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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움직이는 사람들]'응답하라'의 산파, 콘텐츠를 덧입히다⑦tvN 키워낸 김성수 대표, 영상·모바일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서하나 기자공개 2019-09-11 08:19:12

[편집자주]

카카오는 2009년 세워진 아이위랩이 시작이다. 작은 벤처기업에서 10년만에 자산 10조원의 IT 공룡으로 성장했다. 이젠 모바일 플랫폼뿐 아니라 핀테크, 모빌리티 등 대한민국의 일상을 책임지는 대기업이 됐다. 카카오의 성장을 함께한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5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에 콘텐츠 대가가 떴다. 올해 1월 카카오M 신임대표로 선임된 김성수 대표(사진) 이야기다.

김성수 대표는 국내 콘텐츠 산업을 현장에서 이끌어온 방송전문가다. CJ ENM 대표 시절 '응답하라1988' '꽃보다 할배' '쇼미더머니'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예능 히트작을 선보였다. 국내 1위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설립과 글로벌 한류문화축제 KCON 역시 그의 공적이다.

카카오에서 콘텐츠 제작 및 유통부분이 분사한 카카오M은 올해 영상콘텐츠, 특히 모바일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 CJ ENM '콘텐츠 왕국'으로 키우다

카카오M_김성수 대표
김성수 대표는 1962년 1월 8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입사한 제일기획이 첫 회사다. 광고기획 영업국에서 일하다가 1991년 APEX팀으로 불리던 신규 사업 아이디어 팀에 영입돼 마케팅 팀장을 맡았다.

1994년 설립된 투니버스에 합류해 1995년 방송본부장으로 활동했다. 투니버스 방송본부장을 맡은 이래 줄곧 케이블방송업계에 몸담았다. 2000년 온미디어 총괄본부장으로 근무한 뒤 2001년 온미디어 COO(최고운영책임자)에 올랐다. 2003년 온미디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05년 한국케이블 TV 영동방송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6년 게임 전문 케이블 TV인 온게임넷이 프로게임단 'KOR'을 인수해 '온게임넷 프로게임단'을 창단했는데 김성수 대표가 게임단주를 맡았다. 이 시기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김 의장이 네이버에 재직하던 시절 김성수 대표를 찾아가 온미디어 바둑TV의 콘텐츠 제휴 등을 논의하면서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대표는 2009년 말 온미디어가 CJ그룹에 피인수된 뒤 온미디어 대표이사 부사장을 계속 유지했다. 2011년 CJ그룹은 여러개로 흩어진 방송 분야를 하나로 통합해 CJE&M을 출범했는데 김성수 대표가 대표이사 겸 방송사업부문 대표를 맡았다.

CJ ENM이 처음부터 콘텐츠 왕국은 아니었다. 당시만해도 케이블방송은 지상파방송의 경쟁자로 여겨지지도 않던 시기였다. 김 대표는 지상파가 시도하지 못하는 컨셉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는 파격을 보였다.

과감한 도전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돌아왔다. '슈퍼스타K', '롤러코스터' 등 프로그램이 같은 시간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5년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은 주문형 비디오(VOD)나 인터넷을 통한 시청자가 많았음에도 최고시청률 19.6%을 기록했다. 지상파방송에서도 쉽게 찾기 힘든 시청률이다.

시니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예능 콘텐츠가 전무하던 시기 '꽃보다 할배'는 여행프로그램의 트렌드를 만들었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2013년 첫 회가 방송된 뒤 주문형 비디오 2억원을 넘는 매출을 거뒀다. 드라마 '미생'도 방영 직후 원작 웹툰이 200만 부가 넘게 팔려나갔다. 이어 더 지니어스, SNL코리아, 코미디빅리그 등 다양한 형식과 장르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tvN은 지상파방송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냈다.

김성수 대표는 2013년 잠시 대표직을 내려놓기도 했으나 경영 일선 복귀 이후 예능 프로그램과 음악사업을 확장해 2015년 2년 만에 CJ E&M 흑자를 이끌어냈다. 적자에 시달리던 CJ E&M에서 방송과 영화, 음악·공연, 게임사업 등 전 사업영역을 총괄했다.2015년 3월 공동대표 체제에서 단독으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6년 9월 CJ그룹 승진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강석희 대표가 대표이사를 사임하면서 단독대표를 맡게 됐고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드라마 왕국된 스튜디오드래곤도 설립

김성수 대표는 2016년 드라마 제작과 유통을 담당하는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다. 이후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만든 문화창고와 '태양의 후예'를 만든 화앤담픽쳐스, '대장금'을 만든 KPJ 등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후 도깨비, 비밀의 숲, 호텔델루나 등 인기 드라마를 제작는 콘텐츠 명가가 됐다.

글로벌 시장도 일찍부터 챙겼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 '꽃보다 할배' '쇼미더머니' 등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했는데 큰 인기를 끌면서 동남아, 미국 등에서 리메이크 됐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에서, '써니'와 '수상한 그녀'는 미국 할리우드 리메이크 제작 계약을 맺었다.

2012년 미국에서 K팝 콘서트와 한류 컨벤션을 결합한 KCON도 처음 시작했다. KCON K팝을 매개로 한국의 드라마, 영화 뿐 아니라 음식, 패션, 뷰티까지 한국의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한류를 활용한 글로벌 사업모델이 됐다.

◇ 김범수 의장과 인연, 카카오M으로 이어져

김성수 대표는 2018년 7월 CJ E&M 대표이사에서 돌연 물러났다. 당시 CJ E&M과 CJ오쇼핑이 합병해 새 법인 CJ ENM을 출범할 때였다. 이때부터 김 대표가 카카오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카카오M은 한창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었다. 지난해 9월 카카오는 멜론과 콘텐츠 유통 및 제작사를 거느린 자회사 카카오M을 흡수합병 했고, 다시 멜론을 제외한 콘텐츠 제작 및 유통사를 따로 떼어 내 카카오M으로 분사했다.

카카오는 카카오M을 세우기 앞서 모바일영상 제작회사 '크리스피 스튜디오', 드라마 제작회사 '메가몬스터' 등을 운영하고 BH엔터테인먼트를 비롯 제이와이드컴퍼니, 레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했다. 콘텐츠 제작 역량과 더불어 한류 배우군을 확보해 영상 산업 전 분야에 영향력을 떨치겠다는 계획이었다.

새롭게 꾸려진 조직을 운영하면서 '콘텐츠 전문가'이기도 한 김성수 대표야 말로 카카오M을 진두지휘할 적임자였다. 평소 막역한 사이인 김범수 의장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CJ 쪽에서는 마지막까지 김 대표의 퇴사를 만류했다고 알려졌다. 업계에서 김 대표의 콘텐츠 기업 운영 능력에 의심이 없었다. 김 대표는 결국 올해 1월 카카오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M 대표에 오르면서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카카오M의 대표를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음악 및 영상 콘텐츠, 그리고 콘텐츠 생태계를 더욱 확장해줄 포트폴리오를 통해 콘텐츠 강자로서 회사를 키워 나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카카오로부터 89억25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카카오M은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스톡옵션 행사 가능 기간은 2026년 3월 21일까지다. 다만 카카오M은 비상장 기업으로, 행사가격과 스톡옵션 수량·행사 조건 등 세부사항을 비공개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유연한 리더십을 갖췄고 조직운영능력도 뛰어나다"며 "구성원들에 콘텐츠 상상력을 독려하는 면모도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 콘텐츠 사업이 한층 어디까지 성장할 지 기대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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