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vs 국민연금, 주총 표대결 변수는 9% 지분 소유한 KB자산운용 캐스팅보트, 정관변경 등 격돌
박창현 기자공개 2019-03-25 08:24:19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글과컴퓨터 4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정기 주주총회 핵심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표 대결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철 회장 등 최대주주 측은 27.7%의 지분을 보유, 국민연금(7.11%)보다 3배 넘는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정관변경 안건의 경우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9%의 지분을 갖고 있는 2대주주 'KB자산운용'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국민연금은 최근 한글과컴퓨터 주총 안건 6건 가운데 '제2호' 정관변경과 '제3-1호' 김상철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한글과컴퓨터는 신주 추가 발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정관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사업상 중요한 기술도입이나 연구개발, 생산판매·자본 제휴 등을 위해 제3자에게 최대 30%의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기술협력 및 제휴를 적극 확대하기 위해 신주 발행 정관 변경 안건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신주 한도 증가로 주주 가치 희석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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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재선임건은 과다 겸임 문제를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글과컴퓨터 외에도 한컴시큐어, 한컴지엠디, 한컴MDS, 한컴유니맥스 등 주요 상장 계열사의 등기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과중한 업무 탓에 이사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반대 의결권 행사를 예고했다.
한글과컴퓨터 입장에서는 어느 안건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이자 최고경영자로 사실상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한글과컴퓨터 등기임원 재선임이 불발될 경우, 그룹 협업 추진에 있어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정관변경안은 한컴그룹이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스마트시티' 생태계 조성 사업과 직결된 사안이다. 한컴그룹은 지난해 스마트시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대대적인 사업 확장 계획을 내놨다. 신주 발행 정관 변경은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유치하고, 협업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기본 토대다. 정관변경 불발시 생태계 조성과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질 수 밖에 없다.
이달 26일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연금보다는 최대주주 측이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 김 회장과 부인 김정실 회장 등 최대주주 측은 한글과컴퓨터 지분을 27.78%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 보유분은 7.11%에 불과하다.
사내이사 선임건은 과반 득표를 받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김 회장이 약 8년동안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관변경건이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주총 정족수(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최대주주 측이 정관 변경 안건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보유 지분만큼의 우호세력이 필요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2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는 기관 투자자 'KB자산운용'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란 보인다. 실제 주총 참석률 등을 감안할 때, 최대주주 측이 KB자산운용만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면 정관변경안 또한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한글과컴퓨터는 주총 전까지 스마트시티 사업 추진 청사진을 토대로 KB투자자산 등 주주들에게 정관변경 당위성을 납득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KB투자자문 관계자는 "주요 포트폴리오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외부 자문기관의 자문도 받고 내부 협의를 거쳐 의사결정 방향을 정한다"며 "한글과컴퓨터를 포함해 주총 전까지 유동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최종 의사결정이 나온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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