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 카이투자, 아스트 투자금 회수…왜? [중견기업 주주제안 후폭풍]⑤협업·파트너십 유지 불가 판단, 사외이사 추천 동력 잃을 듯
박창현 기자공개 2019-03-14 13:19:00
[편집자주]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은 대세가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정기주주총회를 뒤흔드는 거대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선 중견기업들은 수용 여부를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주 친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잃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처한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보고 나아가 주주제안의 본질과 핵심 쟁점들을 면밀히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3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스트 2대주주인 '카이투자자문'이 지분 정리에 시동을 걸었다. 카이투자자문은 현재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2명을 추천해 둔 상태다. 하지만 주주제안 과정에서 아스트 경영진과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고 판단해 투자금 회수라는 최후의 선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이투자자문이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사외이사 주주제안 안건 역시 추진 동력을 잃어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카이투자자문은 최근 아스트 지분 116만 5312주(7.45%)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주식 처분으로 보유 지분율은 기존 11.73%에서 4.28%로 크게 낮아졌고 투자금 17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업계는 카이투자자문이 투자금을 회수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카이투자자문은 불과 한 달전까지만 해도 아스트 측에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에 나서는 등 경영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 정기 주주총회에는 카이투자자문이 추천한 사외이사 2명의 선임 안건이 올라가 있는 상태다. 아울러 효율적인 운전자본 관리 등 경영 조언 또한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달 중순 주주제안 후 후속 논의 과정에서 실무 절차가 원할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결국 투자금 회수라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카이투자자문은 추천 사외이사들의 향후 일정 등을 고려해 아스트 측에 확답과 빠른 실무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아스트는 설 연휴 등 부족한 영업일수 탓에 내부 일정에 맞춰 업무를 진행했다.
주주제안 안건 처리를 두고 엇박자가 나자 카이투자자문은 순차적으로 지분 매매에 나선 모습이다. 카이투자자문은 주주제안 후 실무 논의가 진행됐던 지난달 15일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지분 매도를 시작했다. 원활하지 못한 후속 논의 과정과 엇박자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주주제안 사안을 주총 안건에서 누락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오해와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아스트 측은 올 주총 일자를 작년보다 2주 가량 앞당긴 후 주총 6주 전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는 기본 요건을 2대주주가 갖추지 못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뒤늦게 주총 안건 누락 사실을 안 카이투자자문은 아스트 측의 '법리 해석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결국 이사회는 다시 열렸고 주주제안 사안도 주총 안건에 포함됐다.
법리 해석 오류는 바로잡았지만 카이투자자문은 아스트 측의 안일한 실무 처리와 소통 부족 문제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내부에서도 2년 넘게 장기 투자를 하며 신뢰 구축에 힘썼지만 개선 여지가 없다는 자조섞인 자평까지 나왔다.
카이투자자문은 주주제안 안건 상정을 계기로 다시 아스트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경영진과의 협업, 파트너십 구축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자금 회수 기조 유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 카이투자자문은 평균 단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지분을 팔았다. 다만 항공기 사업 성장성이 여전히 높다고 보고 일부 지분은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카이투자자문이 아스트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된 사외이사 선임안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 개선 의지가 꺾인 만큼 안건 통과를 위한 추진 동력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스트 입장에서는 연이은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요 매출처인 보잉사가 '737 맥스8' 안전성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다 2대주주까지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도 최근 이틀 새 12% 이상 빠졌다. 아스트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관련 내용들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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