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 공들인 삼성물산, 정비사업 재개 나서나 2014년 최치훈 대표이사 체제 후 컴플라이언스 강조…반포3주구 수주 노려
이정완 기자공개 2020-01-31 07:49:32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0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의 빌딩사업 수주잔고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대형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주택 사업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2014년 최치훈 사장 체제 이후 준법 감시에 공을 들여왔다고 강조한다. 다만 최근 바뀐 기류가 감지된다.삼성물산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실적에 따르면 건설부문 매출은 11조6530억원, 영업이익은 5400억원으로 2018년 매출 12조1190억원, 영업이익 7730억원에 비해 각 4%, 30%씩 줄었다. 지난해 수주 부진이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주택사업이 포함된 빌딩사업 수주잔고는 2015년 20조844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줄어들었다. 지난해 빌딩사업 수주잔고는 13조7770억원으로 2018년 14조7400억원에 비해 7% 줄었다.
빌딩사업 수주잔고는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위축이 끼친 영향이 크다. 분기보고서 상 주택사업 수주현황은 지난 2015년 수주한 신반포한신3차재건축사업이 최근 수주현황으로 분류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신반포3차 사업을 수주한 뒤 정비사업 수주에 나서지 않았다.
삼성물산 주택사업 수주잔액으로는 신반포한신3차(계약잔액 1조1070억원), 온천4구역(9234억원), 연지2구역(6276억원), 온천2구역(4241억원) 등이 남아있다. 이 무렵 수주한 정비사업이 2023년에는 모두 완공돼 2023년 이후에는 삼성물산 주택사업이 수주절벽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혼탁해진 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할 경우 또 다른 문제제기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비사업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삼성물산에 법적 문제가 생길 경우 경영진의 책임은 더욱 커지게 된다.
삼성물산은 정비사업 수주전에 만연한 부정행위를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전에 사설 홍보요원이라 할 수 있는 OS(Outsourcing)요원이 참여해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일이 잦았다"며 "이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선물을 제공하면서 특정 건설사를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금품·향응은 금지돼있으나 용역업체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검찰이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한남3구역 입찰 참여사인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등을 수사했던 것만 보아도 정비사업 수주를 위한 치열한 경쟁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지난 21일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여전히 국토교통부에서는 입찰 무효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며 수주전 과열을 막고 있다.
삼성물산의 준법 관리를 주도한 인물은 최치훈 사장(사진)이었다. 삼성물산은 2013년 말 최치훈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이후 확실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체제를 구축했다고 설명한다. 최 사장은 1988년 GE에 입사해 18년 동안 근무하며 한국인 최초 GE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최 사장이 삼성그룹에 합류한 건 2007년 말이다. 해외 사업 전문성을 인정받아 삼성전자로 영입됐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 2010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2011년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4년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재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사장)을 맡고 있다.
최 사장은 삼성물산 대표이사 취임 직후 경영진에 준법 감시 체제 강화를 지시했다. 최 사장은 오랜 기간 GE에서 근무해 준법 경영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고 알려졌다. 다만 내부통제 시스템인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완벽하게 따르며 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같은 기조 탓에 삼성물산은 2015년 말 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참여 이후 정비사업 입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 국정농단 재판을 계기로 그룹 차원에서 준법 강화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삼성물산의 준법 강화 기조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다음달 초부터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한다. 삼성물산은 준법감시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주요 계열사 7곳 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도 준법감시위원회의 감시대상이 되는 만큼 경영 판단에 있어 준법 강화를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거 정비사업 수주전을 혼탁하게 만들었던 OS요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은 역설적으로 삼성물산의 수주전 참여를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2018년 10월부터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돼 금품·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된 건설사는 해당 시공권 박탈은 물론 2년간 정비사업 수주가 금지된다.
삼성물산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입찰 참여를 시작으로 재건축 시장에서 수주 재개를 노린다. 삼성물산이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2015년 무지개아파트 참여 후 처음이다.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을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양측이 본계약 합의에 이르지 못해 시공사 지위를 취소했다. 현재 삼성물산을 비롯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사업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 회복을 위해선 신규 수주를 통한 주택 공급 물량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2016년 1만171가구를 공급한 이후 1만 가구 대 공급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331가구를 공급했다. 삼성물산이 2019년 세웠던 목표였던 9138가구와 비교하면 목표달성률이 37%에 불과하다. 2018년 공급량이었던 5764가구와 비교해 40% 넘게 감소한 수치로 5대 건설사 중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삼성물산은 올해 9850가구를 공급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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