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9년만의 복귀…투자자, 이유 있는 환대 [Deal Story]2년간의 준비 끝에 그린본드 발행…희소성 부각, IR 없이도 완판
피혜림 기자공개 2019-06-21 15:17:51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0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가 9년만에 달러채권 발행에 나서 옛 명성을 되찾았다. 전력공사는 첫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발행으로 명분을 챙긴 것은 물론 그동안 한전채를 기다렸던 투자자들의 기대 역시 충족시켰다.AA급 우량 신용등급과 국내 최대 발전 공기업이라는 상징성, 9년만의 발행이라는 희소성 등에 힘입어 한국물 시장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KP시장에서 꾸준히 발행을 이어온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공기업의 모기업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왕년의 빅이슈어 한전, 그린본드로 한국물 복귀 노려
전력공사는 2000년대까지 한국물 빅이슈어로 꼽혔다. 당시 전력공사는 대규모 자금을 외화로 조달해 공기업 한국물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2013년 스위스프랑 채권 발행을 끝으로 한국물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국물 통화의 기본이 되는 달러 채권 기준으로는 사실상 9년간 KP시장 투자자를 찾지 않았다. 삼성동 부지 매각 등으로 충분한 여유 자금이 마련되자 조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력공사가 재조달을 추진한 건 지난 2017년이다. 당시 전력공사는 5년만에 글로벌본드 시장 복귀를 준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 트랜드로 부상한 ESG채권을 통해 발행사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전력공사는 그린본드 발행을 추진했다. 전력공사는 BOA메릴린치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CA-CIB)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그해 11월에는 홍콩과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에서 로드쇼를 개최해 투자자들과의 미팅을 가졌다. 기획재정부로부터 발행 윈도우(window)를 확보해 프라이싱 직전 단계까지 진입했다.
하지만 전력공사는 2018년 연초 발행으로 방향을 바꿨다. 발행 규모가 크지 않고 여유자금이 많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2018년 들어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시장이 출렁인 탓에 전력공사는 발행 일정을 다시 조정했다. 내부 여건 등을 고려해 전력공사는 올해를 목표로 그린본드 발행을 다시 준비했다.
◇희소성 부각, '없어서 못 샀다'…청약·금리 대만족
전력공사는 지난 17일 2년여의 준비 끝에 프라이싱(pricing)에 착수했다. 전력공사는 트랜치(Tranche)를 5년 단일물로 구성하고 발행규모를 5억달러 수준으로 계획했다. 같은달 정부의 첫 소버린 지속가능채권(sustabinability bond) 발행 이후 첫 한국물 타자였다. 전력공사는 별도의 IR 없이 투자자 모집에 돌입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124개 기관이 30억달러 가량의 주문을 넣었다. 한수원 등 발전 자회사가 그동안 한국물 시장에서 꾸준히 발행을 이어오자 모회사인 전력공사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 역시 고조됐던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발전 자회사 채권 발행을 위해 로드쇼를 진행하면 전력공사의 한국물 복귀에 대한 질문도 나오곤 했다는 후문이다. 2000년대 한국물 공기업 빅이슈어로 활약했던 명성 역시 흥행을 북돋았다.
9년만의 발행에 나섰다는 희소성 역시 투심을 사로잡았다. 전력공사는 AA급 우량 신용등급 등에 힘입어 투자 매력이 높은 이슈어로 꼽히지만 오랜기간 한국물 시장을 찾지 않아 투자자들이 오히려 발행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최근 이종통화 발행량 증가 등으로 한국물 달러채권 발행 물량이 감소한 점 역시 전력공사 달러채권에 대한 인기를 높였다.
흥행에 힘입어 전력공사는 발행금리를 대폭 절감했다. 전력공사는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미국 국채 5년물 금리(5T)에 75bp를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당초 전력공사는 이니셜 가이던스로 100bp를 제시했다.
이번 발행을 기점으로 전력공사가 다시 한국물 시장의 빅이슈어로 자리잡을 지는 명확하지 않다. 전력공사의 경우 원화 조달이 어렵지 않은 데다 여유 자금도 풍부하다. 다만 관련 업계는 이번 발행으로 글로벌 투심 확인은 물론 금리 절감에도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다시 한국물 시장을 찾을 이유 역시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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