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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발전이 만든 '대박 딜'의 품격 [thebell note]

피혜림 기자공개 2019-10-31 08:43:16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남부발전이 한국물(Korean Paper) 캥거루본드(호주달러 채권) 딜의 역사를 다시 썼다. 통화 다변화에 나선 한국남부발전은 비금융회사로는 이례적으로 호주달러 시장을 찾아 진기록을 세웠다. 주요 역외 발행사가 유럽과 일본 금융회사인 데서 볼 수 있듯, 호주 채권시장은 A급 이상 우량채권 및 금융회사 채권을 선호하는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다.

이번 딜이 돋보인 건 치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 도전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남부발전은 스위스프랑 채권 발행을 준비했으나 발전사에 대한 투자 물량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스위스 투심에 대응해 대안 마련에 나섰다.

호주 기준금리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한 한국남부발전은 과감히 캥거루본드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호주 기준금리는 올해에만 세 차례 인하를 거듭해 0.75%라는 사상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우량 크레딧물을 선호하는 호주 시장 특성 상 'AA급' 비금융회사로서의 틈새를 공략하겠단 계산도 깔렸다.

도전정신은 주관사단 구성에서도 두드러졌다. 한국남부발전은 비호주계인 노무라증권과 BNP파리바, HSBC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캥거루본드 발행 시 호주계 하우스를 중심으로 주관사단을 꾸리던 앞선 한국물 이슈어들과 대조적이었다. 한국물 캥거루본드 발행에서 호주 기관이 가져가는 물량은 통상적으로 30% 안팎에 불과했지만 이슈어들에겐 호주달러 채권 발행 시 호주계 하우스의 현지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한국남부발전은 이같은 관념을 깨고 하우스별 파이프라인과 신디케이트 능력 등을 기준으로 조달 파트너를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 23일 진행한 프라이싱에서 호주 역내 배정 비율을 74%로 끌어올렸다. 호주 기관으로 투자 저변을 넓히는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아시아 기관이 발행물량의 60~70% 가량을 소화하던 앞선 한국물 캥거루본드 딜과는 달랐다. 한국남부발전의 이번 딜이 그동안 한국물 시장에는 없었던 진정한 의미의 캥거루본드라는 찬사를 받는 이유다.

한국물 시장은 올초부터 전례없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되는 호조로 한국물 금리 메리트가 완화되자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내 KP 투자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호황을 지나 시장이 위축되는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금융회사의 주요 조달처로 인식됐던 호주달러 채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조달 파트너 선정 과정에서 맹목적인 믿음 대신 객관성을 택한 한국남부발전의 품격을 아로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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