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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 탄생, 한화의 '솔루션' 될까 [Company Watch]태양광·소재 부채 부담 줄이고 우회 상장까지…김동관 위한 무대 마련 효과도

박기수 기자공개 2020-01-08 10:11:11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7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의 화학·태양광·소재 사업의 집합체인 한화솔루션의 탄생이 현실화했다. 사실상 방산 계열을 빼면 한화그룹의 모든 핵심 사업들이 한곳에 모인 셈이다.

'경영 효율성 증대',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등이 한화에서 내세우는 기대 효과지만,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재무적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계 이슈가 있는 한화그룹 입장에서 한화솔루션의 등장이 거버넌스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한화솔루션 탄생 과정과 함의는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한화글로벌에셋(존속 법인)'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신설 법인)'로 분할하고, 올해 초 신설 법인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 합병하면서 사명을 '한화솔루션'으로 바꿨다. 화학 사업(한화케미칼)과 태양광(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큐셀 부문), 소재(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첨단소재 부문) 사업이 한 데 모이게 됐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한화그룹이 승부수를 건 태양광 사업의 핵심 법인이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이 그룹 내 에이치솔루션 계열의 한화에너지가 맡고 있다면, 셀(태양 전지) 등 태양광 관련 제품의 제조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큐셀 부문'의 몫이 컸다. 훗날 그룹 수장 자리를 승계받을 적임자로 꼽히는 김동관 부사장 역시 태양광으로 커리어를 쌓아갔다는 점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다만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약점이 많은 회사였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비상장사라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힘들었다. 재무 상황도 건실하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부채 부담과 이에 상응하는 이자 부담이 커서 재무 지표로만 보면 시장의 신뢰를 선뜻 사기 힘든 곳이었다는 의미다.

한화솔루션의 탄생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이런 약점들을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는 복안이었다. 여기에 한화그룹은 해외 법인에 머무르던 김동관 부사장을 한화솔루션에 배치하면서 진정한 경영 시험대이자 그를 위한 '무대'까지 마련했다.

◇52.3% + 558.5% = 92.7%

2018년 말 기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한화글로벌에셋과 분리 전)의 연결 기준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각각 2조8941억원, 1조247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32%였다.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심각한 부채 부담을 지고 있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수치다. 다만 이때도 차입금 부담이 상당했다. 당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보유했던 차입금은 2조999억원으로 이자 비용만 384억원에 달했다. 2018년 영업이익이 192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 해 벌어 차입금 이자 비용도 대지 못했다는 의미다.

심지어 지난해 한화글로벌에셋과 분리 후 신설 법인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부실이 더욱 크게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화케미칼의 합병 계획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부채비율은 무려 558.5%까지 치솟는다.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각각 2조1660억원, 3878억원이다. 분할 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도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었는데, 그마저 한화글로벌에셋이 안전판 역할을 해와서 낼 수 있었던 수치였다는 의미다. 사업 성장을 위해 자금을 조달받을 자본시장에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땠을지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다만 이런 고민은 크고, 재무구조가 건실한 한화케미칼로 흡수되면서 대거 해결됐다. '흡수하는' 한화케미칼은 '흡수당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보다 3배 이상 규모가 큰 회사다. 지난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한화케미칼의 자산총계는 8조375억원으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2조5538억원)의 3.14배 수준이다.

여기에 한화케미칼은 자본총계 5조2790억원, 부채총계 2조758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52.3%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의 통합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재무적 약점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기존에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지녔던 부채 부담을 규모가 크고 재무구조가 우수한 한화케미칼과 함께 나누게 되면서다.

'우회 상장' 효과도 보게 됐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하는 한화케미칼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시각을 넓혀 한화그룹 입장에서 보면, 성장이 필요한 비상장사를 기반이 튼튼한 상장사로 통합시키면서 육성 사업 성장을 위한 외부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효과를 본 셈이다.

한화케미칼이 공시한 한화솔루션의 부채비율은 약 93%(부채총계 4조9230억원, 자본총계 5조3115억원)다. 통상 100% 미만의 부채비율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합병을 통해 재무적으로 굉장한 수혜를 입은 셈이다. 반대로 한화케미칼은 '빚더미'를 끌어안으며 부채비율이 일부 높아지는 '피해'를 봤다.


한화솔루션이 신년 행사 개념으로 치렀던 '비전 공유식'에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한화솔루션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솔루션은 이날 행사에서 통합법인 출범을 계기로 각 부문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시너지를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면서 "경영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연구·개발(R&D) 역량을 제고하며,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관 부사장을 위한 무대

한화그룹의 후계자로 꼽히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사장은 훗날 그룹을 이끌기 위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김 부사장 본인이 최대주주인 에이치솔루션의 주식을 활용해 한화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한화의 주식을 취득하는 '거버넌스' 과제와, 한화그룹을 이끌 적임자라는 사실을 외부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비즈니스' 성과를 내는 것이다.

거버넌스 과제는 둘째 치더라도, 김 부사장의 사업 능력을 인정받을 만한 무대가 지금까지는 마땅치 않았다. 김 부사장은 지금껏 한화그룹의 해외 태양광 계열사에 적을 뒀다. 그가 지금까지 몸을 담았던 곳은 영국령 법인인 'Hanwha Q CELLS'로 미국 나스닥 상장 법인이었던 곳이었다. 규모가 작은 법인은 결코 아니었지만 국내 재계까지 존재감을 드러낼 정도로 거리감이 가까운 곳은 아니었다.

또 태양광 사업에서 큰 성과를 낸다고 해도 그 성과가 한화그룹을 이어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한화그룹이 물론 태양광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공언한 바 있지만, 한화그룹은 태양광 외에도 화학, 방산, 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재계 순위 7위의 '대그룹' 이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의 탄생으로 이런 고민도 일부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김동관 부사장이 부임한 자리는 화학·태양광·소재 사업을 아우르는 '전략부문장'이다. 김 부사장의 성과는 이제부터 자산총계 10조원의 초대형 기업에서 내는 성과로 해석된다. 그만큼 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길 무대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김동관 부사장의 승계 시나리오 중 큰 과제 중 하나가 해결된 셈이다.

△ 6일 오전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진행된 ‘한화솔루션 비전 선포식’에 참가한 임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류두형 첨단소재 부문 대표, 김희철 큐셀 부문 대표, 김동관 전략부문 부사장, 이구영 케미칼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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