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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000? 어림도 없다 thebell desk

김용관 금융부장공개 2019-08-09 16:40:53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8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피 4000으로 향하는 길을 다지는 문재인 대통령.'

2017년 7월15일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이 내놓은 한국 증시 보고서 제목이다. 막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코스피가 4000포인트에 도달하고, 연 15%의 수익률을 낼 것이라는 보랏빛 전망이 가득했다.

당시 CLSA는 문 대통령의 시장 개혁 의지가 코스피 급등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경유착 척결·재벌개혁·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소액 주주권 확립 등의 개혁이 주가 급등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보고서가 나온지 2년이 지난 지금, 우리 증시는 저점을 논하는게 힘들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는 2018년 1월29일 2607포인트로 고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2000선까지 내줬다. 예상과 다른 시장 상황에 시장 참여자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이 증권사가 내놓은 한국 증시 보고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는 당시 분석과 완전히 정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7월29일자 한국 전략 보고서에는 "(증시 급락의) 근본적인 문제는 대외 거시적 문제보다는 정부의 반자본주의 정책과 외교 및 경제정책을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기인한 국내 투자자들의 극단적인 비관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정도면 거의 사기 수준의 분석이다. 그게 아니라면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사람이 아프면 체온이 가장 먼저 변화를 일으킨다. 병균이 몸속에 들어왔으니 조심하라고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 국가의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체온과 같은 주가와 환율이 가장 먼저 움직인다. 면역력이 약하면 심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우리 금융시장이 지금 그렇다. 연초 대비 한국의 주식과 원화 가치가 주요국 중에서 가장 많이 빠졌다. 주가를 기업가치의 반영이라고 한다면 그만큼 우리 기업,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허약해진 셈이다. 시장은 항상 옳다. 그래서 시장이 보여주는 것을 곡해하거나 오해할 필요가 없다. 몸이 아프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그에 따른 처방을 내리면 된다.

하지만 지금 정부 당국의 대응을 보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자본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어떻기에 극도로 불안한다는 단어를 쓰는가"라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 대통령은 "남북한 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며 납득하기 힘든 발언을 내놓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선' 제대로 된 분석이 아닌 것 같다. 정확한 진단도 내리지 못했고, 처방전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인 발언으로 밖에 안보인다. CLSA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규제 강화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한국 시장이 신뢰를 되찾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정부 당국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한 나라의 증시는 국가 경제는 물론 정치, 외교, 사회, 안보 등 다양한 요인이 혼재돼 반영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시가총액의 40%에 육박하는 한국 증시는 국내 경제에 대한 대외 평가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한번 훼손된 기업가치는 쉽게 회복하지 않는다는건 경험칙이다. 정부가 시장의 메시지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뒤늦게 금융당국이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급락한 주가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를 것이다. 다만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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