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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투하는 반도체 중견기업]'고광일 대표의 꿈’ 뇌수술 로봇 어디까지 왔나②고영테크놀러지, 2011년부터 뇌수술 로봇 개발…FDA승인 지연, 매출 '無'

조영갑 기자공개 2020-02-10 11:20:20

[편집자주]

올해 반도체 업황의 전망은 밝다. 최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소재 국산화 수혜주의 선전, 5G시대 본격 개막, 설비확장 투자 등 우호적인 시그널이 잇따라 커진 탓이다. 다만 중국 반도체 업체의 굴기와 가격경쟁의 심화,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 등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더벨은 반도체 산업의 최전선에서 사업환경의 변화상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중견기업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6일 14: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영테크놀러지(고영)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및 SMT(표면실장검사) 검사 시장을 뛰어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수술용 로봇 개발 사업이다. 현재 2011년 산업자원통상부 국책 연구과제에 선정돼 한양대병원과 함께 의료용 로봇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영이 신성장동력으로 설정한 수술용 로봇사업은 고광일 대표(사진)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고 대표는 서울공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 로보틱스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로봇공한 전문가다. LG전자 중앙연구소, LG산전 미래산업 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오래전부터 로보틱스와 관련된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수술 로봇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업체는 미국의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 최초 복강경 수술 로봇 '다빈치'의 제조사다. 현재 다빈치는 글로벌 수술로봇 시장의 65% 정도를 과점하고 있다. 2018년에만 37억 달러(4조3778억원)의 매출액과 12억 달러(1조4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고영은 처음부터 로보틱스 전문기업으로 불리길 원했고 로봇공학 관련 연구진들을 우대하는 채용을 하기도 했다"며 "고 대표는 1999년 다빈치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이후 2006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보급되는 과정을 보면서 로보틱스 수술 사업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464명의 임직원 중 40% 가량이 연구원일 정도로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다.

다빈치 복강경 수술 로봇의 대히트 이후 한국 기업들도 3D 검사 기술을 기반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수술 이후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컴퍼니의 레보아이, 큐렉소 뼈 절삭 로봇 등이 출시됐거나 개발되고 있다.

고영 역시 3D 뇌수술용 로봇 '제노가이드'를 2016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판매 허가를 받아 출시했다. 제노가이드는 고영이 자랑하는 3D 검사계측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제노가이드는 3D 검사기술을 응용해 뇌 수술 시 수술 부위에 대한 정확한 좌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3D AOI가 다수의 카메라로 입체 표면을 구현해 산업재에 대해 불량을 정확히 잡아내듯 제노가이드는 수술 부위의 정확한 좌표를 잡아 영상으로 구현한다. 의사가 볼 수 없는 뇌 속 병변을 내비게이션처럼 표시해 주고 수술 좌표를 찾아주는 것이다.

고영 관계자는 "제노가이드 수술로봇 사업은 고영의 핵심기술인 로보틱스, 3D 의료영상, 실시간 의료영상 등의 기술이 응용된 대표적인 신사업 분야"라면서 "올해 미국 FDA의 승인을 획득해 미국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제노가이드 임상데이터 30여 건, 유효성·안전성 미지수

고영 관계자는 로봇수술 사업과 관련해 "이미 상당부분 진척됐고 관련 매출이 시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기보고서 등 공시를 통해 파악된 신사업 관련 매출액은 전무한 수준이다. 고영은 2019년 3분기말 기준 연결매출의 100%를 기존 전자제품/반도체 생산용 검사 부문에서 올리고 있다.

고영은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해 FDA 품목승인 허가를 추진했으나 늦어지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에 제노가이드를 수출하고, 실제 임상현장에 배치하려면 FDA 품목허가는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고영의 제노가이드는 세브란스 병원, 삼성의료원 신경외과를 중심으로 약 30여 건의 걸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한 것으로 파악된다. 임상데이터의 건수가 부족한 상황인데다 임상 유효성이나 데이터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뇌수술 로봇 관련한 프로젝트는 김영수 한양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가 이끌고 있다. 2016년부터 고영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제노가이드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업체인 휴림바이오셀의 사외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세계적인 뇌신경 의료기관인 미국 메이요(Mayo)클리닉 출신의 한 전문가는 "고영의 프로젝트는 결국 3D 검사 기술을 기반으로 좌표를 설정하는 것인데, 아직 미국의 전문기관들의 개발 진척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일례로 메이요는 클리닉 내부에 뇌신경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연구인력만 200여 명이 있다"고 말했다. 메이요는 자체 개발한 뇌수술 로봇을 메드트로닉 등 미국 거대 의료기기 업체에 납품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제노가이드의 FDA 승인 일정과 절차 등에 대해 고영 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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