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선진뷰티사이언스는 지금]'퍼스트 무버→디파이너' 이성호 대표 "뷰티 밸류체인 주연 목표"⑤화장품 소재 업계 글로벌 리더십 확보, "MoCRA 새로운 기회 창출 기대"
정유현 기자공개 2025-04-09 07:58:03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자본 여력의 한계와 보수적인 경영 방식 때문에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쉽지 않은 편이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중소 기업의 틀 안에 있으면서도 빠르고 과감한 변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화장품 소재 산업에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졌지만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통합형 뷰티 기업으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선진뷰티사이언스의 사업 성과와 재무 상태, 지배 구조 등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4일 10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뷰티 업계의 '퍼스트 디파이너(First Definer)'로 정의할 수 있는 기업이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퍼스트 디파이너는 한 단계 진화된 포지션이다. 단순 선점을 넘어 시장 질서를 설계하며 경쟁자조차 '자기 룰'에 끌어들일 수 있다.화장품 소재부터 처방, ODM과 임상 연구로 이어지는 뷰티케어 영역 전반을 다루고 있으며 완제품 브랜드까지 보유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어디에서도 선진뷰티사이언스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갖춘 기업은 찾기 어렵다. 퍼스트 무버가 속도를 보여줬다면 선진뷰티사이언스는 퍼스트 디파이너로서 업계의 방향성을 새로 제시하고 있다.
◇R&D 통한 선도자 도약 전략 선회, 다수의 'First&olnly' 기술 확보

선진뷰티사이언스는 계면활성제 소재 기업인 선진화학이 모태다. 고부가가치 부문인 화장품 소재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초기에는 일본의 기술을 모방하는 형태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기존 기술을 좇는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 길을 새로 정의해야만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R&D를 강화하면서 최초 혹은 유일한 기술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화학공학도였기에 기술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분명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R&D는 선택이 아닌, 선진뷰티사이언스의 존폐를 가를 수 있는 결정적 조건이었다. 이 같은 전략적 판단은 다수의 '최초' 수식어를 안겨줬다.
2001년 국내 최초 자외선 차단용 소재 'SUNSIL Tin50'을 개발 및 양산하는 데 성공했고, 2005년에는 로레알과 첫 거래를 성사시켰다. 2002년에는 국내 최초 자외선 차단 소재인 나노 산화아연을 개발 및 양산했으며,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기계 자외선 차단제를 담지한 폴리머 비드를 개발했다. 2019년 준공된 장항 스마트 팩토리는 미국 FDA 실사를 무결점(NAI)으로 통과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우리 회사가 선도 기업을 따라했다면, 이제는 업계에서 우리 회사를 따라하고 배우러 온다"며 "막대형 논 나노 산화아연 등은 다른 회사들도 연구 중이며, 학회에서 연구 개발 성과를 공유하는 등 업계를 리딩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세계 화장품학회(ISFCC) 회장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수출 중심 구조 발판 FDA 인증 선제적 대응, 신규 공장 1~2년 내 등록 전망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소재 분야에서 Global First & Only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도 강점이지만 FDA와의 연결 고리가 가치를 더욱 키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미국에서 화장품 선진화법(MoCRA)이 시행되면서 FDA 승인이 중요한 키워드가 됐지만 과거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당시에는 수출 시 신고 의무가 크지 않아 FDA 실사를 받은 제조 시설을 보유한 기업이 드물었다.
업계에서 발 빠르게 FDA 승인을 받은 제조 시설을 확보한 배경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수출 중심의 사업 구조를 들었다. 그는 "2004~2005년 수출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FDA 인스펙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며 "향후 이게 없으면 망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6년 전략적 판단 끝에 공장 건설을 결심했고, 은행에서 매출 규모에 맞먹는 차입을 실행했다. 그 공장이 바로 2019년 완공된 장항 스마트 팩토리다. 이 대표는 "공장을 짓는 데 리스크는 있었지만 공장이 없을 경우의 시나리오가 더 최악이라고 판단했다"며 "공장을 짓고 나서 FDA 인스펙션을 받게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축복이었다. 덕분에 상장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준비한 점도 또 다른 성장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MoCRA가 시행된다고 들었을 때는 큰 임팩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미국이 원료 규정에 대한 장벽을 높이면서 생각보다 파장이 큰 것 같다"며 "FDA 인증 원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회사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 사업으로 미국 OTC(일반의약품)용 ODM 공장을 짓고 있다. FDA의 생산 기준에 맞춰 설계된 이 공장은 FDA에 OTC 제조사로 등록을 마친 뒤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OTC 용 ODM 사업은 ’OTCM‘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추진한다. 화장품 원료와 OTC ODM 사업을 구분,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낮췄다.
이 대표는 "FDA는 세무조사 같은 개념으로 요청한다고 해서 실사를 오는 구조가 아니다"며 "미국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일 수록 방문할 확률이 높다. 보통 OTC 공장은 등록 후 1~2년 이내로 방문하기 때문에 그 시기에 실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원료부터 완제품, ODM 등까지 사업을 키우게 된 배경에 대해 재차 물었다. 이 대표는 "좋은 원료를 가지고 있어도 화장품 밸류 체인 내에서 소개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계기가 돼 직접 처방을 만들었다"며 "원료 회사 출신이라서 영업사원들이 브랜드사에 에서 제품을 설명할 때 더 깊이있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난기 섞인 말투로 이 대표는 "화장품 업계의 주연은 브랜드고 ODM 업체 들이 조연일 것이다. 원료는 사실상 엑스트라에 불과할 수 있다"며 "엑스트라도 주연이 되기를 꿈꿀 수 있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되물었다.
평소 이 대표는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사무실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설명이다. 그는 "고객에게 존중받고, 직원들도 회사에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게 하고 싶다"며 "급여도 많이 받는 회사,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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