨린다.
업계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에서는 나서길 꺼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펀드 기준가 관련해서는 결정된 사항이 전혀 없다"며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당장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취재원은 금융당국의 입장이 익숙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기준가 오류가 크게 발생하면 그제서야 심각하게 고민해주지 않을까"라며 씁쓸해했다. 그는 그나마 최근 국정감사 기간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번엔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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