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테크놀러지, 3D 검사장비로 '승승장구' ①매년 두자릿수 이익률…산업용로봇서 뇌수술로봇까지 확대
서은내 기자공개 2018-07-12 10:30:01
[편집자주]
스마트팩토리를 화두로 산업용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정, 유통매장, 공공시설에선 서비스용 로봇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로봇 산업은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며 몸값을 높이고 인수합병도 진행되고 있다. 로봇기업들의 현주소와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2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영테크놀러지(이하 고영)가 산업용로봇의 일종인 3D 검사장비 하나로 지난해 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했다. 해마다 두 자리 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주력 사업이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새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D 영상과 관련된 자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뇌수술로봇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안정적인 이익 창출에 성장 기대감이 추가되자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 시가 총액은 1조4000억원에 육박했다.고영은 설립 16년만인 지난해 매출 2000억원 고지를 찍었다. 지난 2013년 매출액 1100억원을 기록한 후 4년만인 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2034억원을 달성했다.영업이익도 2016년 332억원에서 지난해 437억원으로 1년 사이 32%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매년 15%~19% 수준을 오가다 지난해에는 21%까지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16%씩 늘어난 490억원, 93억원을 기록했다.
고영은 3차원 정밀측정 검사장비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업체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상가폴 등 5개 해외현지 법인을 두고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왔다. 전체 매출의 약 12%만 국내에서 나오고 있으며 중국 비중이 23%, 미국 23%, 유럽 20%, 아시아 13%, 일본 9%로 세계 곳곳에서 수익이 가시화되고 있다.
고영의 3D 검사장비는 스마트폰, 통신장비, 자동차전장, 반도체산업, 스마트 가전 등 여러 산업 제조현장에서 활용된다. 제조 공정의 불량을 실시간 발견하고 불량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내는 솔루션까지 제공하고 있다. 장비의 매출처를 살펴보면 자동차산업 분야가 28%로 가장 비중이 높고 군수산업 24%, EMS 17%, 컴퓨터 17%, 모바일 14% 순이다.
주력 제품은 PCB(인쇄회로 기판)를 제조하는 SMT(표면실장기술) 공정에서 제품 불량을 검사하는 3차원 납도포 검사장비(3D SPI)와 3차원 부품실장 검사장비(3D AOI)이다. 고영테크놀러지의 3D SPI 장비는 확실한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2000억원 규모의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3D AOI 역시 세계 시장의 20%를 점하고 있다.
고영의 지속적인 성장세는 연구개발을 통한 확실한 기술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매년 매출액의 12%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하며 기술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231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으며 이는 매출액(2034억원)의 12.2% 정도다. 지난 1분기에도 매출액(별도 기준 464억원)의 12.4% 수준인 58억원을 연구개발에 할애했다. 회사 직원의 40%가 연구개발인력이다.
고도화된 검사장비가 필요한 산업분야가 점차 확대되면서 고영의 매출 확대는 더욱 가시화됐다. 자동차 전장 분야도 그 중 하나다. 자동차에 반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면서 들어가는 반도체나 전자 부품의 양이 많아졌고 제품 또는 부품에 더 높은 안정성과 내구성이 요구되고 있다. 고도화된 검사 장비의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자제품의 부품들이 소형화, 고집적화되면서 제조현장에서 검사장비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기존 2차원 검사장비들은 정확도나 신뢰성이 낮아 더욱 3차원 검사장비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SPI나 AOI 장비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소프트웨어로 분석해 최적의 공정을 제시해 주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생산 라인을 관리하는 인력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영은 산업용로봇에만 머물지 않고 추가 성장 동력으로 의료로봇을 제시했다. 영상기반 수술로봇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수술로봇 기술은 로봇, 3차원 및 실시간 의료영상 등 기반기술과 함께 전문 의료진들의 수술 노하우 간 융합이 이뤄지는 신기술 분야로 꼽힌다. 고영은 자체 보유하고 있는 3D 측정기술을 활용하면 수술경로를 시각화하고 수술의 위치를 지정하는 수술로봇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수술로봇 시장 규모는 4조원, 국내는 약 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외과 수술로봇 시장은 로봇 '다빈치'가 독점하고 있다. 다빈치는 복강경 수술에 특화된 로봇이다. 그밖에는 이렇다할 수술로봇이 없으며 이비인후과나 신경외과 수술에서 일부 3차원 영상 로봇이 제한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고영은 이 분야를 노렸다. 지난 2011년 뇌수술로봇 시스템 개발에 뛰어든 게 첫 시작이다. 4년간 의료업계 연구진과 협업, 개발을 거친 끝에 이비인후과와 신경외과 수술용 최소 침습 수술로봇 시스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의료영상에 기반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와 고정밀 3D 의료용 센서가 활용된 시스템이다. 최단 경로 수술을 통해 인체 손상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로봇으로 평가된다.
고영의 뇌 수술로봇 시스템은 조만간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2016년 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뇌수술용 의료로봇의 제조허가를 얻었으며 미국에서도 하버드의대 산하 브리검여성병원과 뇌수술 로봇을 공동 개발하며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미국 FDA 승인을 준비 중이다.
고영의 뇌수술로봇이 상용화되면 당장 초기에 구매 가능한 국내 병원 수는 300여개 정도로 알려졌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고영의 제품은 신의료기기 평가 대상은 아니므로 심평원과 보험 급여 코드에 대한 협의만 마치면 올해 하반기부터 실질적인 매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라며 "국내에서 우선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뒤 미국, 중국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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