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 하락 지배구조 재편엔 '호재'? SKT, 중간지주 전환시 추가 지분 매입 불가피…자금 부담 '축소' 긍정적
김장환 기자공개 2019-06-19 08:00:00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8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불안한 실적 전망 탓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한 때 9만8000원 가까이 올랐던 주가가 최근 5만7000원 선 밑까지 빠지기도 했다. 최근 며칠 동안 6만원 안팎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이나, 미중 분쟁으로 촉발된 화웨이 사태 등 여파가 확산될 경우 주가가 더욱 떨어지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은 아이러니하게도 SK그룹이 구상 중인 지배구조 재편 절차에는 오히려 호재란 업계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이 시장에 밝힌 중간지주사 전환 절차를 위해서는 SK하이닉스 지분 추가 매입이 필요하다. 주가가 하락할 수록 지분 매입을 위해 필요한 자금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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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5만7000원 선까지 주가가 떨어졌다가 최근 6만3000원대(17일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월 25일 9만7700원을 찍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업황 전망과 실적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에는 정반대 상황에 놓여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약화로 단기 실적 전망 역시 그만큼 불안한 상태다. 공급과잉 등 여파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DDR4 8기가비트 D램 고정가격은 평균 4.5달러를 기록했다. 2017년 11달러 수준을 기록했던 D램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플래시메모리 역시 공급과잉으로 가격 안정화가 장기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가격 문제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 충격파를 크게 받을 가능성도 높다. 다른 반도체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이긴 하나 SK하이닉스는 중국 화웨이 매출 비중이 유독 높다는 게 부담이다. 주요 고객선 중 2번째로 많은 매출처가 중국 화웨이다. SK하이닉스의 화웨이 연간 매출 비중은 총 매출액 대비 12%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매출이 40조원대란 점에서 보면 이 중 약 5조 가량이 화웨이 몫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근거로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올 하반기에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세뿐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점이 될 여지도 있다. SK그룹이 지난해 선언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절차를 위해서는 SK하이닉스 지분 추가 매입이 필요하다. 단순히 보면 SK하이닉스 주가가 떨어질 수록 이를 실행할 SK텔레콤의 자금 부담이 떨어진다. SK하이닉스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SK그룹 중간지주사 전환 절차에 긍정적인 셈이다.
SK그룹이 생각 중인 중간지주사 전환 절차는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SK하이닉스를 SK텔레콤 자회사로 올리는 방안이다. SK텔레콤을 물적분할해 이를 실행하게 되면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각종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에서는 SK하이닉스의 국내 지분 투자가 쉽지 않다.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이를 벗어날 수 있고,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을 20% 가량 들고 있다. 공정법 개정안이 시행된 상태에서 중간지주사 전환을 이루려면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10% 가량을 더 확보해야 한다. 발행주식수(7억2800만2365주) 기준 7280만237주를 사들여야 한다.
장중 한 때 최고가(9만7700원)를 기준으로 보면 이를 사들이는데 필요한 자금은 7조1126억원 가량이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한 2015년 이후 장중 최저가(5만6700원)를 대입해 보면 필요 자금은 4조1278억원 가량이다. SK하이닉스 주가가 떨어질 수록 지분 매입 부담이 줄어든다.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은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에 유리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애초 올해 내에 중간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시장과 약속을 뒤집고 최근 들어 그 시기를 조율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이 예측할 수 없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과 함께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이 불확실하고, 또 공정법 개정안 시행이 언제쯤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한 입장 변화로 보인다. 다만 SK그룹은 늦어도 내년 중에는 이를 실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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