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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뼈대' 철도사업, 적자 탈출 방안은? 영업손실 1310억, 부채비율 332%…오류 개선 품질검증조직 신설

김성진 기자공개 2019-11-14 11:22:33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1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에게 철도사업은 회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업이다. 플랜트 사업과 방산 사업도 함께 영위하고 있지만 철도사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성장해왔다. 현대로템은 지난 1997년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이 보유하던 철도차량 생산 부문을 하나로 합치면서 탄생했다.

그런데 현대로템이 뼈대나 마찬가지인 철도사업에서 부진한 탓에 전체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2014년 한 차례 적자를 낸 이후 적자와 흑자를 오가다가 올해 대규모 손실을 냈다. 철도사업에서의 실적 악화는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졌고, 이는 또다시 재무건전성 악화를 야기했다. 현대로템은 현재 6조원가량의 넉넉한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받는다. 잦은 설계 변경 탓에 손실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이를 개선하기 품질검증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1일 현대로템이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실적발표 자료를 보면 현대로템은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액 1조8590억원 영업손실 13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1조7550억원에서 5.9%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손익은 지난해 170억원 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철도사업 부진이 적자 전환의 주요 원인이 됐다. 현대로템은 철도사업에서만 올해 131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8360억원에서 1조310억원으로 23.3% 증가한 반면 영업손익에서는 대규모 손실을 냈다. 전체 영업손실 1340억원 중 97.8%가 철도사업에서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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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철도사업 대규모 영업손실 원인으로는 설계변경이 꼽힌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잦은 설계변경 탓에 크고 작은 손실을 내왔다. 올 3분기에는 특히 호주에서 진행 중인 약 550량 규모의 2층 전동차 사업 설계변경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호주 교통부와 시드니 측은 현대로템에 차량 내부 의자 등 추가 설치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원가가 늘어나며 큰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회계기준상 추가 원가가 발생할 시에는 미리 대손충당금으로 인식한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6년 시드니 2층 전동차 512량을 납품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올 3월 42량을 추가로 계약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의자 하나만 설계변경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차량 대수가 550대정도 되다보니 조그마한 것 하나만 바꾸더라도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철도사업은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현대로템의 효자사업과 다름없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체 실적의 60%를 넘게 담당하기도 했다. 2010년 실적을 보면 현대로템은 철도사업에서 매출액 1조7800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거뒀다. 당시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조7800억원, 18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며 현대로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철도사업에서 부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부터다. 해외 시장에서 잇단 악재가 실적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대로템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브라질 프로젝트가 삐걱거리며 2010년대 들어 처음으로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손실 규모가 더 커졌다. 무려 19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현대로템 전체 영업손익도 전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2016년과 2017년에는 다시 연속 흑자를 내긴 했으나 지난해 재차 적자전환하며 좀체 예년의 실적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 2010년부터 올 3분기까지 영업손익을 모두 합치면 330억원 손실을 낸 것으로 계산된다. 지난 10년간 철도사업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문제에 맞닥뜨렸다. 국내 철도 시장은 현대로템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가 2015년을 전후로 경쟁사업자들이 나타나게 됐다. 다원시스, 우진산전 등이 현대로템과 함께 정부 및 지자체 수주경쟁에 뛰어들며 경쟁이 심화했고 이는 곧 원가 수준의 저가수주로 이어졌다. 업계에선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최저가입찰제도 탓에 필요 이상의 출혈 경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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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국내 물량의 경우는 사실상 원가 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 작업한다고 볼 수 있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입찰을 못 따내는 것보다는 따내는 게 낫다 보니 더욱 더 낮은 수준의 입찰가를 써낸다"고 말했다.

철도사업에서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재무건전성도 크게 악화했다. 재무건전성 평가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현대로템의 부채비율은 올 3분기 기준 332%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9%와 비교해 143% 포인트 상승했다. 총차입금은 1조3000억원에서 1조5690억원으로 20.7% 증가한 반면 자본총계 1조1080억원에서 9350억원으로 15.6% 줄어든 탓이다. 자본총계 감소는 약 3년간 순손실이 지속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철도사업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현재 보유한 수주잔고는 많지만 설계변경 등의 이유로 영업손실이 지속된다면 많은 양의 수주잔고도 속 빈 강정이라는 분석이다. 현대로템의 3분기 기준 철도부문 수주잔고는 6조6780억원에 달한다. 현대로템의 철도부문 수주잔고는 2015년 말 3조2790억원에서 매해 약 1조원씩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로템은 이를 의식하고 잦은 설계변경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철도부문 품질 강화를 위한 파이롯트센터를 신설했다. 파이롯트 차량이란 철도차량 양산에 앞서 설계 등 사전 검증을 실시하는 차량을 뜻한다. 철도사업은 프로젝트마다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설계 후 양산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했다.

또 다른 현대로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설계변경에 따른 손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에 파이로트센터를 신설했다"며 "앞으로 이러한 개선활동을 통해 손실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3분기 실적 악화 요인이었던 호주 시드니 이층 전동차의 경우 이달 말부터 출고가 이뤄지고, 얼마 전 출고된 국내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등 프로젝트 등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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