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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그룹, "그 감자가 아닌데…" 무상감자 계획 철회 회계상 '단순 액면가 감액'이 부실기업 '감자'로 잘못 알려져, 별도 주주환원책 모색

박기수 기자공개 2019-03-12 08:41:01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1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상감자를 통해 배당에 나서겠다고 밝힌 한솔홀딩스(한솔그룹의 지주회사)가 10일 만에 입장을 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핵심은 '감자'가 시장에 주는 이미지였다. 한솔그룹은 '주주 환원'을 외치며 무상감자를 제시했지만, 시장은 '무상감자=악몽' 공식을 먼저 떠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한솔홀딩스는 이번 달 열릴 주주총회의 부의안건으로 올렸던 제2호 의안인 액면액 감소에 의한 자본감소(정관변경)의 건을 철회했다. 한솔홀딩스는 정정 신고를 통해 "많은 주주가 배당가능이익 확보를 위해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방식(액면액 감소에 의한 자본감소)에 대해 반대 의사를 회사에 표명했다"면서 "주주들의 오해와 우려를 조기에 불식시키고, 주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차원에서 감자 결정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한솔홀딩스는 "회사의 진정성 있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상기 자본감소 의안을 재무구조가 악화한 기업들이 단행하는 통상의 무상감자로 오해하거나, 회사가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를 시행할 것이라는 등 주가에 부정적인 루머가 퍼지고 있어 주주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솔홀딩스의 주주 환원 계획의 발단은 지난달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솔홀딩스는 지난해 387억원의 순손실이 났다며 발표하며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해 배당 결의를 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피출자회사인 한솔개발의 추가적인 손상차손 발생과 한솔테크닉스 등 관계 회사들의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해 의미 있는 배당을 하기에는 재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우선 주가가 추가로 하락했다. 2월 11일 주당 4980원으로 마감했던 한솔홀딩스의 주가는 2월 26일 종가 기준 4840원으로 2.8% 하락했다.

이에 한솔홀딩스는 2월 26일 무상감자안과 앞으로 중간 배당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하는 안건 등을 포함한 주주총회 결의안을 공시했다. 자본금 2318억원을 80% 줄이면서 나오는 1854억원의 감자차익을 배당가능이익으로 환입시킨다는 내용이 골자다. 장부상 발생한 배당가능이익을 통해 중간 배당 등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이 부분에서 소액주주를 비롯한 시장의 오해가 발생했다. 한솔홀딩스가 발표한 무상감자안과 부실기업의 무상감자안을 동일시한 점이 문제가 됐다. 해당 내용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인 2월 27일 한솔홀딩스의 종가는 175원이 더 내리며 주당 4665원으로 마감했다. 여기에 소액주주들로 이뤄진 '주주연대'가 액면가 이하의 주가와 무배당 등에 항의하며 이번 주주 총회에 주주 제안(△현금배당 250원 △주주제안 사내이사 1명 선임 △유상감자)에 나서기도 했다.

한솔홀딩스가 시행하려 했던 무상감자는 발행 주식의 변화가 없는 무상감자다. 감자 결정안에 따르면 한솔홀딩스의 감자 전과 감자 후 발행 보통주식 수는 4635만9871주로 같다. 기존 주주들에게 아무런 보상도 없이 주식 결합 등으로 주식 수를 줄이는 통상의 무상감자안이 아닌 단순히 주식 액면액을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이면서 감자차익을 발생시키는 방법이었다. 이는 회계 장부상 자본금에서 자본잉여금으로 감자차익을 전입하는 '숫자 이전'일 뿐이다. 자본잉여금으로 전입된 감자차익은 배당가능이익으로 쓰일 수 있었다.

다만 단순히 '감자'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로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한솔홀딩스는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것을 감수하고도 기존의 결정을 철회는 강수를 뒀다. 유가증권시장 공시 규정 제33조에 의해 한솔홀딩스는 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 부과벌점 및 공시위반 제재금의 부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무상감자안을 철회한 한솔그룹은 별도의 주주 환원 정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주주 환원 차원으로 결정했던 무상감자 안을 철회하고 주주 환원의 다른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중간 배당을 시행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의안은 철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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