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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TF, 미전실 금융일류화추진팀 DNA 이어 [삼성 미전실 해체 2년]⑤미전실 출신 박종문 전무가 이끌어…지난해 삼성전자 지분 블록딜 매각 주도 경험도

이정완 기자공개 2019-04-11 08:16:07

[편집자주]

삼성그룹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 2년이 지났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 이름을 바꿔가며 60여년 동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전실의 해체는 삼성의 안팎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전실 해체 후 삼성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0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2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후 지난해 2월 삼성생명에는 금융경쟁력제고TF가 신설됐다. 금융TF는 삼성전자경영지원TF나 EPC경쟁력 강화TF에 비해 다소 늦게 출범했다.

삼성은 생명·화재 등 보험사를 중심으로 카드, 증권, 자산 운용 등 비은행 금융 사업에 두루 진출해 있다. 삼성을 비롯해 한국 금융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삼성은 과거 미전실 시절부터 금융계열사 전략을 아우르는 '금융일류화추진팀'을 두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 미전실 해체 이후에도 금융경쟁력제고TF가 '금융 일류화'란 과제를 이어받았다.

금융경쟁력제고TF는 옛 미전실에서 금융일류화추진팀이 하던 업무를 주로 맡는다. 단순히 보면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전자 계열사 간 업무 조율을 위한 조직인 것과 동일하다.

더 중요한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다. 정치권에선 삼성에 대한 공격 포인트로 항상 금융과 산업의 연결 고리를 지목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삼성전자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의 자본 건전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지만 정치권의 공격 빌미를 제공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금융경쟁력제고TF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통해 건전성까지 확보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 금융경쟁력제고TF 이끄는 미전실 '금융일류화추진팀'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TF는 10여명의 인력으로 꾸려져 있다. 현재 조직에 속한 임원은 2명이다. 이들은 모두 미전실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금융일류화추진팀은 2004년 삼성그룹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태스크포스로 신설돼 이후 2015년 정식 팀으로 승격됐다.

미전실 금융일류화추진팀이 맡던 일은 베일에 싸여 있었으나 2017년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 재판 과정에서 일부 드러났다.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2016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작업을 추진하며 금융위원회 등 관계 당국과 논의를 진행했다는 것이 공개됐다.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는 삼성생명 인적분할·현물출자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당시 비금융계열사 지분 매각과 이로 인해 생기는 매각 차익에 대한 유배당 보험상품 계약자 배당 문제도 검토됐다. 금융위의 반대로 금융지주사 전환은 무산됐다.

금융일류화추진팀의 경험을 물려 받은 금융경쟁력제고TF는 해당 팀에서 금융 컨트롤타워 업무 경력을 쌓은 박종문 삼성생명 전무가 이끌고 있다. 박 전무는 금융경쟁력제고TF를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해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도모와 지배구조 이슈 논의한다.

금융경쟁력제고TF
미전실 내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경영지원업무를 담당하던 박 전무(당시 상무)는 2017년 6월 삼성생명 CPC(Customer Product Chanel)전략실 실장으로 복귀했다. 박 전무는 삼성생명에서 미전실로 파견 온 인물이었다. 지난해 2월 전무로 승진한 박 전무는 연말 인사에서 금융경쟁력제고TF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전무는 KAIST MBA에서 수학했다.

박 전무와 함께 금융경쟁력제고TF 담당임원으로 일하는 손관설 상무 역시 미전실 출신이다. 손 상무는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생명 보험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미전실에서는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관련 업무를 맡았다. 손 상무는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손 상무는 "금융계열사의 기존 경쟁력만으로는 성장이 어려워 사업 체제를 효율적으로 개편하려 했다"는 내용의 증언을 했다.

지난해까지 금융경쟁력제고TF장으로 조직을 이끌었던 유호석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부사장(당시 전무) 역시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유 부사장은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금융 계열사 자산 운용 관리를 맡았다. 지난해 11월 승진한 유 부사장은 자산PF운용팀 상무, 자산운용본부 상무를 맡으며 운용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유 부사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금융경쟁력제고TF에서 임원이 맡은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경쟁력제고TF가 겉에서 볼 때 미전실과 연관지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여지가 많아 내부 조직을 알리기 조심스러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지분 해소 전략 고심하는 금융경쟁력제고TF…당분간은 '정중동' 행보

금융경쟁력제고TF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간 시너지 제고,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사업 지원 역할을 한다.

지배구조 개선도 역시 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해 풀어야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등에 대한 투자는 자산건전성을 높이는 효과와 삼성의 지배구조 안정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 연결 고리가 정치권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는 이상 중장기적으로 이를 풀어야 한다.

당장 국회에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 7월 대표발의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상당수를 해소해야 한다. 박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16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기존 8.51%에서 약 3%까지 낮아진다.

삼성전자의 지배력 약화를 최소화하면서 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원만히 이끌어내는 게 금융경쟁력제고 TF의 과제다. 금융경쟁력제고TF는 과거 금융일류화추진팀이 그러했듯 정부와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며 직면한 문제를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금융사 등에 관련 소통 부서를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삼성 금융 계열사의 경우 금융경쟁력TF가 이를 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해말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시범 운영하면서 금융경쟁력제고TF와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경쟁력제고TF는 지난해 5월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주식 블록딜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0.42%)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삼성생명의 이 같은 조치는 현행 보험법상 보험사가 10% 넘는 일반 제조회사의 지분을 사실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산분리법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따라 삼성전자 전체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현행법을 위반 하기 않기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금융경쟁력제고TF가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던 시기에 금융위가 반대했던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유배당 계약자 배당 차익 문제 등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금융경쟁력제고TF가 금융일류화추진팀처럼 나서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또한 "이 부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와 같이 민감한 문제를 근시일 내에 다룰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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