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충실한 기본기…연금운용 수요 공략 [태동하는 EMP 사업]③퀀트 기반 EMP솔루션 제공…매니저 판단 '배제', 저비용·변동성 대응 '강점'
김진현 기자공개 2019-12-04 13:01:01
[편집자주]
상장지수펀드(ETF)가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ETF를 활용한 비즈니스모델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산배분을 추구하려는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은 EMP(ETF Managed Portfolio)를 활용한 사업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발을 떼기 시작한 EMP 사업의 현황과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6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지수펀드(ETF) 강자 삼성자산운용은 기본에 충실한 EMP(ETF Managed Portfolio) 솔루션을 표방한다. EMP솔루션이 자산배분을 통해 위험도를 낮추는 투자전략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기본에 충실한 EMP 솔루션으로 퇴직연금 등 연금 운용 수요에 맞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삼성자산운용은 올해 퇴직연금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EMP사업 역시 퇴직연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내비치고 있다. 투자권유대행인(FA)을 보유한 투자자문사와 협업을 늘리며 법인영업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주로 타깃데이트펀드(TDF)나 EMP펀드가 법인 맞춤형 상품으로 권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법인 '맞춤' 삼성EMP코리아알파…신상품 추가 계획
삼성자산운용이 설정한 '삼성EMP코리아알파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이 현재 법인 영업 대표 상품이다. 이 상품의 F클래스 설정액은 516억원이다.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기대하는 법인 기관이 투자한 것이다. 현재 펀드는 연초후 1.98%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EMP글로벌로테이션성과보수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도 퇴직연금 상품으로 기관투자가의 선택을 받았다. 한 법인의 퇴직연금 운용상품 라인업에 포함돼 차근차근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25일 기준 설정액은 64억원이며 연초후 2%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EMP펀드는 기본적으로 자산배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보다는 리스크 분산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연금 운용의 기본이 리스크 분산이기 때문에 EMP펀드로 이에 맞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생애주기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산배분을 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는 달리 EMP는 짧은 주기에 맞춰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TDF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EMP펀드로 연금펀드의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목표다.
자산배분 목표에 충실하기 위해 삼성자산운용은 퀀트 베이스로 도출된 결과값을 그대로 운용한다. 예상되는 거시적 흐름 등을 고려해 임의로 비중을 조절하는 경우 액티브펀드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미래의 일을 예상하는 건 쉽지 않을 뿐더러 적극적인 자산 비중 조절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접근하면 극단적인 포트폴리오를 꾸리기 부담스럽지만 퀀트를 기반으로 한 EMP는 입력 데이터 값에 기반한 수학적 결론이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0%까지 줄이는 식으로 큰 폭으로도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장기성과에 영향을 주는 보수를 보더라도 EMP펀드가 액티브펀드보다 낮아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퀀트를 기반으로 한 EMP 솔루션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크로 지표는 고려하지 않고 룰 베이스로 운용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내년 다양한 연금운용 수요에 맞추기 위해 신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형으로 선보인 삼성EMP코리아알파펀드가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 상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은 보험 업계와도 협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연금보험에서도 EMP 운용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은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을 통해 EMP솔루션을 자문하는 형태로 연금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 '퀀트 장인' 이성규 팀장…"이제는 퀀트의 시대"
삼성자산운용은 EMP운용팀을 이끄는 수장은 이성규 팀장(사진)이다. 그는 베어링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을 거치며 10년 이상 퀀트 운용을 해온 베테랑이다.
이 팀장은 EMP펀드를 패시브펀드와 액티브펀드의 중간적인 성격을 띤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와 달리 ETF를 조합해 투자하기 때문에 액티브적인 면도 있어서다. 반면 액티브펀드보다는 저렴한 보수, 자산배분이 용이하다는 점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액티브펀드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에서 이름을 날린 액티브펀드 성과가 최근 들어 좋지 못한 점을 들며 5년 이상 장기 성과가 유지되는 상품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매니저의 일관된 투자 철학이나 스타일이 없다면 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뜨는 섹터나 투자 대상을 좇아가다보니 성과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EMP펀드는 이런 점에서 규칙에 기반해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 성과는 좋지 못해도 꾸준히 중상위권에 드는 상품이 EMP펀드라고 본다. 삼성자산운용 EMP상품도 유형평균 30%정도 성과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운용하고 있다. 반짝하는 상품보다 꾸준히 팔리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삼성자산운용이 ETF 강자라는 점도 이 팀장에게는 힘이 되는 부분이다. EMP운용을 하다 필요한 ETF 상품이 있다면 ETF 설정을 요구하는 등 업무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상장된 일부 ETF 종목은 이러한 협업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사업도 점차 스마트베타 ETF 등 전통적으로 대표지수를 추종하던 상품이 아니라 EMP 솔루션에 용이한 상품 라인업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ETF를 활용하는 투자상품이 늘면서 각 부서별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는 만큼 EMP운용팀의 역할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국내주식펀드나 해외주식형펀드 등의 위탁운용을 맡고 있는 담당 조직에서도 ETF를 일부 편입해 투자하는 경우 이 팀장이 함께 참여해 들여다보거나 직접 해당 부분을 운용하는 식으로 업무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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