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투자' 전환 KB·한국밸류, 행동주의 발판 마련 [스튜어드십코드 발동]지분 5% 이상 보유 기업 대상, 완화된 룰 적극 활용…주주서한 보낸 투자기업 대다수
이효범 기자공개 2020-02-10 08:10:21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6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일부 기업들에 대해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전환했다. 완화된 5%룰이 이달부터 적용된 가운데 해당기업들에게 주주제안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 시즌에 공모펀드들의 주주제안이 활발해질지 주목하고 있다.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 광주신세계, 골프존, KMH, 컴투스, 에스엠 등 6개 종목에 대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해당기업들은 모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관여활동 일환으로 주주서한을 보낸 곳들로 구성돼 있다.
KB자산운용은 그동안 KB주주가치포커스펀드를 앞세워 활발한 주주활동을 벌여왔다. 컴투스, 골프존, 에스엠 등에 대해서는 시장의 관심을 받으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부분도 있다. 다만 앞서 실시해왔던 주주관여 활동은 주주총회를 통한 제안이라기 보다는 공개된 주주서한을 통해 이뤄졌다.
그동안 공모펀드들은 투자기업의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에 찬반 의사를 표시하는 다소 소극적인 주주활동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5%룰이 한층 완화되면서 '경영에 참여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안건 상정을 제안할 수 있게 된다. 다만 5% 이상 보유한 종목에 대한 보유목적을 '단순투자'가 아닌 '일반투자'로 바꿔야 가능하다.
투자기업에 대한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명시하면 해당 기업의 임원 보수에 관한 사항이나 배당 증대와 관련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앞서 연기금이나 공모펀드가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공시해야 가능했던 것에서 일반투자로 명시해도 되도록 허용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KB자산운용이 보유목적 변경 공시를 실시하면서 향후 해당기업의 주주총회에 제안을 실시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당장 구체적인 주주제안을 두고 보유목적을 변경한 건 아니라는게 운용사 측 설명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앞서 공개주주서한을 보낸 투자기업들에 대해서는 5%룰 완화 이후 일반투자로 전환하는게 맞다고 판단해 공시를 한 것"이라며 "올해 해당기업의 주주총회에서 특정 안건에 대한 주주제안을 염두에 두고 보유목적을 변경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제시되는 안건을 검토해 대응하는 차원에서 주주활동을 실시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넥센, KISCO홀딩스, 세방, 세방전지 등의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 마찬가지로 2019년 주주활동 일환으로 서한을 전달한 투자기업이 대상이었다. 또 지난달 31일에도 4개 기업에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가치투자를 운용철학으로 삼고 있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기본적으로 투자기업과 적대적인 관계 형성을 지양하고 있다. 최근 주주서한을 보낸 것은 투자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주서한 발송에도 뚜렷한 변화가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진 면담과 공개 주주서한 발송 등을 통해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단순투자가 의결권 행사에 국한된 것이라면 일반투자로 보유목적을 바꾸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금 증대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배당과 관련된 사항은 과거에도 꾸준히 기업들에게 제안해왔던 것이라 일반투자로 전환한다고 해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서 완화된 5%룰로 공모펀드 운용사들이 주주제안 등으로 목소리를 높일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생각보다 주주제안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5%룰 개정으로 전보다 기관투자가의 주주활동 폭이 넓어졌고, 경영참여에 대해서 모호한 부분이 한층 명확해졌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특히 배당이나 임원보수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기관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올해 주주총회에서 큰 변화라고 볼만큼 공모펀드 운용사들이 활발한 주주제안에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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