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구 대표, 만화광 신입사원에서 웹툰 개척자로 [네이버를 움직이는 사람들]③2005년 웹툰 출시 후 1위 등극…포브스 선정 혁신적 차세대 리더로 인정
정유현 기자공개 2019-05-03 07:51:37
[편집자주]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네이버는 국내 대표 IT기업이다. 네이버는 전통적인 대기업처럼 경영 전반을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주요 리더가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직 개편 실험도 한다.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네이버를 이끄는 주요 조직과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9일 07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는 내부의 사내독립기업(CIC)이 독립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별도 법인으로 분사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CIC 도입 2년 만에 네이버에서 처음으로 분사한 주인공은 웹툰&웹소설 CIC였다. 콘텐츠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유망한 사업분야였다. 네이버 콘텐츠 전략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은 27세에 입사해 국내 웹툰 생태계를 개척한 김준구 대표(사진)가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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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의 일치)', 한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덕후에 직업을 합친 것으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경우를 이렇게 말한다. 김 대표에게 붙는 수식어이자 네이버웹툰 성공의 키워드다.
서울대학교 응용화학부를 졸업한 김 대표는 8800권 이상의 만화책을 보유한 만화광으로 통한다. 자발적인 열정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웹툰 사업을 성공시킨 김 대표는 포브스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차세대 리더 12인'(2014년)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 신입 사원에서 만화 서비스 담당자로…맨손으로 웹툰 사업 일궈
만화를 좋아하는 신입 사원이었던 김 대표는 웹툰 기획자를 꿈꿨다. 당시 네이버 내에는 관련 부서조차 없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만화는 이미 사양 산업에 접어들고 있었다. 인터넷이 일상생활에 침투하면서 사람들은 만화책 대신인터넷을 통해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누구나 원하면 불법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창작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은 고질적인 구조가 생겼다.
네이버에서는 웹툰이 아닌 만화책을 스캔해서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네이버만화' 서비스를 진행했지만 내부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 만화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가 담당자로 손을 들었고 만화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게 됐다. 만화를 계속 보고싶다는 일념 하나로 서비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발적인 동기가 있다면 신입사원도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네이버의 조직 문화다. 김 대표는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단순히 만화책을 디지털화하는 방식이 아닌 처음부터 온라인에 최적화된 만화 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이어갔다.
2004년 프로토타입 형태로 웹툰 서비스를 선보였고 2005년 본격적으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며 김진태 작가의 '바나나걸' 등의 작품을 연재했다.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06년 김규삼 작가의 '정글고'를 시작으로 네이버는 웹툰을 메인으로 내세웠다.
김 대표에겐 정글고 이후 고강도의 업무가 시작됐다. 하루종일 개발자 업무를 진행하고 웹툰 관련 업무는 퇴근 후에도 진행했다. 당시 웹툰은 다음 포털의 '만화 속 세상'이 1위 서비스였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김 대표는 만화 마니아 다운 안목으로 '낢이야기' 등의 스타 콘텐츠를 발굴했다. 인기 웹툰인 '마음의 소리'의 조석 작가와 '패션왕' 기안84도 김 대표가 발굴한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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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들이 20대, 30대 이상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은 것과 달리 김 대표는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가벼운 유머코드로 콘텐츠를 차별화 했다. 업계 최초로 요일제 시스템을 적용하며 사용자들이 웹툰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했다. 2013년에는 광고와 콘텐츠 판매를 결합한 수익 모델인 PPS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웹툰 원고 하단에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배너 광고나 텍스트 광고를 개제하고, 광고 수익을 작가와 네이버가 나누는 구조다. PPS 프로그램 덕분에 웹툰 작가들의 수입이 더 늘었다.
지난해 네이버가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년간 네이버웹툰에 작품을 연재한 300여 명 웹툰작가의 연평균 수익은 2억2000만원으로, 월평균 1800만원 수준이다. 작가 개인의 외부 활동을 제외하고, 네이버웹툰에서 지급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 규모다. 김 대표는 유료 콘텐츠 등의 수익모델을 발굴해 웹툰 IP 비즈니스를 안착시키며 국내 온라인 만화 시장을 개척했고 다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14년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라인을 통해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네이버가 웹툰의 글로벌 진출에 힘을 실었다. 당시 국내 웹툰 독자가 2000만명 규모였는데 네이버 웹툰 독자가 월간 1700만명 수준이었다. 국내 웹툰 시장을 잡은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에서 작가·작품 인지도 확보, 독자 확대 등의 단계별 프로세스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 첫 분사 CIC…네이버, 네이버웹툰 글로벌 사업 확대에 2100억원 투입
네이버 웹툰 서비스의 성장 요인은 조직 구조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 환경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셀 조직을 도입했다.셀 조직으로 확대되면서 김 대표에게 주어지는 권한과 책임이 강화됐다. 각 리더들이 자주 모여 회의를 진행했고 외부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에도 적합한 환경이 갖춰졌다.
2015년 셀의 진화된 형태인 CIC가 도입됐다. 김 대표는 CIC에 다양한 조직 기능이 더해지며 재무, 인사 등의 자신이 모르는 분야는 각 리더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웹툰 사업에 집중했다. 웹툰이 CIC 조직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언제든 분사가 가능한 조직이라는 의미였다. 당시 6개의 셀 중 웹툰·웹소설은 콘텐츠 서비스임에도 자체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한 유일한 조직이었다. 2017년 네이버웹툰은 CIC 중 처음으로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웹툰을 분사시킨 네이버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2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진출에 힘을 보탰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더 높은 '라인'의 브랜드를 활용해 '라인웹툰'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라인의 주요 서비스 국가인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 현지화된 콘텐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영어권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만에 월간 순 방문자 300만명을 넘었고 현재는 5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특히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웹툰시장은 2021년 4억79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국내 웹툰시장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규모 자금 확보를 통해 김 대표는 웹툰 비즈니스의 교두보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미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등 해외 이용자 성장에 따라 MAU(월활성이용자수) 5500만(국내 2200만 해외 3300만)을 돌파했다. 네이버웹툰은 실력있는 창작들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크로스 보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글로벌 진출 등에 투자하며 분사 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2017년 5월 1일부터~12월 말까지 매출 340억원, 영업손실 380억원, 2018년 매출 722억원, 영업손실 541억원이다. 글로벌에서도 유료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키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김대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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