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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의 도전]정몽진 회장 '실리콘 집념', 이번엔 통할까③과거에도 조단위 투자 후 실패, 모멘티브에 대규모 투자금 추가 투입

구태우 기자공개 2019-05-08 08:22:22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7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내수 비중 87.6%'

건자재 기업인 KCC가 직면한 현실이다. KCC는 2013년 매출 3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넘은 이후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문제는 KCC의 시장이 국내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넘지 못하는 데 있다.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전방산업인 건설업 경기가 나빠지면 KCC의 매출도 출렁인다. 선박·자동차용 도료가 매출의 40%를 차지해, 건설 경기 변동의 영향을 그나마 덜 받는다.

KCC의 사업 구조를 보면 글로벌 2위의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모멘티브)를 인수한 이유를 알 수 있다. KCC가 실리콘 시장에 뛰어든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은 정상영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은 후 신사업으로 실리콘을 정했다. KCC의 사업영역이 건자재 등으로 제한적이었던 반면 실리콘은 생활용품 등 소비재부터 반도체 등 산업용 자재로 쓰여 범용성이 넓다. 정 회장은 이러한 점 때문에 실리콘을 KCC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점지했다.

◇정몽진 회장의 '오래된 미래', 실리콘

KCC는 실리콘 사업에서 1번의 대성공과 3번의 실패를 겪었다. KCC는 2004년 국내 최초로 실리콘 모노머(단량체) 생산에 성공했다. 실리콘 제품은 실리콘 모너머와 폴리머(고분자량 화합물)를 원료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제조된다. 실리콘 제품 생산의 핵심 기술은 실리콘 모노머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국내는 원천 기술 부족으로 실리콘 모노머를 100% 수입에 의존했다. KCC는 실리콘 국산화를 목표로 수 년 간 5000억원을 투입해 상업화에 성공했다. KCC의 실리콘 모노머 제조기술인 '디메틸디클로로실란의 제조방법'은 특허로 인정받았다.

KCC는 2007년 이전까지 연산 2만5000톤을 생산했다. 자체 생산된 실리콘 모노머를 통해 연 8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누렸다. 2800억원을 투입해 생산능력을 7만5000톤까지 끌어 올렸다. KCC는 태양광 발전의 소재인 폴리실리콘(무기실리콘) 시장에 진출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의 솔라 셀 기판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빛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KCC는 친환경 에너지의 사업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공급과잉 때문에 가격이 폭락한 게 원인이 됐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과 합작사 'KAM', 사우디아라비아 합작사 'MEC' 등에서 잇따라 손실을 봤다.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었다 입은 손실만 6000억원에 달한다.

KCC가 실리콘 사업에 투자한 자금만 최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많게는 3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실리콘 사업에 투자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KCC의 실리콘 사업은 미래사업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실리콘과 실란트 등을 포함한 소재 부문의 매출은 421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중 소재 비중은 11.1% 수준이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소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다. 실란트 제품을 빼면 실리콘의 매출 비중은 이보다 더 줄어든다. 지난해 가동률은 62.1%(가동시간 6841시간)에 그친다. 연간 모노머 생산량도 6만2148톤으로 전체 캐파의 82.8% 수준이다. 2015년보다 상황은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KCC 기타부문 추이

◇오너의 집념, 이번에는 통할까

정 회장은 또 다시 실리콘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달 마무리되는 모멘티브 인수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모멘티브 인수합병이 끝나면 KCC는 건자재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거듭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KCC의 미래는 기술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미국 모멘티브는 이달 KCC 컨소시엄(KCC·SJL 파트너스·원익 QnC)에 인수된다. 실리콘과 쿼츠(석영)을 생산하는 모멘티브는 100개국 4000여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한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로 단숨에 글로벌 2위 실리콘 기업으로 도약한다.

정 회장은 '1석3조'의 효과를 노리고 모멘티브를 인수한다. 그동안 KCC는 실리콘을 수 년 간 생산했지만 주 거래처는 소비재 업체 위주였다. 화장품, 의약품 제조업체로 한정된 탓에 실리콘 사업의 성장판이 열리지 않았다. 수익성이 높은 전자제품 업체에 납품하기에는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부족했다. 실리콘 생산의 원천기술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업체가 갖고 있다. 이중 모멘티브가 원천기술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로 실리콘 생산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세계 시장에 납품할 기회를 얻게 된다. 모멘티브의 지난해 매출은 27억 달러(3조1590억원)인데, 이중 90%가 실리콘 부문에서 나왔다. KCC의 실리콘, 실란트 등을 포함한 소재 부문의 매출보다 모멘티브의 매출 규모가 7~8배 가량 크다.

정 회장은 모멘티브 인수로 세계 시장으로 가는 '실크로드'를 열게 됐다. 그럼에도 초대형 인수로 빚어질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과제가 남았다. 모멘티브의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은 28억3000만 달러(3조3111억원), 부채총액은 22억3400만 달러(2조6137억원)이다. 이중 3년 안에 갚아야 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부채는 1조5000억원 가량이다. 모멘티브의 지분 전량을 소유한 특수목적법인 'MOM 스페셜 컴퍼니(KCC 컨소시엄 설립)가 부채 상환의 의무를 진다. 컨소시엄은 사모펀드가 50%, KCC와 원익 QnC가 각각 45%, 5%의 지분을 갖고 있다. KCC가 모멘티브 인수로 얻게 될 이점에도 향후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 회장이 끈질기게 매달렸던 실리콘 사업은 모멘티브 인수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재평가를 받게 된다. 모멘티브 인수가 담대한 도전으로 남을지 오너의 오기로 남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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