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필름 세계 1위 SKC코오롱PI, M&A 성사 의미는 글랜우드 시장지배력 강화…SKC-코오롱은 투명PI필름 집중
김혜란 기자공개 2019-11-26 10:26:47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5일 10: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1위 폴리이미드(PI) 필름 생산기업 SKC코오롱PI M&A는 인수자는 물론 매도자 입장에서도 의미가 큰 거래로 평가받는다. 글랜우드PE는 높은 시장지배력과 성장성을 갖춘 SKC코오롱PI의 새 주인이 돼 앞으로 공격적인 기업 가치 제고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측인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0여 년 전 설립한 합작회사 청산 작업을 순조롭게 마치고 고부가가치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생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SKC코오롱PI의 주력제품은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핵심소재인 PI필름이다. FPCB(연성회로기판)와 방열시트, 디스플레이, 우주·항공 분야를 비롯한 첨단산업용 PI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폴더블폰용 베이스 필름, 플렉서블 OLED 등 유색 PI필름 사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크게 점쳐진다. 특히 PI필름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부착되는 소재로도 사용돼 앞으로 전기차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반면, 투명 PI필름은 황갈색인 PI필름에서 색을 빼 투명하게 만들고 경도 등 물성을 개선해 만든다. 공정이 추가되는 만큼 생산 비용이 더 든다. 투명 PI필름과 유색 PI필름은 적용 분야도 서로 다르다. 투명 PI필름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커버윈도우 등 유리의 대체제로 쓰인다. IT기기나 전기차 배터리 등 제품 안에 들어가는 PI필름을 생산단가가 높은 투명 PI필름으로 대체할 이유가 없다. 투명 PI필름의 출현이 PI필름 수요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얘기다.
SKC와 코오롱인터스트리가 합작회사 SKC코오롱PI를 세운 건 지난 2008년이다. 당시 듀폰-도레이, 가네카, 우베 등 일본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전자소재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양사는 합작회사를 만들자는 결단을 내렸다. SKC코오롱PI는 연간 1500톤의 PI필름을 생산할 수 있었고 우베를 제치고 듀폰-도레이, 가네카에 이어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양사는 SKC코오롱PI를 세운 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꾸준히 사세를 키웠다. 그 결과 SKC코오롱PI는 현재 시장점유율 30%로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발달하면서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유리를 대체할 투명 PI필름 양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투명PI필름 생산 기술을 보유한 곳은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테크놀로지(SKIET)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현재 투명 PI필름 시장의 강자는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꼽힌다. 다만 스미토모화학은 아직까지 대량 양산 능력이 부족한 상태다. 공급은 부족한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화웨이, 모토로라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잇단 폴더블폰 출시로 CPI필름 수요 역시 크게 늘고 있어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가 중요한 상황이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첨단소재 국산화 측면에서 PI필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로 의기투합해 지금까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투명PI필름 관련해선 경쟁 관계를 형성했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각각 투명 PI필름 관련 상표를 출원해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투명 PI필름 양산에 회사의 역량을 총집중해야 하는 만큼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기로 했고, 이에 따라 유색 PI필름을 생산하는 SKC코오롱PI는 매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매각 성사로 글랜우드PE는 PI필름 생산에 집중하고,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 두 대기업은 투명 PI필름 양산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소재 국산화와 국내 첨단소재 산업 강화 측면에서 투명PI필름과 유색 PI필름 두 분야 육성·강화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랜우드PE는 거래를 마무리 지은 뒤 기업 가치 향상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은 두 대기업이 SKC코오롱PI를 공동으로 운영해왔지만, 글랜우드PE로 주인이 바뀌어 독립경영 체제가 안착하면 빠른 의사결정 등 경영효율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글랜우드PE는 생산라인을 증설해 PI필름 생산을 늘리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공격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인수전에서는 글랜우드PE의 인수 의지가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글랜우드PE는 내달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초 인수대금납입(딜 클로징)까지 마무리 지은 뒤 본격적으로 사명 변경 등 PMI(인수 후 통합)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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