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리더' 김남정 부회장 과제는 [동원그룹 세대교체]⑦기존사업 강화에 주력할 듯…내부거래 축소 등 공정위 이슈 풀어야
박상희 기자공개 2019-05-02 13:42:00
[편집자주]
약 20여 년 전인 2001년 선제적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이 있다. 2003년엔 계열분리를 통해 경영권 승계도 마무리했다. '참치왕국' 동원그룹 이야기다. 1969년 설립 이후 동원그룹 성장 신화를 써 온 김재철 회장은 계열분리 16년 뒤 창립 50주년을 맞아 퇴진했다. 경영권 분쟁이나 후계구도를 둘러싼 잡음은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지주사 전환과 계열분리를 마무리 한 덕분이다.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변곡점과 남은 과제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6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엔 여러가지가 있다. 혹자는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리더십을 꼽을 것이고, 위기관리 능력이나 수익창출 능력을 우선시 할 수도 있다. 50년 간 '참치 왕국'을 이끈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아들 김남정 부회장(사진)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아직 회장 직을 승계하지 않은 김 부회장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도 경영'을 실천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의 창업이념은 '성실한 기업활동을 통한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무리하게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신규 사업에 뛰어들기보다는 크게 4개 부문으로 나눠진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비판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 '겸손·소박' 평가…'성실한 기업활동' 창업 이념 따를 듯
"앞장 서서 설치는 대신 뒤에서 묵묵히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이 김 부회장에 대해 내리는 평가다. 박 부회장은 김 회장의 매제이자 김 부회장의 고모부다. 동원그룹이 출범한 1996년 합류해 그룹 계열분리가 된 2003년부터 현재까지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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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겸손함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으로 회사에서도 임직원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한다"면서 "업무적인 부문에서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일하지만 업무 외적인 측면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김 부회장의 이런 성향은 이번 김 회장의 퇴진 이후 행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고모부이자 그룹 부회장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이끌고 있는 박 부회장을 의식한 것도 있겠지만 임직원에게 향후 본인이 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별도 인사나 메시지가 없었다. 아직 '회장' 직함을 물려받기 전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부회장이 물러나면 김 부회장의 경영 색깔이 확고해 질 것 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룹 안팎에서는 김 부회장이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더십을 입증하기 위해 급하게 사업다각화를 시도하거나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그룹 사업포트폴리오가 4개 부분으로 완성됐기 때문에 김 부회장은 신사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기존에 영위하고 있는 사업 내에서 신규 투자를 통한 기업 가치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2014년 부회장 승진 '경영 능력' 인정…높은 내부거래 비율 해결해야
동원그룹 출발은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을 설립한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기에는 1차 산업인 수산업이 기반이었다. 1982년 동원참치 통조림을 국내 최초로 출시하고 한신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1980년대 들어 식품사업과 금융업에 진출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그룹 토대를 다졌다. 1996년 그룹이 공식적으로 출범했고, 2001년 지주사 설립에 이어 2003년 금융지주인 동원금융지주 설립을 통해 계열분리를 이뤄냈다. 2008년 스타키스트를 인수하는 등 이후 동원그룹 행보는 M&A(인수합병)을 통한 사업다각화 및 외형확대였다.
김 부회장은 1998년 동원산업으로 입사했다. 그룹이 출범한 직후였다. 김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 지주사 설립과 계열분리 등을 거치며 식품 계열인 동원그룹을 자신이 물려받는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원그룹의 성장과 발전의 토대가 된 변곡점엔 김 부회장이 있었다.
김 부회장은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영업부터 기획·재무·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업무 경험도 다양하다. 향후 김 부회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김 회장의 조치로 풀이된다.
1998년 동원산업 영업부로 입사한 김 부회장은 2000년 신설된 동원F&B 기획팀으로 이동했다. 2002년엔 동원엔터프라이즈 경영관리실에서 근무했다. 2004년 동원F&B로 돌아와 마케팅전략팀장을 맡았다. 2005년엔 동원산업으로 이동해 경영지원실장을, 이듬해엔 동원시스템즈에서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다. 2011년에 동원엔터프라이즈로 이동해 부사장에 올랐다.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선 그룹의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동원엔터프라이즈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4년 부회장 승진은 아버지 김 회장으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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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은 4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수산 △식품 △물류 △포장재 등이다. 김 부회장은 각 사업군 계열사 대부분을 거쳤다. 김 부회장은 무리하게 신규사업에 뛰어들기보다는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동원그룹 주요 계열사인 동원산업, 동원F&B, 동원홈푸드는 약 1900억원을 공동투자해 성남에 대규모 첨단 복합물류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물류관리뿐 아니라 식품처리도 가능한 복합시설이 될 예정이다. 동원시스템즈가 약 700억원을 투자해 진행하는 미래형 친환경 고부가가치 무균충전음료(아셉틱)사업은 오는 6월 강원도 횡성에서 첫 생산에 나선다. 동원홈푸드 역시 약 620억원을 투자한 충주공장이 본격 오픈을 앞두고 있다. 그외에도 그룹의 다양한 주축사업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높은 내부거래 비율도 김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엔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수익창출 및 위기관리 능력에 더해 윤리경영 역시 리더의 중요한 항목으로 손꼽힌다.
식품기업은 일반적으로 제조, 포장, 판매 등을 그룹 계열사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내부거래비율이 높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동원엔터프라이즈가 2010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전체 매출에서 지주회사 관련 매출을 제외한 비지주회사 매출 중 특수관계인 매출(지주회사로 인한 매출 제외)을 기준으로 한 내부거래 비중이 6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 계열사의 경우 20%) 이상이면 이들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 또는 국내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때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다. 동원그룹의 자산 규모는 5조원을 웃돌고,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은 사실상 100%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내부거래 규모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 내부거래 규모는 2017년 27.8%에서 지난해 27.2%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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