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열전]국내 1호 메디톡스, 미국서도 통할까③정현호 대표 창립 20년만에 1.7조 시총…프리미엄제품 승부수
최은수 기자공개 2020-03-11 07:16:25
[편집자주]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보톡스를 대명사로 만든 미국 엘러간의 아성을 한국 바이오텍들이 무너뜨릴 차비를 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석권한 상태다. 글로벌 퍼스트인 클래스 의약품을 로컬 기업이 극복한 유례없는 사례다. 이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품질 및 균주 논란 등 내홍의 흔적도 역력하다. 더벨은 보톡스 시장을 통해 본 한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시장 진출 현황과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8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호 원조 보툴리눔 톡신 제제 업체 메디톡스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메디톡스는 서울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정현호 박사가 세운 보툴리눔 제제 국내 1호 업체다.메디톡스는 현재 시가총액 1조7200억원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연간 매출 2066억원, 영업이익 537억원이 예상된다. 불과 5년전만해도 매출 801억원, 영업이익 487억원(2015년)을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시장에서 보톡스 원조인 미국 엘러간을 누르고 보툴리눔 톡신 제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메디톡스는 최근 인고의 시기를 걷고 있다. 대웅제약과 균주논란으로 막대한 소송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중국 시판 허가 지연과 수출용 제품 회수 및 폐기 판정 등으로 대내외적인 악재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메디톡스의 잠재력이 높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엘러간과 손잡고 진행하는 미 FDA 임상 3상은 내년 1월 종료를 앞두며 현지 상업화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국내 시장에선 원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키워드를 프리미엄으로 잡았다. 레드오션으로 치닫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화장품 영역으로 시야도 넓혔다.
◇국내 1호 기술력 자존심
메디톡스는 창립자이자 '보톡스 1호 박사'로 불리는 정현호 대표이사(사진)의 자부심의 원천이다. 정 대표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전공하고 카이스트 대학원 분자생물학 박사 출신이다. 정 대표는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품개발에 성공해 관련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정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객원연구원,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선문대학교 응용생물학부 부교수를 지냈는데 이때 메디톡스를 세웠다.
미국의 보톡스 시장을 보고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엿봤다. 첫 제품 메디톡신을 개발하기 위해 6년 간 90억원을 투입하고 기술 개발에 올인한 이유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개발 후 출시하기까지 총 15번의 유·무상증자를 하며 산업은행, 한국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출시 직전 년인 2005년 전환사채 발행까지 거치며 설립 초기 90%였던 정 대표의 지분율은 출시 직후인 2006년엔 20% 아래로 내려갔다.
정 대표는 메디톡스의 성공을 확신했기에 지분희석을 감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술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톡스 원조인 엘러간은 분말형태의 제제를 만들어 이를 희석해 사용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메디톡스도 처음엔 이를 차용했다. 하지만 이후 분말 형태(메디톡신), 액상형(이노톡스), 내성을 줄인 프리미엄 제품(코어톡스, 사진)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완성해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메디톡스는 첫 출시 후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 나갔다. 2009년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특히 메디톡스의 제품을 사용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국산 제품이 처음으로 등장했으니 이를 애용하자는 분위기가 의사업계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출시 이후 연평균 30% 이상 매출이 뛰었다. 다만 단순히 애국심 마케팅에 호소해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기술력도 뒷받침됐고 보톡스 대비 가격은 저렴한데 품질 또한 뒤처지지 않았다. 2013년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액상형 톡신 제제 이노톡스를 보톡스 원조 엘러간에 3억6200만달러(한화 약 4200억원)라이선스 아웃(L/O)에도 성공했다.
미국 시장 또한 엘러간과 손잡고 기술도입 5년 여만인 2018년에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총 4건의 임상 3상에 피험자 1308명 모집을 완료해 미 현지 상업화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임상은 내년 1월 종료 예정이다.
◇성공 뒤엔 시련도
메디톡스의 고속 성장세는 후발 경쟁사들이 등장하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후발주자들은 시장 점유율을 따라잡기 위해 제품 가격 인하를 택했다. 메디톡스 또한 이에 대응하면서 수익성 하락을 겪었다.
게다가 균주논란을 놓고 소송 비용을 감당하다 보니 2010년대 50%대에 달했던 메디톡스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20% 중반으로 하락했다. 시장점유율 1위의 자리를 휴젤에 내주기도 했다.
작년엔 톡신 제제의 품질 논란도 빚어지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10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A형제제인 수출용 메디톡신 일부 제품에 대해 강제 회수 및 폐기 조치했다. 지난 8월 메디톡스의 오송 3공장에서 수거한 보관검체를 검사한 결과 품질이 부적합하다고 판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식약처는 작년 말 '메디톡신'(100 유닛) 제품의 품질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사용기한을 기존 3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시키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작년 5월엔 권익위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제조 및 품질 자료 조작' 혐의 관련 투고를 받았고 이후 식약처가 약사감시를 진행, 청주지검에 수사의뢰를 요청하기도 했다. 권익위 공익신고에는 메디톡스가 제품 허가기준에 맞지 않는 메디톡신 국가 출하승인을 받기 위해 약효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 사건은 현재 검찰 수사를 진행중이며 최근엔 조사를 받던 간부가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여기에 막대한 소송 비용, 중국 시판 허가 지연 등의 이슈가 이어지자 2019년 초 60만원에 달하던 메디톡스의 주가는 작년말 절반 수준인 30만원까지 하락했다.
◇원조의 힘 프리미엄 기술력
메디톡스는 앞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 프리미엄 라인 코어톡스를 출시하고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경쟁력을 화장품으로 연결했다.
코어톡스는 항체 형성에 따른 내성 발생위험이 낮은 제품이다. 수입 제품 중에선 독일 머츠사의 제오민이 내성이 없는 제품으로 손꼽힌다. 다만 국산 대비 시술가는 2배 가량 비싸다. 코어톡스의 가격대는 일반 톡신과 제오민 사이로 알려졌다.
메디톡스의 프리미엄 전략은 보톡스 시장의 가격경쟁이 지나쳐 부작용이 크다는 시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가격은 충분히 시장의 눈높이보다 낮아졌다보니 이제는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도 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전략에 가깝다.
포화하고 급변하는 보톡스 시장에 대해 화장품 사업도 시작했다. 메디톡스는 화장품 시장이 기존 보톡스 사업과 '메디컬 에스테틱'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시장이라 판단하고 진입을 선택했다.
메디톡스는 화장품 사업을 위해 작년 글로벌 코스메틱 유통기업 '하이웨이원'을 인수하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펩타이드 성분 ‘엠바이옴-비티(M.Biome-BT)’을 기반으로 의학·생물학적 효과가 있는 화장품 분야인 코스메슈티컬에서의 브랜드 '뉴라덤'을 최근 론칭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노톡스와 코어톡스,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뉴라덤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시장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논란 역시 잘 마무리될 것이며 소송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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