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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디딜 틈없는 작업장…대선조선 부활 '날갯짓' 자율협약속 생산·수주 지속…구조조정 성과 가시화

부산=최익환 기자공개 2019-05-28 08:05:54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7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3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하구 대선조선 다대공장 입구에 다다르자 건조 중인 군수지원함 한 척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선소 내 각 작업장을 연결하는 도로는 선체를 구성할 블록을 조립장으로 옮기는 모듈 트랜스포터의 행렬로 분주했다. 현재 대선조선은 해외에서 수주한 LPD(도크형 상륙함, Landing Platform Dock) 등 세 척을 동시에 다대공장에서 건조하고 있다.

대선조선 이승원 경영기획실장은 "다대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세 척과 영도공장에서 마무리 작업중인 어업지도선 등 두 척을 합하면 다섯 개의 프로젝트가 대선조선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라며 "현재 다대공장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선조선 다대공장을 이루는 1Km의 안벽을 따라 형형색색의 블록이 빈틈없이 늘어서 있었다. 이들 블록의 겉면에는 조립될 위치를 번호로 표기한 흰색 분필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작업자들이 블록의 번호를 수시로 확인하며 크레인과 무전을 주고받자, 최대 600톤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골리앗 크레인'이 블록들을 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이내 배 한 척을 반으로 가른 듯한 선두부의 빈 곳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공장의 동쪽으로 이동하자 야외에서 생겼을지 모르는 녹과 오물을 제거하기 위한 쇼트 블라스트(Shot Blast)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방청페인트를 미리 바른 후판을 용접작업을 거쳐 블록으로 만든 뒤, 이곳 도장공장에서 작은 쇠구슬을 분사해 페인트를 벗겨낸다. 블록들은 이후 선행도장을 거쳐 조립장으로 옮겨진다. 도장공장 바닥에는 녹 제거 임무를 끝낸 모래알 크기의 쇠구슬이 켜켜이 포개져 있었다.

대선조선 이종엽 선체생산실장은 "사람으로 치면 이곳 도장공장에서 세수를 끝내고 갖가지 화장품을 바르게 되는 것"이라며 "최근 다대공장의 블록 생산이 많아지면서 쇼트 블라스트 공정도 예전보다 자주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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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선조선 다대공장에서 이종엽 선체생산실장이 도장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 선종 다변화로 생존도모…수은, RG부터 기술지원까지

지난 2010년 수출입은행과의 자율협약에 진입한 대선조선은 과거 1000TEU와 1800TEU급 중형 컨테이너선이나 탱커선 등 다른 조선소들과 비슷한 선종에서 매출을 내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선조선의 주요 고객이던 중소 해운사들이 줄줄이 무너지자, 대선조선 역시 신규 수요가 줄어들며 위기를 맞이했다.

이후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대선조선이 도출한 대책은 '특수선으로의 선종 다변화'였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은 대선조선에 기술지원을 시작했고, 정부의 연안여객선 현대화 사업 수주와 LPD·참치선망선·스테인레스(SUS) 탱커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에 더해 수출입은행은 대선조선에 관리단을 상주시키면서 저가수주를 지양토록 했다. 덕분에 대선조선은 현재까지도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이 원활한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가수주를 하게 되면 RG 발급이 어려워지고 각종 금융조건도 열악해지기 마련"이라며 "수주를 하더라도 RG발급을 걱정해야하는 다른 회사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대선조선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대선조선은 1000TEU 컨테이너선 2척의 추가 수주와 더불어 정부의 연안여객선 현대화 사업의 추가 발주도 노리고 있다. 해운업계 불황이 이어지고 선박의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선조선은 LPD와 연안여객선(카페리) 등 특수선으로의 다변화에 성공하며 중형 조선사들의 생존전략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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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조선이 인도한 연안여객선 현대화사업 1호선 '실버 클라우드호'의 모습.

연안여객선 현대화 사업은 세월호 참사 이후 도서 연락선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국책 사업이다. 대선조선은 해당 사업에서 국책연구소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상용화와 건조 등 업무를 맡았다. 이후 대선조선은 한일고속이 발주한 연안여객선 현대화 사업 1호선 '실버 클라우드'의 건조를 맡아 성공적으로 인도한 바 있다.

◇ 2분기 흑자전환 기대…구조조정 성공사례 될까

지난해 대선조선은 매출 3020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기록하며 자율협약 진입 이후 첫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 매출 3009억, 영업손실 619억원을 기록한 이후 8년간 대선조선이 이어가던 영업적자 행진도 마감하게 됐다. 다른 중형 조선사들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대조적 행보다.

그동안 대선조선은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대선조선은 자산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영도에 위치한 청학공장(2공장)을 매각해 668억원을 확보했다. 또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임원(25%)과 직원(15%)의 임금 반납을 통해 인건비 절감에도 나섰다.

대다수 조선사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연구개발(R&D) 인력과 예산부터 축소했지만, 수출입은행은 연구개발 인력들을 대선조선에 잔류시키는 선택을 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생존을 위해 개발역량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후 대선조선은 연안여객선 사업 등 정부 주도의 개발사업에서 주관업체로 선정돼 신조선을 인도하는 성과를 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노사갈등이 없었다는 점 역시 대선조선에게 자랑거리다. 자율협약 당시 고통분담을 위한 노사합의를 체결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조선업계 최초로 통상임금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대선조선 노사는 무교섭으로 임단협을 마쳤다.

대선조선 공주식 경영기획본부장은 "원가절감과 비용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자리잡은 저비용구조의 성과가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임직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대선조선의 자립기반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M&A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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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대선조선 다대공장의 모습. 해외에서 수주한 도크형 상륙함(LPD)의 선수부 조립이 한창이다.


◇ 자신감 속 신규채용…업황부진은 M&A 불안요소

구조조정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지난 3월 대선조선은 신입사원 12명을 채용했다. 설계와 생산부문의 전문인력과 영업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진행된 대선조선의 이번 채용에는 총 14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약 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선조선 임직원들의 분위기도 한껏 고무됐다.

대선조선 이수근 대표이사는 "10년만에 처음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정상경영의 출발로 삼는 계기로 만들고자 했다"며 "신입사원들을 배치하니 임직원들의 자신감이 올라가고 보다 활기찬 분위기가 회사에 감돈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대선조선의 실적개선을 확실히 이룬 뒤, 내년 초 회사를 다시 M&A 시장에 내놓을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중형급 선박의 발주량이 감소하고 있는 점은 대선조선의 매각 성사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영국 클락슨리서치 등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의 30%에서 40% 사이를 차지해온 중형선박의 비중이 지난 1분기엔 20%까지 감소했다. 국내 중형조선사 역시 지난 1분기 세계시장 점유율이 2.9%에 그쳤다.

다만 대선조선과 수출입은행은 이미 특수선 등 선종 다변화와 저비용구조를 이룬 만큼, 내년 초 이후 M&A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지속적인 원가절감과 매출증대에 주력해온 결과 대선조선이 올 2분기 영업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정상화를 통한 독자생존 기반을 구축해 M&A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선조선은 그동안 검토하던 다대공장으로의 일원화 작업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국내 회계법인과 해외 컨설팅펌에 용역을 맡긴 결과, 영도공장 부지를 매각하더라도 약 175억원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다대공장으로의 일원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과 대선조선은 매각작업을 추진하면 다대공장으로의 생산시설 일원화 역시 거래조건에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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