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강호' 씨앗운용, 해외주식으로 '승부수' [인사이드 헤지펀드]설정액 6000억, 국내주식만으론 '한계'…박현준·박인희 '공룡펀드' 운용경험 반영
최필우 기자공개 2020-02-10 08:08:09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6일 10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주식+채권' 배합 적중, '미중 분쟁' 파고 넘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씨앗자산운용은 최근 해외주식 운용에 특화된 매니저 충원에 나섰다. 더불어 해외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국내 주식과 채권 중심 포트폴리오에 해외주식을 더해 창업 당시 구상했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씨앗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간판 펀드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 1(주식)'을 운용했던 박 대표가 2017년말 설립한 곳이다. 젊은 나이(1974년생)에 스타 매니저 반열에 오르며 차기 사장감으로 꼽히던 그가 이른 독립을 선언하자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년에는 마찬가지로 스타 매니저로 꼽히는 박 대표의 배우자 박인희 전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씨앗자산운용에 합류했다.
박 대표는 출범 후 투자금을 모집하면서 국내주식과 채권을 혼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해 판매사 관계자들을 또 다시 의아하게 만들었다. 국내주식형 펀드 운용으로 이름을 알린 그가 채권 투자도 도맡아 하기로 했다. 알만한 채권 매니저가 합류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주니어 매니저 시절 채권 운용을 먼저 했었다는 점을 들어 주식과 채권 모두 본인이 주축이 돼 펀드를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매사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씨앗자산운용은 이 전략 덕에 2019년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2019년 더벨 헤지펀드 리그테이블 멀티전략 부문 상위에 △'씨앗멀티-智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4.42%) △'씨앗멀티-强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3.77%) △'씨앗멀티-仁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3.58%) △'씨앗멀티-信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3.54%) △'씨앗멀티-善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3.32%) △'씨앗멀티-眞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2.85%) △'씨앗멀티-賢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2.40%) 등 두자리수 수익률을 기록한 7개 펀드를 올렸다. 설정액 부문에서는 2949억원으로 단숨에 10위에 등극했다. 더벨 헤지펀드 리그테이블은 설정 기간 1년 이상, 설정액 100억원 이상 펀드를 집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주식과 채권을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 미중 무역분쟁 등에서 비롯된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피해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결국 업계 관계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던 박 대표의 선택이 적중한 셈이다. 씨앗자산운용은 여기에 해외주식 비중을 늘려 수익률 순항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공룡펀드 부진 '학습효과', 해외주식 '필수'
박 대표와 박 부사장은 해외주식 투자로 명성을 얻은 매니저는 아니다. 그럼에도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투자를 늘리려는 건 과거 각각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와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을 운용했던 경험에 기인한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설정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소위 '공룡펀드'를 운용해 본 이들이 국내주식 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데 한계를 절감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 대표는 2006년 12월 13일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의 책임운용역으로 부임해 2017년 5월 23일까지 펀드를 맡았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이 펀드의 설정액은 2017년 5월 23일 기준 3695억원이었다. 한때 1조원을 웃돌았으나 자금 유출로 설정액이 꾸준히 줄던 시점이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대세상승장에 힘입어 연초후 수익률 12.78%, 1년 수익률 16.7%를 기록했으나 벤치마크(BM)를 밑돌며 전성기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부사장이 운용했던 신영밸류고배당펀드도 비슷한 전철를 밟았다. 그가 신영밸류고배당펀드 책임운용역 자리를 내려 놓은 2018년 9월 6일 기준 설정액은 1조207억원으로 전성기에 비해 한참 쪼그라들었다. 수익률은 연초후 -9.91%, 1년 -6.22%를 기록했다. 꾸준함의 상징과도 같았던 신영밸류고배당펀드 답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렸다.
이같은 부진은 두 매니저의 역량 부족이 아닌 국내 주식시장의 한계 탓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탁월한 종목 선정으로 펀드 출시 초창기 두각을 나타내도 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성과 부진의 늪에 빠지는 이른바 '공룡펀드의 저주'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조단위 자금을 나눠 투자할 종목풀이 선진국 주식시장에 비해 현저히 작다는 지적이다. 이에 작년말 기준 설정액 6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둔 씨앗자산운용도 해외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씨앗자산운용이 지난해 트랙레코드를 확보에 필요한 수준으로 해외주식을 굴렸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비중을 늘리려는 것으로 안다"며 "공모펀드를 운용할 때처럼 외형이 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매몰되는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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