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면세점, '심야영업·병행수입' 불구 적자 누적 [시내면세점 엑소더스]④작년 반짝 흑자에도 3년간 630억 적자…박서원 전무, 경영능력 시험대
김선호 기자공개 2019-05-09 08:17:00
[편집자주]
2015년 신규 면세점 사업권(특허권) 획득을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4년이 지난 현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조차도 면세점 출혈경쟁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릴 정도로 신규 사업자들에게 시내면세점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가 시장 점유율 80%을 넘어선 가운데 신규 면세점들의 사업성을 되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3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의 동대문 두타면세점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출은 지속 상승하고 있으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출혈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은 계획대로 브랜드 유치가 되지 않자 병행수입까지 나서는 등 진땀을 흘리고 있는 모양새다.두산은 2015년 하반기 관세청 특허심사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후속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면세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당시 두산은 루이비통 브랜드(LVMH그룹 면세품 중개업체 '부루벨코리아')로부터 입점 의향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동대문에 명품 패션 브랜드가 입점될 것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명품 직소싱이 힘겨워지자 병행수입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심야영업'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으나 면세점 간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심야영업으로 차별화 나섰으나 '고전'
당초 두산이 면세사업을 개시하며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던 점은 '심야영업'이다. 새벽 2시까지 영업해 동대문 상권의 특징을 살리면서 관광객이 심야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매출이 예상보다 밑돌자 영업을 개시한 지 반년만인 2016년 12월에 영업마감을 새벽 2시에서 자정 12시까지로 단축했다. 심야시간동안 매장 운영을 해봐야 인건비 출혈만 생기기 때문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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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명품 브랜드 입점이 되지 않자 2017년 9개층에서 6개층으로 매장을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상승하게 되면 이에 따른 효과로 브랜드 입점 협상력이 높아지나 두산은 이와는 다른 상황"이라며 "면세점 대부분의 매출을 일으키는 중국 보따리상은 심야영업보다는 제품 할인율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대기업 면세점 간 경쟁이 심화되자 중국인 관광객이나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치솟는 한편 제품 할인 경쟁은 더욱 강화됐다.
두산이 택한 차선책은 '병행수입'이다. 우여곡절 끝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이어 로레알과 에스티로더 계열 화장품 구성은 마쳤으나 명품 브랜드 입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자 직소싱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병행수입으로 명품 제품을 모아놓은 편집숍 '디메종'을 올해 초에 오픈했다. 병행수입 시 제품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매출이 높아지더라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의 면세사업은 약 3년 동안 운영하는 사이 630억원 누적적자가 발생했다.
다만 두산 시내면세점의 매출이 점진적 상승 추이를 보이는 배경으로 업계는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와의 전략적 제휴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두산이 높은 송객수수료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여행사 운영의 혜택을 제공하며 면세점의 관광객 모객력을 높였다는 업계의 진단이다.
최근 두산은 면세점 매장을 6개층에서 8개층으로 확장, 심야영업은 오후 11시까지 영업시간이 동일하나 오픈 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9시 30분으로 1시간 앞당겼다. 두산 관계자는 "점차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면세사업의 의지는 뚜렷하다"며 "정부가 두산을 믿고 면세점 특허를 받은 만큼 면세사업만을 떼어내 매각할 수도 없을 뿐더러 매각할 의사도 전혀 없다"고 전했다.
◇사업 접을 의지 '없다'…힘겨워도 'Go'
2015년 두산이 면세점 특허를 받을 당시 면세사업부를 진두지휘했던 이천우 부사장은 2018년 초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워커힐면세점 폐점으로 두산으로 자리를 옮긴 권미경 두산 유통전략 자문도 이 부사장과 함께 두산을 떠났다. 이 부사장은 두산 면세사업을 총괄하며 브랜드 유치 등 MD에 힘을 썼으며, 권 자문은 워커힐 출신의 면세업 경력 인력을 두산에 배치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브랜드 유치가 힘겨울 뿐만 아니라 적자가 누적되는 등의 경영악화에 따른 조치로 알려져 있다. 두산은 면세점 간 경쟁이 심화되자 외부 임원급 인사를 축소하고 두산 '순혈' 두산 유통BU장 조용만 부사장이 전면에 나서 칼자루를 쥔 모양새다.
업계는 두산 면세사업이 지난해 흑자로 전환됐으나 올해 다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오픈함에 따라 송객수수료가 치솟음에 따라 출혈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서울 지역 시내면세점 추가가 진행될 경우 두산의 면세사업은 흑자전환의 출구를 잃게 되는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두산으로서는 면세사업을 쉽게 접을 수 없는 상황이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인 박서원 전무가 두산 면세사업 초기부터 투입돼 힘을 보태고 있다. 두산의 면세사업이 박 전무의 경영능력 시험대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는 지점이다. 면세사업 성공 여부가 오너일가의 경영 승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조 BU장은 매년 싱가포르와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면세박람회에 직접 참가해 해외 수입 브랜드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또한 업계 따르면 조 BU장은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를 통해 관광객 모객력을 높이기 위해 여행사 대표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마포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기까지 했다.
면세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두산이 진땀을 흘리고 있는 중이다.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게 두산의 입장이나 적자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편 두산 관계자는 "두타몰과 면세점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면세점 성장으로 면세사업부 인력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대문 상권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전해 면세사업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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