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저변 확대 절실, 정책적 유인 필요 [ESG채권 시장 점검]③세제 혜택 등 실익 요구…평가지표 개선 지적도
피혜림 기자공개 2019-04-29 07:30:00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5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이 원화채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주요 평가기준이 수익률인 국내 자산운용 시장의 특성 상 경제적 실익 없이는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SG채권 투자 시 세제 혜택, 공모주 물량 배정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다만 경제적 유인만으로 ESG채권 시장에 접근할 경우 본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대의에서 벗어난 ESG채권이 범람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금융투자업계의 평가지표에 공익적 요소를 확대하는 등 ESG 투자를 위한 선순환 체제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수익성 중심 원화 시장, 경제적 실익 필수
ESG채권에 대한 원화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일부 공기업과 금융권 기업의 발행으로 지난해 시장이 형성됐지만 투자자는 물론 채권발행 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의 관심도 미미한 실정이다. 2017년 SK증권이 그린본드 등 기후채권을 인증하는 국제기후채권기구(CBI)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는 ESG채권에 대한 실질적 움직임에 나서지 않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ESG채권과 관련한 경제적 실익 제공이 시장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세제 혜택이나 발행비용 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 투자자와 발행사의 참여를 북돋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 출시로 쿠폰금리 0%대의 메자닌 발행이 빗발쳤던 점을 고려해 ESG채권을 일정 비율 투자할 경우 공모주 우선 배정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특성상 실익이 제공되지 않는 한 시장 조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자산운용 상품의 경우 대부분 수익률을 기준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수익 개선과 관계가 없는 ESG채권 투자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원화 ESG채권 발행에 나섰던 이슈어(Issuer)들이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 기반 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경우 사회공헌 목적으로 조성된 펀드 자금이 풍부해 ESG채권에 대한 투자 유인이 충분하다"며 "반면 국내 시장의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가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자금을 조성하는 만큼 경제적 실익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성 추구, ESG 본질 비껴가…선순환 체제로 나아가야
ESG채권이 경제성보다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요구로 탄생한 만큼 수익성 지표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선진국의 ESG채권 시장은 제도적 지원이 아닌,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만든 규정 아래 성장했다. 풍부한 투자자금에 힘입어 사회적책임투자(SR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ESG자산 편입 비중을 늘렸다.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금융 체제 구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발행사와 투자자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ESG채권 시장을 성숙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 투자자와 발행사 등에 대한 평가기준을 수익성 지표에서 지속가능금융 등으로 넓히는 작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지속가능경영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자금조달 등 금융 측면에서는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경제적 실익에 기반을 둔 ESG채권 시장은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등 일부 신흥국의 경우 최근 관련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지만 동시에 해당 시장에서 발행한 일부 그린본드가 친환경과 거리가 먼 사업으로 조달 자금이 흘러가는 브라운본드(Brown bond)로 전락했다. 그린본드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내 일부 기관은 관련 채권 투자에 대한 검토 기준을 더욱 높이기도 했다. 시장 참여에만 집중할 경우 변종 ESG채권의 등장으로 투심이 위축되는 현상을 맞게 될 수 있는 셈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엄격하게 ESG채권을 평가하는 해외 일부 투자자의 경우 정책적 지원 등을 이유로 발행하는 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ESG채권은 투자자와 발행사의 자발적인 움직임 속에서 탄생한 만큼 경제적 관점의 접근보다는 시장 성숙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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