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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파트너스, '철강 행동주의'라 불리는 까닭 [행동주의 헤지펀드 분석]②철강 애널리스트 김봉기, 주식매니저 윤종엽 공동대표 체제

구민정 기자공개 2019-04-18 13:01:00

[편집자주]

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덩치가 크지 않지만 국내 사모 헤지펀드들도 액티비스트(Activist)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더벨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의 운용철학과 전략, 핵심인물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행동주의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철강 행동주의'다. 조선선재·한국철강 등 철강산업 관련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에 강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과점산업인 철강산업은 그 특성상 정보 접근과 기업분석이 쉽지 않다. 내부 상황을 잘 모르면 주주 행동주의에 나서기도 어렵다. 그만큼 밸류파트너스운용의 행동주의는 치밀함과 정밀함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가능케 했던 핵심인물이 바로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운용 공동대표다. 김 대표는 1996년부터 보안업체 에스원에서 재무기획부서를 거쳤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직해 철강·비철·금속 섹터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철강업계 트랙 레코드를 쌓았다. 철강 전문가로 경력을 쌓은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로 이직해 센터장을 역임했다.

그는 철강 애널리스트 관점에서 보면 과점산업인 국내 철근산업이 저평가돼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10년간 국내소비가 생산보다 약 6% 많은 상태고 전후방산업의 산업집중도가 낮아 철근회사 가격 협상력이 높다고 봤다. 김 대표는 특기를 살려 한국철강과 모회사 KISCO홀딩스를 저평가 기업으로 골라냈다. 이들이 경쟁사 대비 높은 원가경쟁력을 통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밸류파트너스운용은 작년 조선선재·KISCO홀딩스와 올해 KISCO홀딩스·한국철강에 회사 보유현금이 주가보다 훨씬 높다며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라 요구했다. 해당기업 주주총회에선 재무제표 승인안과 사내이사선임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김봉기 대표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운용 대표
김 대표를 철강 행동주의로 이끈 윤종엽 공동대표 역시 운용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1983년 신협중앙회에 입사해 자금운용총괄까지 맡았다. 2000년 운용사로 옮겨 채권운용을 맡았다. 이후 2006년엔 유경PSG자산운용으로 이직해 주식운용본부장을 역임하며 펀드매니저 생활을 했다. 밸류파트너스에서의 활약을 위한 밑거름을 탄탄히 다진 셈이다.

타깃 기업에 대한 공격 포인트는 상당히 정교하다. 윤 대표는 앞서 언급한 철강 제조기업 경영진들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해 자본효율성(ROE)이 매우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철강 보유현금은 지난 2월 27일 시가총액 2817억원 대비 1.3배 수준이어서 주가가 저평가 된 상태라고 윤 대표는 보고있다. 윤 대표는 "회사 보유현금이 주가보다 훨씬 높은 상장회사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매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펀드매니저 출신 시절 대부분 국내 애널리스트를 신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고평가돼 주가가 상승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천편일률적인 종목 분석을 내놔 시장 쏠림현상을 더 부추긴다고 생각했다.

윤 대표는 "펀드매니저 출신이기 때문에 종목 분석을 잘하는 애널리스트와 협업하고 싶었는데 고유한 철학 없이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았다"며 "그러는 와중에 김봉기 대표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매니저 시절부터 철강 애널리스트였던 김 대표 종목 분석을 눈여겨 봐오면서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다. 그가 중시했던 보텀업(bottom up) 방식으로 김 대표가 종목 분석을 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가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과 유사했다. 보텀업 방식은 개별 종목 기업에 대한 조사 분석을 통해 투자종목을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방식을 일컫는다.

윤 대표는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김 대표는 투자철학이 뚜렷했고, 그의 투자철학이 내 생각과 일치했다"며 "당시 국내엔 드문 애널리스트여서 함께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2012년 윤 대표와 김 대표는 각자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밸류파트너스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향후 밸류파트너스운용은 주주 행동주의가 대두되면서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대상 기업도 철강 제조기업에서 타 산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그만큼 두 대표의 전공도 확장되는 것이다. 지난해 '아트라스BX', '현대홈쇼핑' 등에도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두 대표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그들은 '주가'와 '주주가치'를 구분한다. 일임자산으로 행동주의 대상 기업을 투자하고 있지만 단기간 주가를 올린 뒤 처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해당 기업의 재무 활동을 적극 감시해 주주가치를 올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상승을 유도한다. 이미 영업투자활동은 잘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재무활동 부문을 개선해 기업 가치를 전체적으로 제고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윤 대표는 "행동주의 대상 기업과 싸우자는 게 아니다"라며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올려서 주가는 따라 올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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