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뢰' 카이투자, 아스트 지분 정리하나 [중견기업 주주제안 후폭풍]③2대주주 불구 협업 한계, '주주제안 누락' 실망 매각카드 만지작
박창현 기자공개 2019-03-07 08:10:40
[편집자주]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은 대세가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정기주주총회를 뒤흔드는 거대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선 중견기업들은 수용 여부를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주 친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잃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처한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보고 나아가 주주제안의 본질과 핵심 쟁점들을 면밀히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6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제안 누락 등 일련의 사태를 겪은 아스트 2대주주 '카이투자자문'이 포트폴리오 재정비 등 후속 조치에 나설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카이투자자문은 2017년부터 아스트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현재 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랜 기간 경영진과 소통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제안 안건 누락 등 파트너십 및 신뢰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지분 매각 등 특단의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카이투자자문이 아스트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7년 2월부터다. 당시 지속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지분율이 5%를 넘어섰다. 장기 투자 전략을 수립한 카이투자자문은 이후 2년여에 걸쳐 다시 지분율을 11.7%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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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가능성과 기술력에 대한 확신이 중장기 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스트는 미국 보잉사 등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에 항공기 동체와 골격재, 개폐문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은 항공기 전방산업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 요인으로 부각됐다. 실제 아스트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수익구조도 탄탄해지면서 2016년과 2017년 영업이익률 8% 대를 찍었다.
다만 안정적인 기업 성장에도 불구하고 카이투자자문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김희원 대표이사(18.84%)에 이어 2대주주 자리를 꿰찼지만 아직까지도 파트너십 및 신뢰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주주제안 안건 누락 사태가 대표적이다.
카이투자자문은 작년 말부터 아스트 경영진과 운전자본 확보 및 자금 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외이사 추천 등 주주제안 이야기도 오갔다. 실제 카이투자자문은 2월 중순 경 사외이사 추천안 등을 담은 공식 주주제안 레터를 발송했다.
하지만 아스트 측은 그 즈음 이사회를 열고 주주제안 내용은 배제한 채 주총 안건을 올렸다. 주총 일자를 2주 가량 앞당긴 후 주총 6주 전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는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뒤늦게 주총 안건 누락 사실을 안 카이투자자문은 아스트 측의 '법리 해석 오류'를 조목조목 따졌다.
상법 제363조2에 따르면 100분의 3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주주총회일 6주전에 주주제안을 해야만 한다. 다만 주주총회일 기준은 올해가 아닌 직전 연도 주총일을 준용한다. 아스트는 지난해 3월 30일에 주주총회를 했다. 따라서 올해 2월 중순에 주주제안을 했더라도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결국 아스트는 이사회를 다시 개최하고, 주주제안 사안도 주총 안건에 포함시켰다.
법리 해석 오류는 바로잡았지만 카이투자자문은 아스트 측의 안일한 실무 처리와 소통 부족 문제에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2년 넘게 장기 투자를 하며 신뢰 구축에 힘썼지만 개선 여지가 없다는 내부 평가도 나왔다. 아울러 주주제안으로 올라올 사외이사 선임건 또한 실무 절차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전 조율과 실무 진행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총 전까지 남아있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이투자자문은 포트폴리오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아스트 투자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심도 깊은 내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문사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결단은 '지분 매각'이다. 투자금을 회수해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리면 모든 이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카이투자자문 관계자는 "내부 협의를 통해 포트폴리오 재정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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