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아시아나 위기]마법같은 회계 또 있었다…금호리조트 가치변화③2014년 계열사 4곳 내세워 인수, 공정가치 평가로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
김경태 기자공개 2019-04-04 08:34:44
[편집자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마저 퇴진하게 한 아시아나항공 위기의 근본 원인은 '경영실패'다. 실패의 책임을 따지자면 박삼구 회장 뿐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 그리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자유롭지 않다. 책임 추궁은 정상화 이후의 문제다. 지금은 어떻게 아시아나항공을 정상적으로 운영시키고 재무적 위기에서 탈출시키는지가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위기의 근본 원인을 우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위기에 빠지게 된 재무·회계·정무적 원인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3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정정 사태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이 중 삼일회계법인이 '한정' 의견을 제시했던 근거 중 눈에 띄는 부분은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와 에어부산의 연결 편입 등에 대한 회계 처리에 대한 지적이다.이와 관련해 과거 아시아나항공이 금호리조트를 연결로 편입하는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금호리조트는 애초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가 아니었던 곳이다. 금호산업 등 여러 기업의 지배를 받으며 떠돌아다니다 2014년 아시아나항공의 연결 종속사가 됐다. 당시 공정가치 평가가 이뤄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연결 당기순이익을 급격히 개선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 해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2006년 분할 설립 후 수차례 주주 변경, 금호그룹 품 떠나기도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들을 통해 금호리조트를 지배하고, 종속사로 거느리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금호리조트가 아시아나항공의 품에 안기기까지는 금호산업에서 분할 설립 후 약 8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 시간 동안 금호리조트는 여러 계열사들의 지배를 받으며 모회사에 회계적 영향을 미쳤다.
우선 금호리조트는 금호산업의 그늘 아래서 탄생했다. 금호산업은 2006년 여객자동차터미널 사업부문과 리조트 사업부문을 분할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금호산업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함으로써 각 사업의 전문화를 이루고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여객자동차터미널 부문은 금호터미널이 됐고, 리조트 사업부문은 금호리조트로 탄생했다.
금호리조트는 분할 후 금호산업의 100% 지배를 받았다. 그러다 설립 이듬해인 2007년 10월 아시아나레저와 지오시티에스(CTS) 2곳을 각각 흡수합병하면서 주주 현황에 변동이 생긴다. 금호산업의 지분율은 67.78%로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주주로 등장했지만 지분율은 28.57%였다. 금호산업이 2006년 인수한 대우건설은 금호리조트의 지분 3.47%를 보유했다.
그 후 이듬해 금호산업이 다시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금호산업은 2008년 2월 25일 금호리조트 주식 327만주를 829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금호산업은 "지주회사 행위제한 의무 충족"을 위한 것이라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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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이 다시 단일 최대주주가 되던 첫해에 금호리조트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15억원을 거뒀지만, 영업외비용이 전년보다 7배가량 불어나 당기순손실 202억원을 거뒀다. 이는 금호렌터카 때문이었다. 당시 금호리조트는 금호렌터카의 지분을 21.72% 보유하고 있었는데 손실이 누적되면서 장부가액을 0원으로 만들고 금융비용으로 털어냈다. 이로 인해 영업외비용이 급증했다.
이듬해 금호리조트의 주주는 또 변하게 된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로 인한 후유증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자 경영 위기를 겪었다. 2009년 11월 말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금호리조트 지분 50%를 대한통운에 매각했다. 금액은 826억원이었다. 지분 매각 과정에서 지분법적용투자주식처분손실 53억원을 계상했다. 금호리조트를 종속사에서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재분류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호산업은 금호리조트 지분을 판지 한 달 뒤인 2009년 12월 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2010년 1월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받았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에도 금호리조트의 지분을 직접 보유했는데 이듬해부터 상황이 크게 바뀐다.
금호산업은 2011년 11월 금호고속을 분할 설립했고, 금호리조트 지분은 금호고속이 가졌다.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1년 12월 대한통운을 CJ그룹에 매각했다. 또 2012년 6월 총 3310억원을 받고 금호고속 지분 100%를 코에프씨아이비케이에스케이스톤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IBK펀드)에 팔면서 금호리조트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품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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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시아나항공에 일으킨 '공정가치 마법' 데자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리조트에 대한 지배력을 회복한 것은 2014년이다. 같은 해 1월 CJ대한통운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리조트 지분 50%를 695억원에 인수했다. 3년 전 CJ대한통운에 해당 지분을 매각할 때보다 131억원가량 싸게 샀다. 당시 CJ대한통운은 처분 목적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 공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리조트에 대한 '유의적인 영향력'을 획득했다. 금호리조트는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균등 유증과 불균등 유증을 잇달아 단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은 51.2%로 소폭 올라가 금호리조트의 최대주주가 됐고 연결 종속사가 됐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리조트의 지분을 직접 취득해 지배력을 획득한 것이 아니었다. 금호리조트 인수 주체로는 아시아나항공의 연결 종속사인 △금호터미널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애바카스(현 아시아나세이버) 4곳이 투입됐다. 지분율은 각각 18.42%, 18.42%, 7.37%, 7%였다. 4곳은 모두 금호리조트에 대한 유의적인 영향력이 없다며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4곳의 모회사로서 금호리조트를 연결 종속사로 편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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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리조트를 연결로 편입하던 때 누린 '효과'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별도 기준으로 당기순손실 952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같은 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632억원을 나타냈고 전년과 비교해 흑자로 돌아섰다. 기타수익 중 관계기업투자처분이익이 1327억원으로 전년보다 21배 급증해 흑자가 가능했다.
당시의 관계기업투자처분이익은 금호리조트 때문에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을 비롯한 4개 계열사는 2014년에 금호리조트 지분 공정가치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공정가치는 기업이 비상장사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지배력에 변경이 생긴 경우 구한다. 이로 인한 처분손익은 지분법 평가이익과 유사하며, 현금유입이 없는 회계적 손익 증감이 일어난다.
아시아나항공의 종속사 4곳은 2014년 감사보고서에 "(금호리조트 지분은) 시장성이 없는 지분증권으로서 독립적인 외부전문기관이 수행한 주요 자산의 평가 결과를 참조해 순자산조정법(adjusted net asset method)으로 공정가치를 측정했다"고 밝혔다. 집계한 공정가치에서 '지분 매입가+유증 출자액'을 뺀 금액을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으로 인식했다. 금호리조트는 2014년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자기업이었지만, 인수자인 계열사들이 공정가치를 평가한 후 처분손익을 얻는데 도움이 됐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공정가치를 구했는데, 금호리조트의 지분을 취득함으로서 인수한 '자산·부채'의 공정가치를 평가했다고 밝혔다. 금호리조트와 그 자회사 △Kumho Holdings H.K. Co., Ltd.△Asiana Country Club Weihai Co., Ltd에 대한 공정가치를 계산했다. 금호리조트를 별도로 하고 해외법인 2곳을 묶어 평가했다.
금호리조트의 공정가치는 1343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법인 2곳의 공정가치는 788억원이다. 눈에 띄는 점은 공정가치 조정 대부분이 유무형자산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금호리조트의 유무형자산 공정가치 조정은 플러스(+) 1227억원이다. 해외법인 2곳은 1260억원이다. 이로 인해 공정가치는 장부금액을 훨씬 상회했다. 이렇게 해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리조트에서 567억원, 해외법인 2곳에서 760억원 등 총 1327억원의 처분이익을 인식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리조트를 인수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2014년 12월에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은행협의회는 아시아나항공이 자율협약 개시 후 정상적인 외부자금 조달을 지속하였고, 자력으로 영업 및 재무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자율협약 종료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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