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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업계, 사업 구조 따라 엇갈린 신용 전망 [주요 업종 크레딧 전망]종이류 침체 속 제품 포트폴리오 관건…한솔제지, M&A 전략 변수

임효정 기자공개 2019-03-22 14:48:09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0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제지업계는 종이류와 판지류 등 사업포트폴리오에 따라 신용도 전망이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수년전부터 신용도가 하락 중인 신문용지 전문 기업의 경우는 올해에도 어두운 전망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맏형인 한솔제지의 경우 중요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토 중인 태림포장, 전주페이퍼에 대한 인수가 현실화하면 재무부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는 신용도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체된 종이류 외에 성장세를 보이는 판지류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의 재무안정성에 긍정적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형사 위주 재편…국제시세 영향 방어

제지는 사양산업으로 꼽히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대형사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시세에 따라 불확실성은 큰 편이다. 제지업종의 원재료인 펄프와 고지(폐지)가 국제시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펄프의 경우 80%가량 수입에 의존하며, 고지의 경우 국내에서 중국 등 해외로 일부 수출하고 있어 수출가격에 따라 국내 원재료 가격도 변동되는 구조다.

불확실성 속에 안정적인 신용도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산업 구조 전반에 대해 수직계열화를 갖춘 영향이 컸다. 수직계열화는 한 기업 안에 단계별 제조과정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내부에서 수급조절이 가능해 외부환경의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제지시장이 주요 기업들 위주로 과점된 구조라는 점도 안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신생업체의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경쟁업체의 유입도 없다. 한정된 시장 안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로 주요 기업들의 먹거리가 보장돼 있어 앞으로도 안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할 것이란 게 신평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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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신용등급을 보유한 곳은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깨끗한나라, 페이퍼코리아 등이다. 한솔제지의 신용등급은 'A0(안정적)'로 제지업종에서 가장 높은 신용도를 자랑한다. 무림페이퍼도 수년간 A-(안정적)을 유지 중이다. 깨끗한나라는 생리대 파동으로 실적회복이 늦어지며 지난해말 단기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한단계 낮아졌다. 이들 기업이 취급하는 인쇄용지, 백상지 등 종이의 수요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재무안정성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부분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가운데 페이퍼코리아는 지난 2년간 적게는 2단계 많게는 3단계까지 신용도가 떨어졌다. 페이퍼코리아가 주로 생산하는 지류가 신문용지인데, 신문용지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역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페이퍼코리아에 대해 2017년 BB-에서 B+로 한차례 강등한 이후 올해 초 B-로 추가 하향했다. 사업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재무안정성 회복도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단계 더 낮은 B-(안정적)를 부여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다. 영업을 통해 유동성을 축적하기는커녕 더 많이 새나간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의 순차입금은 3594억원으로, 지난해 흑자로 돌아서며 영업이익 19억원을 확보했지만 차입금을 메우기엔 여전히 버겁다. 신용도에 대한 하향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장 관계자는 "페이퍼코리아가 보유한 설비는 대부분 신문용지에 국한되기 때문에 해당 지류 수요에 따라 실적이 변화될 수밖에 없다"며 "제지업종 전반적으로 실적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신문용지 부문은 향후 수요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변수는 한솔제지…단기적 '재무부담'·장기적 '규모경제'

변수는 존재한다. 현재 한솔제지는 골판지업계 1위 태림포장과 신문용지업계 1위 전주페이퍼 인수를 검토 중이다. 태림포장만 하더라도 9곳의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연매출 1조원이 넘는다. 전주페이퍼도 6000억원대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두 회사를 끌어 안기 위해서는 재무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안정적인 신용도의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재무부담을 해소하기엔 무리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제지 가운데 골판지는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부문이다. 택배산업이 성장하면서 당분간 골판지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재 골판지 부문이 극히 미미한 한솔제지가 태림포장을 품에 안을 경우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전주페이퍼와의 시너지도 가능하다. 전주페이퍼는 페이퍼코리아와 같이 신문용지가 주 수익원이지만 신문용지 외에 지류를 생산하기에도 적합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최근 환경 이슈와 맞물려 플라스틱 제품을 종이 제품으로 변경하고 있다는 것도 호재다. 향후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신용도 상향까지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솔제지가 골판지 업체 인수를 수년 전부터 고민해왔던만큼 인수가 현실화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다만 한솔제지는 두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선 자금조달 외에도 또 하나의 벽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지업종의 시장 과점 문제와 관련해 현재 공정위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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