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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세일앤리스백, 'D 공포' 임차료 리스크 물가 하락기, 고정 임차료-시장 임차료 괴리…장기 재임차, 스텝업 조건까지

양정우 기자공개 2019-10-24 14:57:17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2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이너스 물가의 충격으로 'D(Depression)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이마트의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 카드에 임대료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장기 재임대를 통해 고정 임차료를 부담하는 탓에 물가 하락기 시장 임대료와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마트와 다르게 앵커 리츠(REITs)를 선택한 롯데쇼핑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롯데쇼핑도 롯데리츠에 매각한 영업용 자산을 다시 임대하는 만큼 고정 임차료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임차인이자 리츠 최대주주인 만큼 고정된 배당 수익을 통해 임차료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D의 공포' 급습, 무풍지대 없다…'스텝업 조건' 장기 계약 부담

한국 경제에 D의 공포가 번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중기물가목표는 연 2.0%다. 하지만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0.4%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적인 마이너스 소비자 물가는 통계편제(1965년) 이후 처음이다. 0%로 발표된 지난 8월도 1년 전보다 0.038% 하락해 사실상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D의 공포 속에선 고정 임차료를 지급하는 임차인의 입장이 난처하다. 디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닥칠 경우 부동산 시장도 '무풍지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장기 임대차 계약으로 고정된 연간 임차료 상승률이 국내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면 시장 가격보다 높은 임차료를 지급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마트는 최근 점포 13곳을 세일앤리스백으로 마스턴자산운용에 처분(9525억원)하면서 장기 재임차 계약을 맺었다. 역시 딜을 성사하고자 고정 임차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연 1% 수준의 임차료 상승이 담긴 스텝업 조건에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는 13개 점포의 임차료를 연평균 450억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매각 대금의 4.7%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만일 디플레이션 위협이 장기화될 경우 이마트가 맺은 재임차 계약은 시장 가격으로 형성되는 임차료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마트는 부동산 임차료가 하락세에 접어드는 와중에도 오히려 스텝업으로 매년 높아지는 임차료를 감당해야 한다. 경쟁이 격화되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이마트의 시장경쟁력과 직결되는 악재로 부상할 수 있다.

반대로 투자자 입장에선 D의 공포 속에서 고정 수익에 관심이 쏠린다. 근래 들어 리츠나 고배당 주식이 인기를 끄는 것도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우려가 한몫을 하고 있다. 역으로 보면 마스턴자산운용이 이마트의 점포를 세일앤리스백으로 인수한 건 고정 임차료와 스텝업 조건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상가를 중심으로 임대료가 떨어지는 곳이 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경우 결국 부동산 전반의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장기 임대차 계약에서 높은 임차료를 약속한 측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앵커 리츠로 부동산 유동화…고정 배당, 임차료 리스크 완화

이마트보다 한발 앞서 부동산 유동화에 나선 롯데쇼핑은 세일앤리스백이 아닌 리츠를 선택했다. 롯데쇼핑의 부동산(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 등)을 사들인 롯데리츠를 상장하는 구조였다. 현물출자 부동산(강남 백화점)을 감안하면 롯데쇼핑 쪽으로 유입된 자금은 1조원 수준이다.

롯데쇼핑 역시 롯데리츠와 처분 부동산에 대해 9~11년 간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고정 임차료가 향후 롯데리츠의 고배당을 뒷받침하는 핵심 재원이다. 롯데쇼핑과 롯데리츠도 고배당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고정 임차료를 확정했고 매년 임차료가 상승하는 스텝업 조건에 합의했다. 롯데쇼핑도 디플레이션의 공포 속에서 임차료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다만 롯데쇼핑은 롯데리츠를 앵커 리츠(대기업 최대주주)로 론칭하면서 직접 최대주주(지분율 50%)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고정 임차료를 지급하는 임차인이자 롯데리츠의 고배당을 누리는 최대 수혜자인 것이다. 향후 디플레이션이 엄습해도 시장 임차료와 고정 임차료 간 괴리에서 나오는 부담을 역시 고정된 배당 수익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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