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10일 08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채권시장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던 호황이 주춤하는 양상이다. 지난 7월 BBB급 한진은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경험했다. 이어 A급 이하 크레딧물 수요예측은 물론 주택저당증권(MBS) 입찰에서도 투심이 위축되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시장은 변하고 있지만 발행사의 눈높이는 제자리 걸음이다. 이슈어의 성공 기준은 여전히 언더금리 발행을 거듭했던 앞선 조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서기만 하면 금리 절감 효과를 누렸던 찰나의 영광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보다 더 금리를 절감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선 시장의 변화를 읽는 눈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에 실패한 현대캐피탈 딜이 이같은 현상을 잘 보여준다. 이달 첫 발행주자로 나선 현대캐피탈은 올해 한국물 발행사로는 처음으로 딜을 완수하지 못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의 호황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유통금리와 유사한 수준의 이니셜 가이던스(Initial Pricing Guidance·최초 제시 금리)를 제시한 점이 주된 이유였다. 현대캐피탈이 제시한 IPG는 지난 6월 미국법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발행한 채권의 유통금리와 유사했다. 최근 한국물 이슈어들이 발행금리를 IPG 대비 20~25bp 가량 낮춰 조달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조건이었다는 평가다.
현대캐피탈의 실패는 예견된 결과였을 지 모른다. 시장의 시그널을 살피는 대신 금리 절감에 몰두했다.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지표였던 현대캐피탈아메리카 유통금리는 해당 법인이 통상적으로 현대캐피탈보다 낮은 몸값을 유지해왔다는 이유로 간과됐다.
석달 전 프라이싱을 진행한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조달 규모를 줄여 발행에 나서는 등 현대캐피탈 관련 회사에 대한 투심 위축 정황이 드러났던 점 역시 중요시 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도리어 한주 전 프라이싱에 나선 대한항공 등의 흥행에 주목해 금리 자신감을 높였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수급 여건은 물론 금리 전망과 업황 사이클 등에 따라 조달 금리도 변동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발행사가 꾸준히 시장을 살피며 투자자의 눈높이를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최저금리를 갱신하는 호시절에도 시장을 간과한다면 실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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