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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반(反) 조원태' 연대 조현아 딜레마, 악어새와 맞손?KCGI, 지배구조 개선 내세우면서 소용돌이 일으킨 장본인과 손잡아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03 08:26:39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19: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케이씨지아이(KCGI), 반도건설과 협력하기로 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KCGI는 2018년 11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골몰했는데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의 협력으로 큰 힘을 얻었다.

다만 한진그룹 위기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면서 KCGI의 진정성과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혼탁해질 우려도 제기된다. 늘 지적하던 지배구조의 리스크의 중심에 있던 인물과 힘을 합치면서 향후 계획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지고 물음표가 따라 붙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KCGI, 지배구조 개선 위해 '수단·방법' 안가리는 면모 위험성

KCGI가 한진그룹의 주주로 처음 등장한 때는 2018년 11월이다. 그레이스홀딩스 유한회사 등을 내세워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주식 532만2666주(9.0%)를 매집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불을 지폈다. 당시 KCGI는 입장자료를 내고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유휴자산의 보유와 투자지연 등으로 매우 저평가 되어 있으며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의 기회도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후 KCGI는 바람몰이에 들어갔다. 지분을 사들인 다음달 한진칼의 단기차입금 증액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작년에는 4월과 10월, 12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 보도자료를 배포할 정도였다. KCGI의 행보는 일각에서 어느 정도 호응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고, 델타항공과 반도건설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의 지분 매입을 이끌어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더욱 뜨겁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KCGI가 관심을 받고 일부 지지를 받았던 것은 그간 국내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고 실제 대기업집단의 안방에 들어간 펀드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 일부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KCGI의 한진그룹 공격이 주목받았던 것은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과 그 후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이미 국민적 관심사가 높았던 그룹이었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KCGI를 이런 시장과 일반의 기대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역할을 자임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실제 KCGI는 바람몰이를 하면서 조 전 부사장의 과거 행적을 활용했다. 작년 1월 발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한진’을 내놓으면서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을 언급했고 대주주 일가의 리스크를 지적했다.

출처: KCGI 홈페이지


KCGI가 입지를 더 확대하기 위해 다른 한진칼 주주들과 연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많이 제기 됐고, 실제 주주들과의 접촉도 있었다. 조 전 부사장과의 연대 가능성도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번 발표에 시장에서 대체로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리스크를 수면 위로 올린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KCGI가 당면한 목표에 시야가 좁아져 본래의 목적을 제쳐 두고 마치 차악을 선택한 것처럼 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 각각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있고, 현대의 주총싸움 역시 못지 않게 치열하다. 하지만 자칫 KCGI가 표방하는 설립 목적과는 어긋나는 실행 방안으로 인해 이를 지켜 본 투자자와 시장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는 평가다.

물론 KCGI의 진정성에 의문이 나왔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CGI의 투자자로는 중견기업인 조선내화가 알려진 적이 있다. 조선내화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지배구조 등급이 한진칼보다 더 낮은 D등급을 받은 곳이었다.

◇침묵 깬 반도건설, 플랜B 필요성

이날 KCGI는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반도건설과의 협력도 공표했다. KCGI,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은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다가오는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러한 저희 세 주주의 합의는, 그동안 KCGI가 꾸준히 제기해 온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통한 한진그룹의 개선 방향에 대해 기존 대주주 가족의 일원인 조현아 전부사장이 많은 고민 끝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새로운 주주인 반도건설 역시 그러한 취지에 적극 공감함으로써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반도건설이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등장한 것은 작년 10월 초다. 당시 그룹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이 한진칼 지분을 각각 2.46%, 1.75%, 0.85%씩 취득하면서 주주로 올라섰다. 그 후 반도건설은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높여갔다. 그간 되도록 입장 설명을 자제했지만 침묵을 깨고 전면에 나섰다.

반도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도건설을 주력으로 내세워 시행과 시공을 겸하는 자체개발사업을 하면서 몸집을 크게 불렸다. 되도록이면 본업인 주택사업에 집중하면서 한 눈을 팔지 않았지만,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하는 외도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에 나선 경험이 없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세부적인 전략의 존재 등에 대해 우려가 있었지만 침묵을 무기로 활용하고 적절한 시점에 경영 참여를 밝히는 등 노련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KCGI와 조 전 부사장과의 협력으로 인해 보다 더 정밀하고 세부적인 전략 마련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 예상과는 달리 좋지 않은 흐름이 전개될 경우 반도건설은 KCGI와 달리 거창한 목적을 내세우기 보다는 '투자적'인 입장을 주로 밝혀 부담이 덜 할 수도 있지만, 홀로일 때보다 퇴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리스크가 본업에 전이되지 않도록 차단하거나 회피하는 전략과 실행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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