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 리포트]안랩, 점유율 50% 넘는 절대강자…20년 연속 흑자①글로벌 보안 시장은 미국 독주…유보율 4000% 바탕 스타트업 투자 나서
정유현 기자공개 2019-06-24 08:21:27
[편집자주]
보안 산업은 IT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중 하나다. 토종 보안업체들은 지난 20년간 한국 IT산업을 지켜 왔다. 하지만 20여년간 보안 업체들은 주연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등 4차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보안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혁명을 앞둔 시기에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정보보안 업계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1일 09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장수 보안 소프트웨어 'V3'는 안랩의 주력 제품이자 국산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으로 꼽힌다. 세계 보안 시장은 시만텍, 맥아피 등 미국 회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은 미국 보안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했다. 안랩은 한국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지키는 보기 드문 저력을 보이고 있다.V3 탄생에는 안철수 창업자를 빼고 설명하기 쉽지 않다. 현재는 경영에 손을 떼고 대주주로만 있지만 안랩뿐 아니라 한국 백신 개발 역사는 안철수 창업자의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 의대 박사 과정 안철수 창업자 치료 SW 백신 개발이 …연매출 1500억 규모 성장
1980년대 PC보급에 따라 컴퓨터 바이러스가 일반 PC로 퍼지기 시작했다. 1988년 세계 최초의 바이러스인 '브레인'의 변종이 한국에 전파되기 시작했고 플로피 디스크가 감염되는 사례가 퍼졌다. 1988년 당시 의대 박사 과정에 있던 안철수 창업자가 자신의 컴퓨터에 감염된 브레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백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 V3의 시작이었다.
브레인을 컴퓨터 언어로 치료한 안 창업자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치료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의학 용어인 '백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88년부터 안 창업자는 이 백신을 7년간 무료로 배포했고 백신의 머릿글자 'V'를 계승한 V3의 후속 개발을 진행했다. 안 창업자는 무료 배포로 더 복잡해지는 바이러스를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1995년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하고 V3도 상용화로 전환했다.
안철수 연구소는 V3를 기업에게는 유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개인에게는 무료 배포하며 V3의 인지도를 쌓았다. 바이러스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유상으로 백신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곳은 많지 않아 초기에는 적자도 쌓였다. 하지만 1999년 '체르노빌 바이러스'가 한국에 상륙하며 컴퓨터 보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확산됐고 안철수 연구소는 이를 해결하며 창사 5년만에 매출 130억원 달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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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2001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V3 제품 매출은 전체 매출의 91%를 차지했고 안티 바이러스 사업에서 성장 한계를 느낀 안랩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성장이 제한적인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2년도 일본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유통회사, 온라인게임사, 포털회사, 공공기관 등으로 다양한 판로를 모색했다.
2004년 300억원 돌파 뿐 아니라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중 처음으로 순이익 1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2005년 400억원 매출을 돌파하고 2008년 500억원을 돌파하더니 2012년에는 국내 보안 및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계 사상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넘었다. 이 해 사명을 안철수 연구소에서 안랩으로 변경했다. 지난해까지 연매출 1500억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 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 300억 돌파…V3 안정적 현금 창출력에 금융 수익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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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은 1999년 이후 20년 간 단 한번도 영업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재무 구조도 탄탄하다. 최근 5년간 순차입금(보유 차입금에서 보유 현금성 자산을 뺀 값)은 마이너스(-) 상태를 이어가며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순부채는 -48억원에서 지난해 -152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차입 경영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V3 제품 판매를 통한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이 자리한 덕택이다. 2002년 -83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긴 했으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단 한번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적이 없다. 1999년 61억원 수준이었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03억원을 넘어섰고 2011년 240억원을 돌파했다. V3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 소프트웨어가 연간 벌어들이는 현금이 200억원 이상이다.
2012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주춤했지만 2016년 240억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 대폭 증가했다. V3의 안정적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보안관제 서비스 영역 등 전 사업이 골고루 성장했고 금융 수익이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228억원)을 기록했다. 덩달아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300억원을 넘어섰다. 약 10년간 총 2900억원 규모의 현금이 유입됐다.
안랩은 그동안 쌓은 현금을 바탕으로 올해 차세대 기술 역량을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올해 1월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전략기획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안랩의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이익잉여금은 1369억원 규모다. 자본여력을 나타내는 유보율은 4000%에 육박한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실탄을 바탕으로 4차 산업 혁명 기술에 대비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올해 2월에는 차세대 인증 보안기술을 보유한 와이키키 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안랩 관계자는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협업으로 정보보호 분야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 분야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신을 보다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한 디지털 보안기술과 솔루션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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