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열전]지동현 에이엠플러스 대표 "부동산개발은 종합예술""든든한 대주주 덕 사업에 긍정적 영향, 창의적 개발·리스크 관리 중요"
김경태 기자공개 2019-06-20 09:19:03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9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국내 디벨로퍼의 부동산개발사업은 단순했다.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택지를 낙찰받아 주택개발사업을 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고, 최근까지도 이런 방법으로 성장한 곳들이 있었다. 하지만 공공택지 물량이 점차 줄어들고, '도시재생'이 화두가 될 만큼 국내 부동산 시장이 선진국처럼 고도화되면서 부동산개발에 창의성과 복합적인 사고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지동현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대표(사장, 사진)는 더벨과 인터뷰하며 "부동산개발은 종합예술"이라는 말을 꺼냈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좋아한 그는 "좋은 미술품과 좋은 공간은 사람들에게 즐거움, 편안함을 제공하고 창의성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공통점과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은 다양한 부동산개발에 성공한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나면서 어떻게 하면 경쟁사와 '다르게' 접근하고 차별화된 결과물을 만들지 늘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붓을 세밀하게 움직이듯 항상 리스크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결과 주거시설뿐 아니라 상업용·물류·지식산업센터 등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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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든든', 미래사업지 신길동 '사러가시장' 확보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이 경쟁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대기업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점이다.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의 최대주주는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로 지분 57.1%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군인공제회로 지분율은 42.9%다. 2008년 설립 당시 주주로 참여했던 모간스탠리가 2010년 3월 떠난 후 현재까지 동일한 지분율이 유지되고 있다.
지 대표는 "든든한 대주주를 둔 것은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의 큰 자산"이라며 "애경그룹과 군인공제회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좋아 땅을 살 때 매도자들이 거래 상대방으로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사를 접촉할 때도 마찬가지"라며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애경그룹과 군인공제회가 있기 때문에 신뢰를 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미래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대주주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은 서울 신길동의 '사러가시장'을 이달 매입했다.
지 대표는 "부동산중개인(브로커)의 제안으로 시작했는데, 이런 경우 브로커들은 다수의 기업을 원매자로 물색하고 접촉하기 때문에 경쟁이 있었다"며 "매도자 측에서 봤을 때 당사와 계약하면 대금 납부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거래 상대방으로 선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룹 내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의 장점이다.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은 용인 기흥역세권에서 복합개발을 했다. 이 중 쇼핑몰 'AK&기흥'은 에이케이플라자(AK Plaza)가 운영하고 있다. AK&기흥은 애경그룹의 두 번째 NCS(Neighborhood Shopping Center)다.
◇'미술' 조예 깊은 금융맨 경영자, 창의적 개발·리스크 관리 강조
지 대표의 사무실 벽에는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의 미션과 비전이 걸려 있다. 그는 "그간 부동산개발업계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해야 혁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불어 넣는 창의적 도시공간'이라는 회사의 미션을 매번 얘기한다"고 말했다.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은 경쟁사와 차별화될 개발을 하기 위해 'AMP Standard'라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 매뉴얼은 전 임직원이 참여해 정립했고, 사업 전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설계사무소와 시공사, 분양대행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까다로운 내부 절차를 거친다.
지 대표는 "협력사를 구하는 과정에서 최저가 제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션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른 디벨로퍼보다 고객한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술을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한다. 지 대표는 경신중학교를 다니던 때 권철현 화백에게, 보성고등학교 때는 오수환 화백에게 미술을 배웠다. 그 후 대학과 사회에 나와서도 관심을 지속했다.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의장(전 SK그룹 부회장)이 포함된 미술애호가 모임 '호요미(好樂美)' 회원이다.
반면 그는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경영인이기도 하다. 실제 지 대표가 2017년 초부터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에 합류하게 된 것은 애경그룹이 향후 부동산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리스크 관리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 대표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 후 펜실베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무관리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영대에서 부교수로 잠시 일하다 귀국해 한국수출입은행, 한국금융연구원, 조흥은행 등을 거쳤다. KB금융그룹에서는 KB국민카드 경영관리본부 부사장까지 지낸 후 퇴임했다.
그는 부동산개발업체가 금융사보다 훨씬 더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금융사는 이제 시스템으로 움직이지만, 디벨로퍼는 신규 사업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일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임직원들에게 조 단위 사업보다는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를 여러 건 하도록 지시한다.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한 사업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문주현 회장 비롯 훌륭한 선배 많아, 학습이 답"
지 대표는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에 합류하게 된 후 부동산개발업계의 선배들을 찾아 인사했다. 국내 3대 디벨로퍼로 불리는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 정춘보 신영 회장,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사장)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는 당시 세 명의 지식과 경륜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특히 한국부동산개발협회의 수장인 문 회장 덕분에 업계에 긍정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 회장은 협회 회원사를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 '우리나라 디벨로퍼가 미국처럼 사회에서 평가받고 대접받으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인데 동의한다"며 "디벨로퍼들이 소비자에게 '이 사람들이 저런 거까지 생각해서 만들었네?'라고 감탄할 정도의 결과물을 만드려면 고민도 많이 하고 학습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은 임직원들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1년에 한 번은 해외에 가서 새로운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또 매월 전문가를 초빙하여 특강을 듣고, 코칭 지도자를 데려와 창의성 개발에 관한 내용도 진행하고 있다.
지 대표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재작년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다닌 일화도 얘기했다. 다수의 부동산업계의 고위 경영진들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놀랐고, 앞으로 부동산개발업계가 발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공부에 관한 얘기로 인터뷰가 마무리되던 때 그는 두 권의 책을 건넸다. 건축과 시에 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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