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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20년만의 '사장' CEO가 갖는 의미

최명용 산업2부장공개 2019-12-18 11:36:46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7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어떤 조직이든 인사로 모든 것을 말한다.

아직 인사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연말 대기업들의 인사 중 가장 눈에 띈 곳은 LG였다.

LG의 사람 관리는 정평이 나있다. 인화의 LG라 불리던 곳이다. 신상필벌의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사람을 좀처럼 내치지 않던 곳이 LG였다. 큰 파격 없이 무난한 인사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사뭇 다르다. 겉으론 조용했지만 한꺼풀을 벗기고 들여다보면 파격의 연속이었다.

LG전자는 최근 권봉석 사장을 CEO로 내정했다. LG전자는 줄곧 부회장급이 대표이사를 맡아 왔다. 사장급 CEO는 20년만이다.

LG전자의 종전 CEO를 살펴보면 1999년엔 오너 일가인 구자홍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김쌍수(2003년) , 남용(2007년), 구본준 부회장(2010년)이 4년 주기로 대표이사를 맡았고 2016년부터 올해까지 조성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내년부터는 20년 만의 사장급 CEO가 LG전자를 이끈다.

CEO의 나이도 메시지가 담겨 있다. 권봉석 사장은 1963년생으로 만 56세에 CEO가 됐다. 종전 조성진 부회장은 1956년생으로 만 60세가 되던 2016년 CEO로 올라섰다.

LG전자의 임원 현황을 보면 권 사장보다 나이가 많은 임원들이 상당수다. 올해 인사에서 신규 보임한 MC사업본부장인 이연모 전무는 1962년생이다. 한국영업본부장 이상규 부사장은 61년생으로 권 사장보다 두살 많다.

반기 보고서상 LG전자 333명의 임원(사외이사 제외) 중 1962년생 이하 임원은 71명으로 집계됐다. 연말 인사가 반영되기 전 데이터이긴 하지만 권 사장의 나이가 파격적이란 점은 분명하다.

LG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30대 여성 임원도 발탁했다. 시그니처키틴스위트태스크리더인 김수연 전문위원은 80년생으로 올해 39세다. 50년대생 임원에 비해 20년 이상 젊다.

나이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 나이에 따라 서열을 나누고 선후배를 구분하는 것은 '구습'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나이어린 팀장을 모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공기관이나 다른 대기업에선 나이 어린 상급자를 배치하는 것은 일종의 경고로 보고 있다. 한 기수 아래에서 '장'이 나오면 그 윗 기수는 전원 사표를 내기도 한다. 유교적 전통이다.

LG는 유교정신과 많이 맞닿아 있다. LG가 유달리 다른 대기업에 비해 비판을 받지 않는데엔 유교정신이 한 역할을 해 왔다.

LG는 유교 정신에 따라 가족 회의에서 주요 의사 결정을 하고 장자우선주의로 경영 승계를 한다. 오너 일가의 여성들은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못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라곤 하지만 이 방식으로 오랜 세월을 버텨내며 기업을 키워왔다.

LG는 구인회 창업자의 뒤를 이어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을 거쳐 구광모 회장으로 4세대를 지나 왔다. 수많은 위기를 겪었고 변화를 보였다. 동업자인 허씨 집안이 분리됐고 주력사업도 시대에 따라 변화와 부침을 겪었다. 그 오랜 세월동안 그 흔한 경영권 분쟁 없이 성장한 데엔 유교 정신이 한몫했다.

20년만의 사장급 CEO 내정도 달라진 LG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장면이다. '나이'를 따지지 않는 인사는 그룹의 기틀인 유교정신과 사뭇 배치된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이후 LG는 독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사와 다툼도 서슴치 않는다. 외부 인사를 파격적으로 영입하는 일도 많아졌다.

최근 구자경 명예회장이 운명을 달리 했다. 앞서 지난 5월엔 구본무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 LG와 한국 경제의 기틀을 만들었던 선구자적인 기업가들이었다.

남겨진 LG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올해 LG 인사에 대한 자평도 '미래준비가속화'였다. LG는 좀더 독해질 필요가 있다. 좀 더 파격적인 행보를 걸어도 된다. 20년만의 사장급 CEO 내정은 미래 준비의 시작에 불과해야 한다. 더 큰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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