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06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분기를 거듭할수록 초라하다. 당장 외형 둔화도 걱정이지만 수주절벽 상황은 훨씬 심각한 편이다. 현금은 두둑하고 이렇다할 먹거리가 없는 시점에 건설사들이 택지확보 경쟁에만 내몰리는 것은 다소 우려스럽다.건설사들이 수도권 택지 입찰에 사활을 거는 현상은 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막혀있는 데다가 공공택지 공급도 줄어 사업장 확보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고 싶으면 스스로 땅을 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셈이다.
문제는 대형 건설사들이 택지 입찰가격을 스스로 올려놓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입찰에서 예정가격의 두배 이상 적어낸 경우는 이제 흔한 일이다. 후분양 우선공급 공공택지 입찰까지 경쟁률이 치솟는 것을 보면 건설사들이 토지확보에 얼마나 올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건설사들이 비싸게 산 땅은 언젠가는 더 비싸게 팔려야 한다. 자연히 수분양자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일수록 향후 분양가 부담은 더욱 커진다.
고가의 토지매입은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안에서 사업성있는 택지확보가 어렵다보니 범위가 넓어졌다. 3기 신도시가 공급된다고 하지만 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도 한몫했다. 지방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위험한 도전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토지매입에 따른 건설사들의 재무부담이 적은 점은 과열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1군 건설사들의 현금성자산은 어느 때보다 많은 편이다. 일부는 부채비율 관리보다 실탄 마련을 위한 현금 확보에 더 힘을 실을 정도다. 무엇보다 시중 조달금리가 워낙 낮아 재무부담은 가려져 있다.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는 건설사들의 몸부림은 일견 이해가 된다. 다만 넘치는 에너지가 택지입찰에 쏠려있는 상황은 다소 아쉽다. 정부규제가 자초한 면이 있지만 경쟁이 과열될수록 수지타산이 안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가 필요하다.
국내 수주부진을 꼭 택지 매입으로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찌됐든 시행사업의 영역에 몸을 담았다면 제대로된 디벨로퍼 역량을 갖춰 도전해볼 수도 있다. 적어도 비싸게 택지를 사두고 정부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덜 옹색해 보일 수 있다. 대형 건설사 손길을 기다리는 개발사업장도 즐비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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