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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코너 몰린 조원태, 주총 출석률 끌어올릴까KCGI측 '숨은 우군' 대두 가능성, 우호지분 확보 총력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04 09:13:13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방을 정할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조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그룹으로 구성된 '3자 연합'이 현재 확인된 32% 외에도 적지 않은 우호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관측되며 조 회장을 매섭게 몰아붙일 거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재계에선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실제로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조 회장이 조만간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를 꺼내들 거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전자투표제 등 그동안 고려하지 않았던 방안까지 적극 검토할거란 분석도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달 31일 '3자 연합'이 예고 없이 선전포고를 하고 나서며 코너에 몰린 상태다. 이들은 이번 주총에서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지 2주만에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저지에 나섰다. 기타주주들의 표심을 가늠할 수 없는 만큼 최종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조 회장이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는덴 이견이 없다.


양측의 우호지분을 비교해보면 이 같은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현재 KCGI(17.29%)와 조 전 부사장(6.49%), 반도그룹(8.28%)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의 합은 32.06%다. 이 중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반도그룹이 주주명부 폐쇄 이후 추가 매입한 0.08%를 제외한 31.98%로 추산된다.

조 회장의 확실한 우호지분은 20.66% 가량이다. 오너일가와 계열사, 임원으로 구성된 ‘조원태 및 특수관계인’ 지분 28.93%에서 조 전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지분을 뺀 10.66%에 델타항공의 10%를 더한 값이다. 조 회장은 동생인 조 전무와 모친인 이 고문의 지분을 모두 확보해야 32.44%로 3자 연합을 겨우 앞지른다. 하지만 아직까진 두 사람이 어느 편에 설지 확실치 않다.

이 밖의 주주로는 국민연금(4.11%)과 카카오(1%) 등이 있다. 이들은 쥐고 있는 지분 자체가 크진 않으나 양측의 표대결이 막상막하일 경우 최종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캐스팅보터'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카카오는 최근 대한항공과 사업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의 손을 잡아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KCGI의 우군이 결코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이번 주총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경우 조 회장의 방어선을 손쉽게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투자 수익 극대화를 위해 KCGI에 힘을 실어주는 주주들이 여전히 많다고 보고 있다.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Shy) KCGI 세력이다.

실제로 한진칼 주가는 KCGI가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한 이래 60% 이상 올랐다. 한진칼 보통주 1주는 KCGI가 처음 주식을 샀던 2018년 11월14일 2만5500원이었으나 2일 4만1000원(종가 기준)으로 1년 3개월여 만에 1만5000원 이상 뛰었다. 이를 경험한 주주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이번 주총에서 다시 한 번 KCGI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들의 존재는 이미 지난해 주총에서 한 차례 드러났다. 당시 한진칼은 석태수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표결에 부쳤다. 해당 안건은 출석 주식 기준 찬성 65.46%, 반대 34.54%로 가결됐다. 하지만 당시 KCGI의 지분율이 10.71%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손쉬운’ 승리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고 나섰던 국민연금도 석 전 부회장의 연임안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곧 20% 이상의 기타주주들이 KCGI에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이들은 주총장에서 의사발언을 하는 등 공개적인 활동 없이 조용히 힘만 보탰다. 이 중 절반인 10%만 이번 주총에서 KCGI에 힘을 싣더라도 조 회장의 연임이 불투명해진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조 회장 역시 최대한 많은 우호지분을 끌어 모아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국민연금이나 카카오 등 눈에 보이는 지분을 모두 끌어안더라도 역부족이란 의미다. 지난달 31일일 기점으로 소액주주나 외국인 등 기타주주에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따라서 재계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승기 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은 주총 참석률을 낮춰 우호지분만으로 손쉽게 안건을 처리해왔다면 이젠 입장을 완전히 선회해 출석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단 관측이다. 단순히 위임장 확보에 나서는 것 뿐 아니라 전자투표제 도입 등 그동안 검토 않던 방식까지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 회장이 한진그룹 ‘오너 갑질’의 대명사였던 조 전 부사장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한진그룹이 기존 조 전 부사장이 만들어온 부정적인 이미지에 선을 긋고 주주친화정책을 펴는 방향으로 선회해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나설 수 있단 분석이다. 조 회장이 그룹 사업구조 개편과 미래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전자 투표제도 도입은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며 "현재 한진그룹은 기존의 할일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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