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 부족한 운전자본·커지는 빚부담 '고민' [중견기업 주주제안 후폭풍]④매출채권·재고자산 급증, 차입총액 900억 넘어
박창현 기자공개 2019-03-08 08:23:47
[편집자주]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은 대세가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정기주주총회를 뒤흔드는 거대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선 중견기업들은 수용 여부를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주 친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잃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처한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보고 나아가 주주제안의 본질과 핵심 쟁점들을 면밀히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7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아스트'는 국내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다. 상당한 기술력과 시장 입지를 구축하면서 미국 보잉사와 트라이엄프 등 메이저 기업들을 납품처로 두고 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재무구조는 아스트의 약점으로 꼽힌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타깃이 된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성장 단계에 접어든 만큼 운전자본 부족과 현금흐름 악화 상황이 어느 정도 예견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성장 속도 대비 재무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성장과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스트의 당면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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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는 2014년이후 지난해까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항공기 완제품 업체들과 장기 수주 계약을 맺으면서 탄탄한 매출 수익 구조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2014년 665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은 이듬해 800억원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드디어 900억원 고지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매출 1169억원을 달성하며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외상 거래와 재고 자산이 늘어나고, 그 결과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부족한 자금을 다시 외부 차입금으로 메우면서 자연스럽게 빚도 늘어났다.
당장 외상 거래인 매출채권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외형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매출과 함께 외상 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스트의 경우, 매출 증가 속도 대비 매출 채권이 늘어나는 폭이 훨씬 크다. 2017년만 보더라도 매출은 3% 늘어난데 반해 매출 채권은 26% 증가했다.
절대적인 액수 또한 커지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아스트의 매출 채권액은 전년말과 비교해 44%나 늘어난 7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액의 85.8%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출 채권과 더불어 재고 자산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매년 100억원 가까이 늘더니 작년에는 700억원을 넘어섰다.
기업 입장에서 매출 채권과 재고 자산의 증가는 운전자본 부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제품을 만들거나 납품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업 운용 자금이 부족해진다. 실제 아스트는 2014년부터 줄곧 운전자본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상태다. 지난해에도 외상 거래가 늘어나면서 3분기말 기준으로 220억원이 넘는 운전자본이 비었다.
아스트는 부족한 운전자본을 외부 차입을 통해 채웠다. 그 결과, 2014년 272억원 수준이었던 단기 차입금 규모가 532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장기차입금 잔액 또한 200억원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전환사채까지 발행해 부족분을 메웠다. 작년에도 260억원 규모의 5회차 CB를 발행했다. 5년 전만 해도 500억원도 채 안됐던 차입금 총액은 어느덧 1000억원 대를 넘보고 있다.
매출 채권과 재고 자산의 급증, 그에 따른 운전자본 부족 현상은 항공기 부품 사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수의 항공기 완성품 업체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대금 납기 등 거래 조건이 납품처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아스트의 빠른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성장통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재무 건전성은 중장기 성장의 기본 토대가 되는 만큼 관리 역량 또한 키워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대주주인 카이투자자문이 주주제안을 통해 대기업 출신의 재무통들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와 함께 운전자본 확충 목적으로 발행한 CB가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고, 부채비율 상승을 이끌어 주가 하락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스트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재무 건전성 또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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