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신세계TV쇼핑 종속회사 편입 왜 피할까 수차례 유증에도 지분율 50% 마지노선 안 넘겨…완전 자본잠식 연결 회피?
박상희 기자공개 2019-07-24 14:04: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3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가 계열회사 신세계TV쇼핑을 종속회사로 편입하지 않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신세계TV쇼핑 지분을 48% 들고 있는 이마트는 수차례 유상증자 참여에도 참여에도 불구하고 지분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신세계TV쇼핑을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기업으로 계속 분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신세계그룹은 2015년 신세계TV쇼핑을 인수했다. 2013년 설립된 드림커머스는 2015년 9월 신세계그룹에 편입되면서 사명을 신세계티비쇼핑으로 바꿨다. 인수는 드림커머스가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마트와 신세계I&C가 참여해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유상증자 결과 이마트가 신세계TV쇼핑 지분 47.83%를, 신세계아이앤씨(I&C)가 22.17%를 보유하게 됐다.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이후로도 신세계TV쇼핑은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최대주주인 이마트는 유상증자 실권주 인수 등을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세계TV쇼핑 유상증자 청약에서 화성산업의 실권주는 제3자배정 처리됐다. 플로어플랜컴퍼니가 실권주 36만주를 인수하면서 4대 주주가 됐다. 3대주주인 화성산업은 드림커머스가 신세계그룹으로 넘어가기 이전 최대주주였다.
앞서 올 3월 진행된 유상증자도 마찬가지였다. 신세계TV쇼핑 최대주주인 이마트는 95만6522주를 신규로 취득하며 기존 지분율(47.83%)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분율이 50%를 넘어갈 경우 신세계TV쇼핑을 종속회사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신세계TV쇼핑 2대주주인 신세계 I&C는 유상증자에서 104만3478주를 신규로 취득하며 지분율을 기존 22.17%에서 26.52%로 끌어올렸다. 화성산업과 플로어플랜컴퍼니 실권주를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 미참여로 화성산업 지분율은 기존 26.95%에서 23.04%로 하락했다. 플로어플랜컴퍼니 지분율도 3.05%에서 2.61%로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주주배정 증자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최대주주가 인수하는게 일반적인데 이마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현 지분율이 48%인 상황에서 신주를 추가 취득하면 지분율이 50%를 넘게 돼 신세계TV쇼핑을 종속회사로 편입해야 하는 부담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TV홈쇼핑이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면 자산·부채·매출·순이익 등 모든 재무사항이 이마트와 한몸처럼 연결된다. 신세계TV쇼핑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94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면 이마트의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관계기업으로 설정되면 이마트가 보유한 지분율 만큼 지분법손익으로만 반영된다. 이마트의 신세계TV쇼핑에 대한 지분율은 50%를 넘지 않아 현재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관련업계는 신세계TV쇼핑이 영위하고 있는 T커머스 비즈니스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이마트가 종속회사 편입을 꺼리는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T커머스는 기존 생방송 위주로 편성된 TV홈쇼핑과 달리 사전 녹화된 데이터 방송을 통해 소비자가 TV리모컨으로 상품을 구입하거나 결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신세계그룹이 신세계TV쇼핑을 인수하던 2015년만 하더라도 T커머스는 유통업계 숨은 강자로 주목 받았다. 채널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IPTV 서비스 가입자 수 증가와 함께 TV로 양방향 쇼핑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최근 몇년새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몸집을 불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익성 확보 측면에선 의구심이 여전하다. 특히 최근엔 TV홈쇼핑과 T커머스 간 채널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도 치솟고 있다. 신세계TV쇼핑은 지난해 547억원의 송출수수료를 지급했다. 2017년 287억원 대비 송출수수료가 급격히 증가했다.
신세계TV쇼핑의 방송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17년 47.2%에서 작년 57.0%로 9.8%포인트 상승했다. 송출 수수료는 T커머스 업계 수익성 확보 및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신세계TV쇼핑은 T커머스 업체 가운데서도 별도로 법인이 설립돼 있어 실적 및 재무 부담이 더 크다. T커머스 사업권을 가진 사업자는 K쇼핑, 신세계TV쇼핑, 쇼핑&T, SK스토아, W쇼핑 등 비홈쇼핑 운영사와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등 기존 홈쇼핑 채널 운영회사들로 구분된다.
업계 관계자는 "CJ오쇼핑 등 기존 홈쇼핑 업체나 K쇼핑 등은 기존 회사의 한 사업부문에서 T커머스 비즈니스를 담당하기 때문에 실적이 좋지 않아도 겉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면서 "반면 신세계TV쇼핑이나 SK스토아 등은 별도 법인으로 설립돼 있어 실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TV쇼핑의 실적이 정상 궤도에 오르고, T커머스 비즈니스 시장이 어느 정도 재편되면 이마트가 추가 지분 취득을 통해 종속회사로 편입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세계TV쇼핑 유상증자에서 실권을 인수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 "현 단계에서 신세계TV쇼핑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종속기업으로 편입할지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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