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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CFO 직함을 없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파격최고투자전략책임자(CIO) 배재현 부사장에 재무 맡겨…관리보다 전략 투자에 방점

서하나 기자공개 2020-02-17 07:24:2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4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는 공식적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직함이 없다. 대신 최고투자전략책임자(CIO) 직함을 단 배재현 부사장(사진)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카카오가 원래부터 CFO를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최세훈 전 대표는 다음카카오 CFO 출신 CEO다. 다만 성장 단계별로 다른 성향의 CEO를 기용해온 김범수 의장의 의중에 따라 내부에서 관리적 성격의 업무보다 전략투자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배재현 부사장은 CJ 출신 투자 전문가다. 카카오의 멜론 인수 당시 대규모 M&A를 주도하는 '빅딜팀'에서 활약했다. 재무보다는 투자에 밝은 배 부사장을 보완하는 인물은 이성호 재무기획실장이다.

◇2020년 초 조직개편으로 C레벨 재정비

카카오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하면서 CEO를 제외하고 총 5명의 C레벨(CPO, CBO, CTO, CIO, CRO) 임원을 뒀다. 이중 재무나 인사 등 관리 성격의 C레벨 임원은 없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재무, 회계, IR 등을 총괄하는 CFO를 두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카카오가 IT 기업이라는 특색에 맞춰 기술과 서비스 중심 체제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플랫폼 등 사업을 제외하고 지원부서에서 쉽게 C레벨을 주지 않는 분위기"라며 "IT 기업의 특색에 맞춰 직함을 주고 해당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CFO가 없지만 사실상 CFO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이 바로 배 부사장이다. 이날 오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도 여민수 대표와 함께 등장했다. 대부분 기업에서 대표 혹은 CFO가 컨퍼런스콜을 주도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배 부사장의 역할을 짐작해볼 수 있다.

배 부사장은 2016년 4월 카카오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카카오는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멜론'을 인수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빅딜팀'을 꾸리고 있었다. CJ그룹 미래전략실 부장으로 근무중이던 배 부사장이 박성훈 전 카카오 부사장의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은 CJ에서 함께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배 부사장과 박 전 대표를 비롯해 투자 전문가 5~6명 등으로 이뤄진 빅딜팀은 멜론 인수를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파워'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배 부사장의 넓은 IT 인맥이 딜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로 인연을 맺은 글로벌 투자사 TPG 윤신원 전무와 오래된 친구라는 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빅딜팀은 이후에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규모 딜과 해외주식예탁증권(GDR)의 발행 등을 성사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카카오 타 계열사가 소규모 인수합병(M&A)을 주도하는 것과 구분하기 위한 이름인 '빅딜팀'은 이후 역할이 커지면서 공식 팀명으로 굳어졌다.

당시 빅딜팀의 성과는 현재 카카오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 특히 멜론은 카카오가 인수합병 투자 등으로 수익성이 저조하던 시절부터 믿음직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어찌보면 현재 카카오의 굵직한 사업 대부분이 배 부사장 손을 거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후 배 부사장은 멜론에서 음악·영상 사업부가 분사해나온 카카오M의 가교 법인인 이앤컴퍼니 대표, 카카오IX의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맡았다. 카카오에 합류한 지 3년 만에 수석 부사장 직함을 달았다. 최근에는 여 대표와 함께 SK텔레콤·대한항공 등과 MOU를 맺는 대외 행사에도 얼굴을 비춘다. 그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9년 12월 5일 카카오와 대한항공이 비행협력을 위한 MOU를 맺은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대한항공 하은용 부사장, 대한항공 우기홍 대표이사,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 카카오 배재현 부사장.

◇김범수 의장 '시기 맞춤형 인사등용 원칙' 배경

카카오에도 CFO가 있던 시절이 있다. 대표적으로 최세훈 전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와 다음 CFO 출신이다.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CFO을 지내다가 2009년 대표에 올랐다. 2014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이석우 전 대표(현 두나무 대표)와 함께 다음카카오 초대 대표를 지냈다. 이후 2015년 9월부터 카카오 CFO를 지냈다. 2017년 1분기까지 IR행사에도 등장했다.

카카오에서 CFO 직함이 사라진 이유는 김 의장의 경영 스타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카카오가 성장하는 단계와 시기별로 서로 다른 특색의 인사를 기용해왔다.

김 의장은 2014년 다음과 합병 직후 두 조직 간 긴밀한 화합을 위해 각각 카카오와 다음에서 공동 CEO를 발탁했다. 이후 2015년에는 공격적 투자와 사업확장을 위해 경영전략가 임 대표를 선임했다. 2017년부터는 수익성 개선과 브랜드 통합을 위해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를 꾸렸다.

카카오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기에 CFO가 없다고는 하지만 카카오에도 재무기획실과 투자전략실 등 CFO 성격의 부서가 엄연히 존재한다"며 "이 부서를 이끄는 실무진은 바로 이성호 실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배재현 대표는 멜론 인수라는 공을 세운 것 외에도 워낙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 내부에서도 입지가 단단한 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에 '톡비즈보드'와 '카카오페이'를 양 날개 삼아 1년 만에 영업이익률이 '10배' 치솟는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8672억원, 영업이익 794억원으로 영업이익률 9.2%을 기록했다. 2018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0.6%(매출 6633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이었다.

카카오 2019년 4분기 실적. 출처 : 카카오 IR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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