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한민국 사외이사 인식 조사]전문성 기업경영·재무 집중… 한층 두터운 BSM 필요④사외이사 90% "부문별 역량은 충분" 의견 나왔지만 '다양성' 갈 길 멀어
최은수 기자공개 2025-04-07 08:02:26
[편집자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핵심 요소다. 도입 28년차를 맞은 현재, 사외이사들은 어떤 이들로 구성됐으며 본인이 몸담은 이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더벨이 만든 기업 지배구조 및 이사회 평가 프리미엄 서비스 theBoard는 4월 1일 그랜드 오픈을 맞아 50여명의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기업 이사회를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1일 07시03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해당 기사는 theBoard 등록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2025년 3월 이뤄진 설문에 바탕해 작성했으며 아래와 같은 질문이 활용됐습니다.Q 귀하는 이사회 활동에 필요한 어떤 전문성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선택해 주십시오.(복수 응답 가능)
Q 귀하는 본인이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들이 이사회 활동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하십니까?
Q 본인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기업의 이사회가 대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내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 경영 전략 고도화에 맞춰 함께 진보하고 있다. 도입 초기 그저 사외이사를 선임하거나 구성비를 높이는 걸 넘어 사외이사의 개별 자질, 전문성, 다양성 등을 살피는 게 일례다. 이사회 역량 진단표(Boards Skills Matrix, BSM)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속속 채용한 것도 이 흐름을 따른다.
다만 BSM을 제대로 활용하기엔 국내 기업을 둘러싼 사외이사 인물층(풀, Pool)이나 BSM의 커버리지 즉 역량을 가늠하기 위한 범위가 모두 얕다. 그리고 각 기업의 내규 및 제도에 따라 추천하고 선임된 사외이사들마저 대부분 전문 능력이 기업경영과 재무 등 특정 분야에 집중돼 있다.
국내 사외이사를 두고 "부문별 이사진 역량은 충분하다"는 목소리는 나오지만 앞서 얕은 인재 풀과 BSM의 실태를 종합하면 실체적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당장은 사외이사 풀과 매트릭스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 특히 부문의 '다양성'을 위해 더 힘써야 하는 시기로 보인다.
◇사외이사 60% "재무·기업경영전문가"지만 사내이사와 중복
theBoard가 국내 주요 기업 사외이사 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이사회 활동에 필요한 어떤 전문성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문의한 결과 30명이 금융·재무 전문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의 과반(58.8%)에 해당하는 수치로, 해당 문항에 복수응답을 허용한 점을 고려하면 총 응답(99명)의 30.3%였다.
이어 '기업경영'에 전문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응답자가 29명이었다. 전체의 56.9%에 해당하며 역시 복수응답을 고려하면 총 응답의 29.3%를 차지했다. 앞서 전체 응답자 가운데 재무와 기업경영 전문가에 해당한다는 비중이 전체 응답의 약 60%를 차지한 셈이다.

BSM은 개별 이사가 지닌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특히 BSM을 통해 기업별로 이사회 구성원이 갖춰야 할 역량을 무엇으로 꼽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경영 방침이나 주안점을 살피는 데도 도움이 된단 뜻이다. 요컨대 BSM은 이사회의 전문성을 가늠하는 걸 넘어 이사회의 투명성이나 주주 친화성 방향을 읽어낼 단초다.
국내 기업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된 트렌드를 따라 이사회 역량 정보를 공시하기 시작했다.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이 이사 선임 배경이나 적절성을 알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또 사내·외 이사진이 갖춰야 할 개별 필수 역량을 제시해 이사회 구성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증대하기 위해 BSM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BSM을 활용하는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더불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역량이 중첩되거나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점도 개선사항으로 꼽을 수 있다. theBoard가 국내 상위 5개 상호출자제한집단 계열사의 BSM을 살펴본 결과 역시 이사진의 역량 분포가 대부분 경영·재무 또는 법률 영역에 집중돼 있는 게 일례다.
◇"각자가 분야별 전문가" 외치지만 '인물층·역량 다양성' 등 숙제 산적
더불어 theBoard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1명 중에 가운데 50명, 즉 압도적 인원이 '이사회 구성원들이 이사회 활동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과만 놓고 보면 국내 사외이사 제도는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이사회에 배치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아 보인다.

먼저 앞서 사외이사로 선임할 전문가 집단(풀, Pool)이 국내 상장기업 대비 압도적으로 부족한 점이 문제다. 현재 상법상 사외이사는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을 포함해 총 2곳을 겸임할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기업은 많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인물 후보군이 국내 기준 턱없이 부족하다.
더불어 인물이 좁은데다 전문 역량을 갖춘 사외이사 풀이 대개 경영·재무 또는 법률 영역 전문가에 치우치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좁은 인재 및 역량 풀(Pool)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 현실의 장벽을 거치면서 결국 사외이사 역량이 특정 전문성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오는 것으로 이어진다.

종합하면 앞서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구성원을 전문가라고 응답한 것도 '인력 풀이 얕은 특정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추천·선임됐기 때문'이었단 해석이 가능하다. 기업이 통상 이사회 경영을 통해 합리성에 수렴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가정을 고려하면 지금 대한민국 사외이사의 좁은 인재 풀과 여전히 부족한 이사 역량의 다양성 등의 사례는 반드시 짚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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