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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의장 중심…이사회 자율경영 '연착륙' [중견 게임사 경영분석]⑧전략통에서 의사결정자 변모…이재용 부회장 이사회 불참은 아쉬워

이정완 기자공개 2019-04-15 08:27:27

[편집자주]

삼성그룹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 2년이 지났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 이름을 바꿔가며 60여년 동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전실의 해체는 삼성의 안팎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전실 해체 후 삼성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2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2017년 12월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를 발표하면서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을 공언했다. 자율경영의 핵심은 이사회 역할 강화에 있다. 지난해 3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시도를 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경영 분리 체제를 정착시키고 있다.

이상훈
권 회장에 이어 새롭게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인물은 미전실 출신의 이상훈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사진)다. 이 의장이 과거 미전실에서 사업을 발굴하는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사회 의장으로서 최적의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대내외적으로 주요 의사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과거엔 미전실에서 결정된 사항은 이사회에서 추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젠 이사회의 결정이 우선이란 설명이다. 물론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까지 회사의 주요 정책 입장자들이 의견을 내겠지만 이사회의 기능이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아직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적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 미전실 전략1팀장 출신 이상훈 의장, 독립경영 이끌어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5인(이상훈, 이재용,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과 사외이사 6인(박재완, 김선욱, 박병국, 김종훈, 김한조, 안규리)으로 구성돼 있다. 2017년말과 비교해보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각 1명씩 늘었다.

이사진 증가 배경에는 이상훈 의장 선임에 있었다. 2017년말에는 권오현 회장,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등 사내이사가 4인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이상훈 의장이 더해지며 사내이사가 1명 더 늘었다. 상법 상 대규모 상장사(자산총액 2조원 이상)는 사외이사를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사외이사도 덩달아 늘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책임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그룹에 수많은 계열사가 있는 만큼 업무가 중첩될 수 있는 영역을 조율하는 것이 미전실의 주요 업무였다"고 설명했다. 미전실 해체 후 이사회 권한을 강화해 미전실을 대체하겠다는 것이 삼성의 복안이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경영 분리 1년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설명자료를 통해 "경영진은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에 더욱 전념할 수 있었고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에 대한 감독 강화 및 사외이사의 적극적 의사결정 참여유도를 이끌 수 있었다"며 "이사회가 실절적인 의사결정기구로 정착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의장은 경영지원실장을 맡기 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전실 전략1팀장을 맡았다. 미전실 산하 전략팀은 1팀과 2팀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1팀에서는 전자 계열사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 의장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했으며 이후 권오현 회장이 2017년 10월 경영일선에서 용퇴하기로 한 시기에 함께 현업에선 손을 뗀 상황이었다.

이 의장은 삼성전자 입사 후 대부분의 경력을 전략 조직에서 쌓아온 인물이다. 이 의장은 삼성전자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비서실(1990년)·기업구조조정본부(2004년)·전략기획실(2008년) 등을 거쳐온 경력 덕에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의결로 아직은 제한적…삼성중공업 지원하기도

'전략통'이었던 과거 이 의장의 행보에 비춰보면 이사회 의장으로서 맡은 역할이 다소 제한적으로 보인다. 지난해 회사가 공시한 이사회 의안내용을 살펴보면 회사 경영에 중대한 변화를 줄만한 안건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회 차례 이사회를 열었다. 거의 대부분 매월 하반기에 이사회를 열었고 4월에만 두차례 이사회를 열었다. 2월 5월 12월엔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 대부분 이사회 안건은 절차상 처리를 위한 건이다. 재무제표 승인이나 주총 소집, 분기·반기 보고서 승인, 배당 및 이사 보수 책정 등의 이슈다. 사회공헌 관련 안건이 상당수였다. 삼성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의 기부금은 모두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했다. 과거 미전실에서 자의적으로 결정했던 기부금 처리를 이사회에서 투명하게 정리한 것이다.

눈에 띄는 내용은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승인 건이다. 지난해 4월 6일 삼성전자 이사회는 삼성중공업 증자에 참여하는 건을 의견한다. 삼성전자는 회사가 지분 17%를 보유한 삼성중공업 지원을 위해 지난해 4월 20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 최대주주로서 조선업 불황으로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삼성중공업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1조4088억원을 마련한 삼성중공업은 9719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고 4369억원을 자재구매 대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분야 사회공헌 활동인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지원을 위해 2024년까지 500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통해 5년간 600억원을 지원하는 스마트팩토리 지원사업 등 지난해 총 6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기부금을 출연했다. 이외에 보유주식 소각, 액면분할 안건 등도 모두 이사회에서 논의, 결정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큰 역할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시장환경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인수 후보가 나타나면 M&A 측면에서 이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기임원

◇ 사외이사 강화…이재용 부회장 목소리 부재는 아쉬워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외이사를 다양화했다. 삼성이 미전실 해체 시 발표한 이사회 실질적 권한 강화 방안 중 하나였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 CEO와 여성인력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선임된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은 미국 벨연구소 최연소 사장 출신으로 미국에서 통신장비업체 유리시스템즈를 설립, 1조1000억원에 매각한 벤처 신화 주인공이다. 여성 사외이사인 김선욱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을 지냈으며 2010년부터 4년 동안 이화여대 총장을 역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한 자리에 여성 사외이사로 안규리 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를 선임했다. 안 교수는 장기 이식 전문가로 현재 사단법인 생명잇기 이사장, 해외 의료 봉사단체 라파엘인터내셔널 이사장을 맡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주요 투자지표로 떠오르는 상황 속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선임으로 평가 받는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힘을 싣기도 했다. 2017년에는 이사회 의장을 맡던 권오현 회장이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사추위)에 참여했으나 지난해에는 사외이사 3인(박재완, 박병국, 김종훈)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후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포하며 사회와 시장에서 요구하는 이사진 다양성을 만족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거수기' 사외이사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 강화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은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회 참여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 경영에 복귀한 후 이사회 의결 절차에 한 차례도 참여하지 않았다.

과거 삼성은 미전실을 통해 회장에게 안건을 보고하고 미전실을 통해 주요 업무 지시 사항을 전했다. 물론 이 부회장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경영진과 소통하고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식 루트인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관련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이사회 강화 기조와 다소 배치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재판 중이라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대법원 판결 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사회에 꾸준히 참석해 경영 의사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면 이사회 강화 기조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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