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를 움직이는 사람들]기업보험 공략 임무 '조직관리의 달인' 최석윤 사장⑥크레딧스위스·바클리즈 등 한국 진출 초석 '커리어'…조직개편·인력영입, 시장공략 '속도'
김진현 기자공개 2019-09-23 13:03:00
[편집자주]
2011년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메리츠금융.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자산규모가 40조원 넘게 불어났다. 단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비효율에 대한 경계였다. 거침없는 구조조정에 이어 파격적인 보상체계를 접목해 메리츠만의 '성과주의 DNA'를 탄생시켰다. 그 변화를 주도해온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1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공에 집 짓기의 달인'보험업계 관계자는 최석윤 메리츠화재 기업보험총괄 사장(사진)을 이렇게 칭했다. 새롭게 조직을 꾸리는 데 능한 전문가라는 이유에서다. 1982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을 졸업한 이후 JP모간, 대우증권, 크레딧스위스, 바클리즈캐피탈, 골드만삭스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대학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를 메리츠화재가 다시 호출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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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권 위임'…기업 보험 '새집' 꾸렸다
업계에서는 보험 이력이 전무한 최 사장을 영입한 데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나 김용범 대표는 그가 일명 '집짓기의 달인'이라는 걸 잘 알고있었다. 메리츠화재가 타깃으로 삼은 기업보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조직을 훌륭히 꾸려줄 거란 기대를 걸고 그를 영입, 조직 구성 전권을 넘겼다.
최 사장은 1997년 국내 금융위기(IMF 사태) 이후 크레딧스위스가 한국지점을 설립할 당시 초창기 맴버로 합류했다. 그는 크레딧스위스 서울지점장을 맡아 조직을 정비했다. 크리딧스위스 서울지점은 2000년 국내 최초로 10년 만기 원/달러 통화스왑 시장을 개척해 생명보험사 등 기관투자가의 해외 장기 채권 투자의 길을 여는 성과를 냈다. 이듬해에는 국내 신용카드사의 할부금, 미수금 등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업무를 개시하고 해외 채권 시장을 공략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바클리즈캐피탈,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외사가 국내에 진출할 당시에도 한국 대표를 맡아 시장을 개척하는 데 일조했다.
그의 조직 구축 능력을 눈여겨본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1년 그에게 주식, 채권 부문의 구조조정을 맡겼다. 그는 서울지점 대표로 합류해 증권·파생상품, 구조화상품 등 증권 담당 총괄(Head of Securities)을 4년간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석윤 사장은 메리츠화재 합류 직후 조직 개편부터 단행했다. 기존 기업영업1총괄, 기업영업2총괄로 나뉘어있던 조직을 합쳐 기업보험총괄로 변경하고 하위조직에 기업영업1부문, 기업영업2부문, 채널영업부문을 신설했다. 채널영업부문은 조선, 철강 등 산업이 집중된 영남권 기업을 타깃으로 기업보험 영업을 펼치는 조직이다. 기업영업 1부문과 2부문은 각각 전통 산업군, 신 산업군 위주로 영업을 담당한다. 조직간 협업 구조는 강화하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기 위한 개편이다.
이후 부문별로 인재를 발굴해 자리에 앉혔다. 지난 6월 기업영업1부문장으로 KB손해보험과 글로벌보험중개사 마쉬 코리아(Marsh Korea) 그룹통합리스크관리(ERM) 유닛장 출신 구경태 전무를 영입했다. 또 지난 7월에는 기업영업2부문의 하위조직인 신시장영업1본부에는 박홍기 에이온코리아(Aon Korea) 이사를 본부장으로 앉혔다. 이와 별도로 기업보험 핵심인 일반보험 강화를 위해 임성환 전 ING증권 금융시장부문장을 일반보험팀 상무보로 선임하고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리즈캐피탈 등을 거친 송재호 전무를 일반보험 팀장으로 모셨다. DB손해보험 출신 노선호 전 윌리스타워스왓슨코리아손해보험 중개이사를 스트럭처링본부장으로 끌어오기도 했다.
◇ 장기보험 중심 포트폴리오 '분산' 목표…낮은 계열사 의존도 극복 과제
메리츠화재가 기업보험에 치중하는 건 인보험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대표 취임 이후 매년 순익을 갱신하며 성과를 냈지만 지난해 기업보험 부문에서는 고전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장기보험에서는 13.7%의 원수보험료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기업보험에서는 0%를 기록하며 제자리 걸음을 했다. 지난해 장기보험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만큼 올해는 기업보험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기업보험은 장기보험(인보험), 자동차보험과 달리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낮은 편이다. 메리츠화재가 인보험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파이를 키웠지만 지속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기업보험 비중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기업보험 비중은 전체 원수보험료 가운데 7%에 불과하다. 82%가량이 장기보험에 치우쳐 있어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리스크관리 능력에 따라 사업 지속성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세간의 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메리츠화재는 기업보험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또 기업보험은 기업과 보험사간 일대일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을 늘리더라도 리스크 노출도가 적은 편이다. 장기보험, 자동차보험은 표준약관에 따라 손해율이 결정되지만 기업보험은 회사마다 체결한 내용과 보장 비율 등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기간, 사건 등으로 인한 손해율 증가 현상이 적은 편이다. 손보사 입장에서는 기업보험 비중이 높을수록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하고 사업을 꾸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업 영역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1~4위 사업자와 달리 계열사가 적어 고정적으로 기업보험 계약을 가져갈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상대적으로 계열사 자금 비중이 적은 DB손해보험 출신인 노선호 스트럭처링본부장을 영입한 것도 계열사 물건이 적은 구조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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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윤 사장은 조직을 정비한 만큼 기업보험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그는 신시장을 개척해 시장 판도를 뒤엎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대우증권 재직 런던법인에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러시아 루블 국채 시장에 투자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 대우증권의 1년 수익에 해당하는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열오브스코틀랜드뱅크에서 근무하던 2009년에는 해외 생보사가 자본금 조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알아채고 국고채 연계 예금 상품을 개발해 시장을 공략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회사에 합류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조직을 꾸리고 인력을 영입하느라 아직까지 내세울만한 성과는 없다"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보험 시장에서 성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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