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보고서 점검]SK하이닉스, 임원 선임 규정 미준수…'해석의 차이'기업가치 훼손 임원선임 방지책 관련 내규 두고 보수적 관점 표기
김장환 기자공개 2019-06-10 08:13:35
[편집자주]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기업들이 올해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시작된 이번 제도는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얼마나 투명하게 유지하고 있는지 공개하는 제도다. 더벨은 이번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삼아 주요 기업들의 15대 지배구조 준수 지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7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사안은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 방지 정책 수립' 항목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수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지키고 있는 항목이었으나 SK하이닉스는 이를 준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SK하이닉스가 관련 내규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상태는 아니다. 이는 '해석의 차이'에서 기인한 문제로 보인다.또 다른 특징은 주주 친화 정책으로 볼 수 있는 전자투표제는 실시 중이었으나 이사회 집중투표제는 아직 도입하지 않은 상태란 점이었다. 이사회 집중투표제는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부실할 경우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최대주주 SK텔레콤이 지분 20%를 확보 중이어서 이 같은 부담은 적다. 그런데도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SK그룹의 과거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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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공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살펴보면 핵심지표 15개 가운데 5개 항목이 준수되지 않고 있었다. 주주 관련 사안으로 분류되는 핵심지표에서 미준수 항목은 주로 시간적 제약에 따라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준수 항목이 주주총회 4주전 소집공고 실시,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에 주총 개최 등 주로 시기와 관련된 사안들이란 점을 봤을 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업들이 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이 많다.
SK하이닉스는 다른 대기업들이 도입을 꺼려하고 있는 주총 전자투표제는 실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정관을 변경하고 주총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올해 주총부터 이를 실시했다. 주요 기업들이 주총 전자투표제 도입을 미루고 있는 것은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전자투표제는 소액주주들도 원활하게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주주 심리를 조종하거나 왜곡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사회 집중투표제 도입은 SK하이닉스도 미뤄둔 상태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 이사 선임시 주주로부터 많은 표를 얻은 이사를 먼저 선출하는 제도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별도 요구시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5.08%), 더캐피탈그룹(7.85%) 등이 5% 넘는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외국계 투자기관이 주요 주주로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은 상당한 부담이다. 외국계 투자자들을 규합하면 이들이 선호하는 이사를 한 명 이상 이사회에 참여시켜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자본이 손을 잡고 들어온다면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이 20% 가량 지분을 확보 중인 상태여서 소수 지분을 들고 있는 주주들로부터 경영권 위협 부담은 낮은 상태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넘게 확보하려면 10조원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집중투표제 도입을 미루고 있는 것은 과거 소버린 사태란 아픈 기억 영향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SK그룹은 2000년대 들어 소버린의 적대적 M&A 공세로 경영권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위기를 겪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사회 항목으로 구분되는 핵심지표 중에서도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 방지 정책 수립'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주주들이 존재하는 주식회사이자,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준수가 필요해 보이는 항목이다.
사실 이는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다. 정책 수립으로 보면 SK하이닉스는 임원 선임과 관련한 다양한 내규가 있다. 다만 최태원 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있어 관련 준수 사항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작성, 표기했다.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지주사 SK㈜와 SK이노베이션 등도 같은 이유로 해당 항목을 '미준수'로 표기하고 있었다. SK텔레콤처럼 최 회장이 임원을 맡고 있지 않은 SK그룹 계열사들은 이를 준수하고 있다고 표기했다.
SK하이닉스는 이외에 감사기구 핵심지표 내부감사부서의 설치 항목을 미준수 중이었다. 다른 기업들도 상당수가 지키지 못하고 있는 지표다.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고 이에 따른 인사 등도 필요한 사안이다. 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66.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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