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아시아나 위기]금호터미널 2700억 매각사건…돌아보면 아쉬운 거래⑤그룹 재건 성공 불구 '적정 가격' 논란
고설봉 기자공개 2019-04-05 08:57:57
[편집자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마저 퇴진하게 한 아시아나항공 위기의 근본 원인은 '경영실패'다. 실패의 책임을 따지자면 박삼구 회장 뿐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 그리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자유롭지 않다. 책임 추궁은 정상화 이후의 문제다. 지금은 어떻게 아시아나항공을 정상적으로 운영시키고 재무적 위기에서 탈출시키는지가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위기의 근본 원인을 우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위기에 빠지게 된 재무·회계·정무적 원인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4일 1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그룹 재건'은 2015년 1월30일 금호산업이 매물로 시장에 등장한 때부터 시작된다. 당시 재계와 시장의 관심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아올 수 있는지 여부에 쏠렸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등 쟁쟁한 후보들이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결국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았다.재계와 시장의 이목이 온통 금호산업 인수전에 쏠린 사이 박 회장과 금호그룹 내부에서는 금호터미널을 중심으로 하는 합종연횡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았던 금호기업의 설립은 향후 박 회장의 그룹 재건을 위한 '지주회사' 모태로 평가받는다. 금호기업은 금호산업 인수에 이어, 금호터미널 인수와 합병, 금호고속 인수와 추가 합병 등으로 이어지는 계열사간 짝짓기를 가속화 한다.
2017년 11월말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의 마지막 한 수인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합병을 마무리 짓고, 이후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 지주회사 체계를 출범했다. 박 회장과 아들 박세창 금호그룹 사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 66.22%를 보유한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 일가의 금호그룹 지배의 핵심 회사로 거듭났다.
이런 일련의 '그룹 재건' 과정에서 되짚어봐야 할 중요한 한 장면은 금호기업의 금호터미널 인수 과정이다. 사실상 특수목적법인(SPC)에 불과했던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과의 합병을 통해 현금이 들어오고 사업을 실제로 실행하는, 사업형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됐다. 또 '투자 목적' 외에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 생겼다. 박 회장의 금호기업에 생기를 불어넣어준 것은 금호터미널이다. 이런 금호터미널은 2016년 4월 중순까지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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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터미널 '손바뀜'…최종 주인은 박삼구 회장
금호터미널은 2006년 10월2일 금호산업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지분 100%는 금호산업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박 회장의 손을 떠나게 될 상황을 맞으면서 처음 손바뀜이 일어난다. 당시 금호그룹은 금호터미널을 금호그룹 다른 계열사인 옛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에 넘긴다. 2009년 12월30일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게 될 금호산업을 대신해 옛 대한통운이 금호터미널의 모회사가 됐다.
금호산업은 2009년 9월16일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옛 대한통운에 2191억원에 매각했다. 2009년 6월30일 금호산업이 계상한 금호터미널의 장부가액은 2722억원이었다.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이 이뤄지면서 금호산업은 지분법적용투자주식 손상차손 542억원을 인식했다. 당시는 금호산업이 금호그룹 품을 떠나게 되는 상황이었고, 옛 대한통운은 금호그룹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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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채 2년이 지나기도 전에 금호터미널은 또 다시 새 주인을 맞는다. 이번에도 금호그룹에서 떠나는 계열사를 대신해, 남겨진 계열사가 금호터미널을 품었다. 옛 대한통운 매각이 시작되기 전 금호그룹은 금호터미널을 아시아나항공과 짝지었다. 2011년 6월17일 옛 대한통운은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아시아나항공에 2555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옛 대한통운은 처분이익 272억원을 인식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로 편입된 금호터미널은 한동안 지배구조 변경 없이 유지됐다. 하지만 2015년 박 회장이 '그룹 재건'에 시동을 걸면서 금호터미널은 다시 주인이 바뀌게 됐다. 박 회장이 금호기업을 설립해 금호산업을 인수한 이듬해인 2016년 4월29일 금호터미널은 금호기업에 인수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시 금호터미널의 가치를 장부가로 2648억원으로 계상해 놨고, 매각가로 2700억원을 받았다. 사실상 장부가 그대로 박 회장의 개인회사에 금호터미널을 넘겼다.
금호터미널 매각 과정에서 앞선 금호산업과 옛 대한통운의 매각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본질적인 의미 자체가 다르다. 앞선 두번의 매각은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위기에서, 옛 대한통운의 매각 때문에 벌어진 어쩔 수 없는 매각이었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나항공에서 금호기업으로 금호터미널이 매각될 때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에 매각했을 때는 그 이전 외부 사모펀드(PEF)에 매각됐던 '금호고속'이라는 핵심 계열사가 자회사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다.
금호터미널을 얻은 박 회장은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지주회사 체계를 가출 기틀을 마련했다. 박 회장은 금호터미널 인수 뒤 곧바로 2015년 5월4일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의 합병을 발표했다. 합병은 2015년 8월11일 완료됐다. 사명은 금호터미널에서 금호홀딩스로 바뀌었다. 현재 옛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으로 사명을 바꾸고, 박 회장의 금호그룹 지배의 핵심인 지주회사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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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가에서 장부가로 이어진 매각…실제 가치는 얼마였을까
비교적 손 쉽게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을 완료하고, 현 금호고속을 중심으로 그룹 지배력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금호터미널 인수다. 박 회장의 개인회사였던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을 아시아나항공이 인식한 장부와 대동소이한 금액으로 인수하며 자금을 아낄 수 있었다. 이미 금호산업 인수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박 회장 입장에서 금호터미널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오는 것이 무조건 유리한 상황이었다.
2015년 12월31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지분 100%의 가치를 2648억원으로 장부에 계상했다. 금호기업은 이를 2700억원에 사왔다. 매매시점 당시 고개를 들었던 '금호터미널 매각 실사보고서 위조' 논란을 제외하고서 감사보고서에 드러난 금호터미널의 자산 등을 근거로 가치를 산정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매각이 진행될 당시의 단순 순자산가치로 보면 금호터미널의 가치는 매각가인 2700억원보다 높다. 2015년 12월31일 연결 기준 금호터미널의 순자산가치는 2807억원이었다.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뺀 순수 자본총액이다. 2015년12월31일 금호터미널의 보유현금은 2827억원이었다.
또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을 인수하기 1년전인 2015년 5월27일 단행된 금호터미널의 금호고속 인수도 눈여겨 봐야 한다. 당시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 지분 100%에 대한 인수 대금으로 4500억원을 지출했다.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 인수를 통해 금호고속에 대한 지배력도 100% 확보했다. 이미 1년 전에 4500억원을 주고 인수한 금호고속의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금호터미널의 가치를 재산정해보면 약 7307억원으로 추정된다는 시각이 당시 재계에서 일었다. 금호고속 4500억원에 금호터미널의 순자산가치인 2807억원을 단순 합산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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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가치다. 2015년 12월31일 금호터미널은 연결 기준 총 1조1749억원의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중 87.89%인 1조326억원이 투자부동산(건물과 토지)이었다. 금호터미널은 터미널 사업을 영위했던 만큼 전국 주요 도시의 핵심 입지에 토지와 건물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금호터미널 2015년 감사보고서 주석에 따르면 "유형자산의 취득원가 산정시, 당해 자산의 제작원가 또는 구입원가 및 경영진이 의도하는 방식으로 가동하는데 필요한 장소와 상태에 이르게 하는데 직접 관련되는 원가를 가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토지, 코스 및 조경은 감가상각을 하지 않으며, 그 외 유형자산은 자산이 사용가능한 때부터 자산의 취득원가에서 잔존가치를 차감한 금액에 대하여 아래의 내용연수 동안 정액법으로 상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 2015년 12월31일 현재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2015년 금호터미널의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토지 6149억원, 건물 4177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건물은 감가상각 등이 적용될 수 있는 만큼 그 가치가 지속 하락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토지의 경우 매년 공시지가 및 시장가 상승 등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가치가 매년 상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박 회장은 금호기업을 통해 총 약 1조원의 부동산을 보유한 금호터미널을 2700억원에 인수한 셈이다. 다만 당시 금호터미널은 부채가 많았다. 부채를 모두 걷어낸 자산의 규모는 2807억원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평가 결과에 땨라 객관적으로 매각한 것"이라며 "자산이 많다고 부채를 빼고 가격을 치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금호터미널의 정확한 적정가치는 이후 베일에 쌓이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재산상 손실이 예상된다며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가치 평가와 매각 방식에 법률위반 소지 등 문제가 많다"고 했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에 공식 질의 및 자료제공 요청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헐값에 자산을 매각해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게 주장의 요지였다.
금호터미널은 2015년 기준 연간 약 621억원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회사였다. 그러나 금호기업과 합병한 뒤부터 현금창출력이 약화됐다. 합병 첫 해인 2016년 금호터미널은 에비타가 383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합병 등의 영향으로 2015년 2865억원에서 1조5313억원으로 약 5배 등가했지만, 현금창출력은 반토막났다. 영업이익도 2015년 362억원에서 2016년 256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순손실은 금호기업과의 합병 이후 279억원으로 소폭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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