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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신용도, '업황-등급' 디커플링 해소되나 정부, '집값 잡기' 고강도 규제책…올해 등급 상향 릴레이 '쉽지않네'

양정우 기자공개 2020-01-15 13:53:51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4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건설사는 지난해 비우호적 사업 환경 속에서 신용등급이 가장 많이 상향된 업종으로 꼽힌다. 실적이 업황에 후행하는 탓에 업종 위험과 등급 향방의 디커플링(Decoupling)이 유독 두드러졌다. 지난해 호실적은 주택 호황기인 2016~2018년 채산성이 높은 분양 물량을 소화한 덕이 크다.

올해도 건설사의 사업 환경은 적신호 일색이다. 집값 잡기에 사활을 건 정부의 강도높은 규제책이 본격적인 옥죄기에 들어갔다. 물론 건설사마다 재무적 버퍼와 대응 방안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제 주택경기 호조에 따른 재무 개선 효과가 일단락된 터라 신용도만 역주행하는 디커플링의 해소 시점이 다가왔다는 평가다.

◇대림산업 등 6곳, 등급 상향 릴레이…건설 전망 '암울' 속 디커플링

지난해 국내 신용평가업계는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상향했다. 대림산업(AA-)과 롯데건설(A+), GS건설(A0), 태영건설(A0), 한화건설(A-), 한신공영(단기신용등급 A3+) 등 무려 6곳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건설사의 구체적 사업구조와 시장 지배력은 상이하지만 등급이 상향된 본질은 대동소이하다. 모두 영업 실적과 재무 구조가 두드러지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각자 주택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2016~2018년 주택 시장 호황기를 제대로 누렸고 기존 해외 사업장의 준공을 매듭지으면서 비건축 부문의 실적도 안정화 단계에 올라섰다.

대림산업의 경우 AA급 신용도를 갖춘 건설사로 도약했다. 각종 공적 기관을 제외하면 그간 건설 업종에서 AA급 등급을 부여받은 건 현대건설(AA-)이 유일했다. 대림산업은 주택사업의 우수한 채산성을 토대로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률이 11% 수준으로 도약했다. 영업현금흐름이 껑충 뛰면서 한때 1조200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말 2000억원 대로 급감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난해 내내 국내 건설 산업의 전망은 암울했다. 주택경기가 지역별로 양극화된 동시에 해외 수주의 침체 양상이 지속됐다. 무엇보다 건설 업종 특유의 변동성이 심한 크레딧 리스크는 언제나 국내 건설사가 짊어진 산업 위험으로 여겨졌다. 건설사의 사업 환경은 안갯속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지만 신용등급은 줄지어 상향되는 디커플링 상태가 지속됐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건설사의 등급 상향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신용평가사 입장에선 실적의 후행성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쏟아진 주택 규제, 하향 방어 '태세 전환'…등급만 상향, 디커플링 해소 무게

건설사의 '업황-등급' 디커플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크레딧 업계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디커플링 양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한다. 올해도 건설 업종은 역시 부정적 전망 일색이다. 이 가운데 건설사의 등급 상향 기세가 소강 상태로 접어드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년 간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는 사상 초유의 고강도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LTV·DTI 규제 등 주요 제도의 강도를 높인 건 물론 분양가 상한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규제의 범위를 확대한 동시에 강도까지 끌어올리면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올해 집값의 향방을 예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고강도 대책이 건설사에 불리한 여건인 건 분명하다.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신규 주택의 공급 가격을 강제로 낮출 경우 건설사는 분양가 하락에 따른 실적 저하를 감당해야 한다. 주택 수요가 아닌 공급에 초점을 맞춘 규제책은 건설사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전방위 규제 정책이 먹혀들 경우 주택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주택경기의 하강 국면이 불가피하다. 중장기적으로 건설사의 수익성이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건설사는 과거 해외 플랜트 쇼크를 맞은 후 자체적으로 체질 개선에 주력해 왔다. 공격적 해외 수주에 나서는 대신 사업성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재편했다. 사업 포트폴리오와 재무 구조를 탄탄하게 정비한 덕에 위기 대응 능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도 금융권과 나눠 부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주택경기 침체가 심화돼도 건설업계가 등급 하향 소나기를 맞을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하지만 근래 들어 두드러졌던 디커플링 양상은 앞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주택가격 급등기에 거둔 우수한 영업성과도 실적에 상당히 반영된 터라 등급 상향의 기회가 아닌 등급 하향의 방어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재 신용등급에 긍정적 아웃룩이 붙은 포스코건설(A0)과 계룡건설산업(BBB0) 정도가 올해 등급 상향의 막차를 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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